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라라랜드'.
작품·감독상 등 14개 부문 노미네이트…27일 '주목'
'컨택트'·'문라이트'·'펜스'·'맨체스터…'와 치열한 경쟁
이달 27일(이하 한국시각) 개최되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앞서 골든 글로브를 휩쓴 '라라랜드'가 오스카마저 휩쓸 것인지 아닌지이다. 다른 작품들은 얼마나 선전할 것인지 팬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LA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라라랜드'는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녀주연상, 음악상, 주제가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모두 수상하면서 74년 역사상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아카데미협회는 지난달 25일 최종 후보를 공식 발표했다. '라라랜드'는 올해 최고 화제작임을 입증하듯 작품, 감독, 남우주연, 여우주연, 각본, 촬영, 미술, 의상, 편집, 음향, 음향편집, 음악, 주제가상 등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특히 주제가상에는 'Audition', 'City Of Stars' 두 곡을 후보에 올렸다.
과거에도 '라라랜드'처럼 오스카 독주가 예상됐던 작품들이 있다. 역대 최다 후보를 배출했던 영화 '이브의 모든 것'(1950)과 '타이타닉'(1997). 특히 '타이타닉'은 지난 1998년 열린 제 7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등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이 중 11개의 부문상을 거머쥐었다. '타이타닉'에 앞서 조셉 L. 맨키위즈 감독의 '이브의 모든 것'은 1951년 제 2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14개 후보를 배출했다. 하지만 14개의 트로피 중 5개만 가져오며 평범한 결과를 기록했다. 지난 2000년부터 10개 이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평균적으로 4개의 오스카를 가져갔는데 '라라랜드'가 '이브의 모든 것'의 전철을 밟을지, '타이타닉'의 영광을 뛰어넘을지 오스카만 알고 있다.
부문후보에는 가장 많이 올랐지만 '라라랜드'의 수상이 쉽지만은 않다. 우주에서 온 의문의 신호를 밝혀야 하는 언어학자와 물리학자의 이야기인 '컨택트'와 전세계 영화상 137관왕을 휩쓴 '문라이트'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라라랜드'의 앞길에 고춧가루(?)를 뿌릴 준비를 끝마쳤다.
벤 애플렉의 친동생이자 38개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시 애플렉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맷 데이먼 제작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제 2차 세계대전에서 75명의 생명을 구한 데스몬드 도스의 전쟁 실화를 담은 '핵소 고지'와 함께 6개 후보에 올라 수상을 노리고 있다.
다섯 살에 길을 잃고 호주로 입양된 사루가 구글어스로 25년 만에 집을 찾아가는 기적의 감동 실화를 그린 '라이언' 역시 작품, 남우조연, 여우조연, 각색, 촬영, 음악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로스트 인 더스트'가 작품, 남우조연, 각본, 편집 4개 부문 후보, '펜스'가 작품, 남우주연, 여우조연, 각색상까지 4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히든 피겨스'는 3개 부문, '재키' 역시 3개 부문 후보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라라랜드'의 앞길에 고춧가루(?)를 뿌릴 준비를 끝마친 '펜스'.
이번 시상식은 독특한 기록도 여럿 가지고 있다. 20명의 배우 후보 중 '펜스'의 덴젤 워싱턴, 비올라 데이비스를 비롯해 7명이 유색인종이다. '보수적인 시상식', '백인을 위한 시상식'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받아왔던 아카데미협회가 이번 시상식을 통해 '다양성'을 강조하려 한 흔적인 셈이다.
지난 2009년 '다우트'를 통해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됐던 비올라 데이비스는 올해 '펜스'로 세 번째 오스카 후보의 영예를 안으며 우피 골드버그를 제치고 가장 많이 오스카 노미네이트된 흑인 여성배우가 됐다. 또 '문라이트'로 감독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배리 젠킨스 감독은 이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네 번째 흑인 감독이며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로 동시에 이름을 올린 오스카 최초의 흑인 감독이다.
배우 최초 20번째 오스카 후보에 오른 메릴 스트립(플로렌스)은 1982년 작품 '소피의 선택'과 2011년 작품 '철의 여인'으로 두 번의 여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선 엠마 스톤, 나탈리 포트만에 밀려 수상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라라랜드'를 연출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드럼을 공부하는 음대생과 그를 가르치는 폭력 교수의 이야기를 다룬 '위플래쉬'로 지난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버드맨'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고 이번 영화를 통해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32세의 다미엔 차젤레가 감독상을 거머쥘 경우 아카데미상 역대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가 된다.
또 이번 시상식에선 한국 영화들의 선전도 기대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외국어영화상에 송강호, 공유 주연의 '밀정'(감독 김지운)을 출품했으나 1차 후보 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했고 깜짝 후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미술상 노미네이트는 불발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가 수상을 싹쓸이할지 다른 영화들의 예상밖 선전이 나올지는 오는 27일 채널CGV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