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상 시행사 대출보증, 시행사 도산시 빚 대신 갚아
빚 갚아줘도 손금 불산입으로 '세금'까지 떠안아
국내 건설사들의 숙원이 해소될 전망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의 경영악화는 물론 건설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온 세금규제가 풀리기 때문이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세법시행령을 개정, 건설사가 특수관계인이 아닌 다른 자에게 사업과 직접 관련해 제공한 채무보증(미분양주택 유동화에 따른 채무보증 포함) 대위변제에 따른 구상채권 대손금을 건설사들이 손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31일 국무회의를 최종 통과, 이달 초 공포와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건설사 괴롭힌 20년 묵은 '듣보잡 세금규제'
그동안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 사업 등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시행사의 사업자금대출(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보증을 서 주는 것이 관례였다. 일반적으로 시행사들의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아 돈을 대주는 은행들이 규모가 큰 시공사의 보증을 요구하기 때문.
사업이 아무 탈 없이 끝난다면 문제가 없지만 시행사가 도산을 해버리는 경우, 보증을 서준 시공사가 빚을 대신 갚아야 했지만 정작 남의 빚을 갚아주면서 발생한 시공사의 손실은 대손금으로 인정되지 않아 손금산입을 할 수 없었다.
대기업들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 특수관계인간 채무보증을 규제하면서 시작된 이러한 규제는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 당시 채무보증으로 인한 대위변제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방향으로 보다 정교해지면서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과잉규제'로 고착화됐다(법인세법 19조2).
그동안 건설사들은 보증을 서준 시행사가 망해버리면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빚도 대신 갚아주는 것도 모자라, 그 빚만큼을 손실로 인정받지 못해 세금까지 부담하는 '삼중고'를 겪어 왔다.
이에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나왔었다.
사업상 필요로 인해 선 보증으로 인해 손실이 났다면 이를 사업상 손실로 판단, 건설사들이 대신 갚아준 돈을 손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었다.
특히 같은 손실을 금융사가 부담하는 경우 손금으로 인정해주면서 건설사의 부담액은 손금인정을 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건설업계가 수 차례에 걸쳐 정부에 법 개정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세수부족, 건설사에 대한 특혜 라는 논리로 몸을 사려 왔다. 최근 2~3년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실패한 현장이 줄고 PF대위변제도 함께 줄어들자 정부가 그동안의 태도를 버리고 법개정에 착수, 뒤늦게나마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건설업계는 법 개정에 반색하는 모습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 수주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채무보증을 섰다가 큰 손실을 봤는데 그 손실에 대해 세금까지 내야했다"며 "외국인들도 국내 건설사와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이런 독특한 세제를 알고나면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한편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수 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특히 지난 2013년 7월9일 개최된 세제실장 초청 재무인 조찬 포럼을 비롯, 지난 2015년 4월16일 개최한 '건설세제 정상화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건설사 및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토론회 및 기획기사를 통해 정부당국에 전달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