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수신업체 주 서식지 '테헤란로'…FX마진거래로 유혹"

사이비 [似而非]란 말은 “비슷하다. 그러나 아니다”란 뜻이다. 제도권 인 듯 제도권 아닌, 다시 말해 불법이란 얘기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들을 '유사수신업체'로 일컫는다.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다란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6일 내놓은 '2016년 유사수신 혐의업체의 특징과 소비자 유의사항'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1332)에 유사수신 신고건수는 총 514건으로 2015년의 253건 보다 2배 넘게 (261건↑, 103.2%↑)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금리, 저성장을 틈타 재산증식 소망을 악용하는 유사수신 사기에 대한 인식제고로 신고가 증가한 게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당국에 통보한 건수도 총 151건으로 전년 (110건) 대비 37.3% 늘었다.
◆유사수신혐의업체 주 '서식지'는 테헤란로=유사수신협의업체는 사실상 수익모델이 없음에도 고수익을 노리는 사람 심리를 악용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비상장 주식투자, FX마진거래, 가상화폐, 크라우드펀딩을 사칭하며 정상 사업체인 것처럼 교묘한 방법으로 유인한다.

유사수신 혐의업체의 지역분포를 보면 수도권에 186개로 71.3%를 차지했다. 서울에 160개가 있고 경기 19개, 인천 7개다. 서울지역에서는 테헤란로 주변의 강남 78개, 서초 10개로 절반넘게 (55.0%)에 포진해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사기 수법은 정부의 핀테크 육성정책을 빙자해 FX마진거래, 가상화폐, 금융업을 사칭하는 수법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이후 106건으로 전체의 40.6%를 차지한다. 또 건수도 2015년 40건에서 지난해 66건으로 늘었다.

또 쇼핑몰, 상품권 판매, 커피사업, 해외여행, 특수작물 재배를 내세우는 것도 주요한 수법이다. 이들 기법은 2015년 이후 91건이나 발생해 34.8%의 비중을 보였다.

◆유사수신 주류로 급부상한 FX마진거래와 핀테크= 유사수신에서 최근 가장 두드러진 것이 소비자에게 다소 생소한 금융기법인 FX마진거래 (Foreign Exchange Margin Contract=이종 통화 간 환율 변동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외국환거래)와 핀테크를 동원한다는 것이 꼽힌다. 이 기법들은 지난해에만 31건이 수사 통보됐을 만큼 크게 증가하고 있다.

유사혐의업체는 별도 인가를 받거나 등록되지 않았음에도 이 같은 첨단 금융거래를 영위할 수 있는 것처럼 가장해 소비자를 현혹한다.

예를 들어 A업체는 증권가에 화려한 증권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호도해 자금을 모집했다. '원금 보장과 매월 10% 내외를 확정 보장 (연 180%)'이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FX마진거래에 투자하고 있어 투자 원리금 보장이 가능하다고 광고하다가 적발됐다.

B업체는 '금융+기술' 합성어인 핀테크 (FinTech)를 내세우며 선진 재테크라고 주장하다가 적발됐다. 정회원 가입비 37만원을 송금하면 가상화폐인 'CB-Coin'이 사용되는 어플을 제공한다고 주장. 이 어플에 게시되는 광고만 클릭해도 매일 4000원, 한 달 8만원의 광고수익금과 함께 꾸준히 이용할 경우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를 유인한 것.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고수익과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정하는 경우에는 금융사기를 의심할 것”을 당부했다.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도 사칭= 최근 비트코인 거래 활성화를 이용해 국내 최초로 개발된 가상화폐 (Virtual Currency, Coin=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정보로 저장 및 거래되어 교환수단, 회계단위, 가치저장수단으로 사용되는 민간화폐)도 사칭의 사례로 강력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코인 수량이 한정돼 희소성으로 가격이 계속 상승해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투자자를 현혹한다”고 금감원측은 소개했다. 지난해 수사통보된 사례만 23건에 이른다.

가령 C업체는 독일에 본사가 있는 신개념 글로벌 재테크회사라며 금 생산, 제련, 전 세계 유통, 디지털화폐 (코인)를 발행·유통하는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 시 6개월에 400%의 확정수익을 지급하고 환불 요청 시 언제든 돌려주는 조건으로 투자를 모집하다 걸렸다.

금감원측은 “가상화폐 투자로 고수익 보장을 언급할 경우 실제 통용되는 것인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비트코인 같은 통용 코인을 내세우더라도 단지 가격상승사례로 삼는 등 허울뿐인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비상장주식 통해 고수익 투자 유인=주식시장 상장이 불가능한 업체를 곧 상장될 수 있는 것처럼 가장해 상장 시 주식가치가 폭등할 수 있으니 비상장주식을 매입하라고 유인하는 수법도 잦다. 지난해 수사통보 사례만 전년보다 2건이 늘어나 8건에 달했다.

이들 회사는 투자 유인 뒤 금액이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주식가격이 너무 올라 액면분할을 한다며 투자자에게 재투자를 요구한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식 인가받은 금융회사는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모집이나 투자권유를 하지 않는다”며 “투자대상 회사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여부를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