외국법인이 내국법인 주식을 증여받고 이를 양도할 때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된 증여이익은 양도소득 계산에서 취득가액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증여받았다가 양도하였다면 세법은 양도자가 아닌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증여로 인한 이익이 국내 세법에 따라 과세된 경우에는 수증 당시 시가를 수증법인의 취득가액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외국법인 A는 100에 취득한 내국법인 발행 주식을 다른 외국법인 B에게 증여하였다. 이 때의 주식 시가는 120원이었다. B가 A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의 증여이익 120은 국내 세법상 과세대상이나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되었다.
이후 B는 그 주식을 내국법인 C에게 150원에 양도하였다. C는 B의 양도소득을 30으로 하여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였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B의 양도소득이 A의 취득가액 100을 기준으로 한 50이라고 보아 과세하였다.
이 사건 1심법원은 수증 당시 시가 120을 취득가액으로 보아 B의 양도소득을 계산해야 한다고 보았다. 어떤 재산을 증여받으면 그 재산 가액 전체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고, 그 후 증여받은 재산을 양도하면 그 기간 동안의 가치 변동분만 양도소득에 해당한다는 논리이다.
증여에 대해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경우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증여세를 비과세한 취지가 몰각되기 때문이다. 조세조약에 따라 증여받은 이익이 비과세된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세법에서는 국내에 원천이 있는 소득 등의 내용을 정한 국내세법의 규정에 우선하여 조세조약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된 증여이익을 나중에 국내세법의 규정에 따라 양도소득으로 변형하여 과세하는 것은 이 법률 규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조세조약이 각 소득의 범위나 소득금액의 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따라서 국내 세법에 따라 소득금액을 산정하여야 하고, 국내 세법에서 양도소득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는 입법 정책의 문제라고 보았다.
즉 증여자가 보유한 기간 동안의 가치 상승분을 수증법인에게 귀속되는 양도소득으로 보아 국내에서 과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B의 증여이익이 조세조약에 의하여 비과세된 경우 B의 양도소득 산정 시 증여자 A의 취득가액을 B의 취득가액으로 보도록 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이 '과세된 경우'에 비과세된 경우를 포함할 수 없다고 본 것은 분명 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또한 양도소득의 범위가 조세조약이 아닌 국내 세법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본 것 또한 기본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증여자가 보유한 기간의 가치 상승분을 수증자의 양도소득에 포함시켜 이미 조세조약에 따라 비과세된 증여 이익을 과세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로써 증여이익을 비과세하고자 한 조세조약을 국내 세법이 잠탈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의 범위를 국내 세법이 정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합목적적 해석을 꾀한 1심 판결의 결론에 보다 수긍이 간다. 대법원2016.9.8.선고 2016두39290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