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은 "콱, 콱"하며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그저 혼자만의 분풀이로 테이블을 "탁, 탁" 쳤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지난 10일 오전 한국세무사회 신년인사회 개최 직전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세무사회 임원의 사무처 여성팀장에 대한 폭언과 위협 사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고 있다. 임원과 여성팀장 상호간 고소가 이루어지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실상 '별 것'도 아니다. 사무처 여성팀장이 임원에게 상임이사회 문건을 메일로 제대로 전송하지 않았고, 이에 화가 난 임원이 해당 여성팀장 앞에서 욕설을 내뱉으며 철제 스테이플러를 들고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 사건의 요지.
살다 보면, 일하다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단순 해프닝이 검찰 조사와 재판 등 법적 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여성팀장 "스테이플러로 치듯이 위협, 모멸감 느꼈다"
임원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여성팀장이 세무사회에 제출한 경위서 따르면 그는 지난 10일 있었던 상임이사회 안건 문서를 임원들에게 메일로 보냈으며, 문제가 됐던 임원에게는 세무사회 전산망인 '회무통합서비스'에 등록된 메일을 통해 보냈다.
하지만 해당 임원은 상임이사회가 끝난 뒤 여성팀장에게 찾아와 자신에게만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책상 옆에 있던 대형 철제 스테이플러를 들고 "씨×, 내가 성질이 없어서 그냥 있는 줄 알아" "콱, 콱"하며 휘두르는 등 여성팀장에게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여성팀장은 경위서에서 "무서워서 움찔했으며, 많은 모멸감과 비애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여성팀장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너무 억울하고 분통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임원의 몰상식한 행동은 금새 사무처 직원들에게 알려졌고 사건 직후인 지난 11일 임원에 대한 공개사과와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문 발표로 이어졌다.
해당 여성팀장은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우울증과 불면증, 두통, 두근거림, 어지럼증 등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현재는 업무에 복귀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자신을 위협한 임원을 특수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 고소인 조사를 마친 상황이며 확실한 처벌이 이루어질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임원 "여성팀장 주장은 허위사실, '거짓말 탐지기'로 진실 밝히자"
한편 문제가 된 임원은 여성팀장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해당 여성팀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명예훼손, 신용훼손, 업무방해 등 3가지 명목으로 고소했으며, 검찰측에 '거짓말 탐지기'를 써서라도 진실을 가려보자는 요청을 한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17일 세무사회에 해당 여성팀장뿐만 아니라 성명서를 작성한 사무처 직원을 징계조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접수했다.
공문을 통해 해당 임원은 "세무사회로부터 사전에 회의자료 등을 메일로 송부받지 못함에 따라 회의 안건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게 되어 직무를 올바르게 수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팀장은 2012년 우리나라에서 철수해 사용할 수도 없는 Y계정의 메일로 (상임이사회 자료를)송부했다고 답변했다"며 "2012년 이후 현재까지 N계정의 메일로 세무사회가 (나에게) 회의안건을 발송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지난 10일 회의자료만 Y메일로 보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해당 여성팀장은 평소에도 자료제출을 요구해도 회장의 지시가 없었다며 제출을 거부하거나 질문을 해도 답변을 하지 않는 등으로 (감사의)업무를 방해해 왔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핵심인 폭언과 위협 부분에 대해서는 여성팀장과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다.
그는 "여성팀장 책상 옆에 서서 '에이 ×발 더러워서 못하겠네, 캐비넷이 파손되어 자료를 도난당하질 않나...'라고 했다"며 "여성팀장 책상에 놓여 있던 스테이플러로 책상을 '탁, 탁' 몇 번 친 것은 임원을 무시하고 업무를 방해하는 것에 대한 자조적인 푸념이지 욕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임원 윤리위 징계절차 회부…세무사회 "갈등 빨리 봉합하자는 취지"
세무사회는 지난 17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임원이 여성팀장에게 행한 행동이 언론에 알려지게 된 것이 세무사회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사무처 직원에게 언어폭력 및 위해를 가한 행위가 세무사 품위유지 규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윤리위원회에 징계요구를 하기로 의결했다.
통상 세무사회 징계여부는 업무정화조사위원회 조사과정을 거친 뒤 윤리위원회에서 심의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업무정화조사위를 건너뛰고 바로 윤리위로 직행하게 된 것이다.
임원과 직원 간 갈등에 대해 사무처 직원들이 성명서까지 내고, 언론에 알려지게 된 상황을 가급적 빠르게 수습해야한다는 취지라는 것이 세무사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사무처 직원들이 성명서를 내고 갈등이 커지고 있어 조직의 화합을 위해 징계여부와는 관계없이 한 번 짚고 넘어가야하는 사안임은 분명하다"며 "직원과 임원간에 상호간 고소가 진행 중인 상태이긴 하지만 사법절차와 윤리위 징계는 동일시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윤리위 회의를 통해 여성팀장과 임원이 서로 화해를 하도록 중재하던지, 실제 징계를 내리던지 여하튼 갈등을 빨리 봉합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일부 세무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원이 자료를 받지 못해 상임이사회 심의 안건을 미리 확인하지 못했고, 이에 업무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상임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한 세무사는 "보통 상임이사회를 하기 전 회의 문서를 부회장과 감사에게는 제목과 심의할 사항 정도만 보내고, 나머지 상임이사들에게는 제목만 보낸다"며 "설령 메일을 받지 못했더라도 상임이사회에 문서를 프린트해 배포하기 때문에 회의 진행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세무사는 "실질적으로 상임이사회에서도 안건 자료를 메일을 미리 받고 와서 토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것을 받지 못했다고 업무방해를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선에서 잘 마무리될 수 있는 문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키운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