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임박…주춤했던 '촛불' 다시 타오른다

그동안 소강상태에 빠졌던 촛불집회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직전인 2일 전국 232만명이 촛불을 든 이후, 설 연휴와 한파 등으로 올해 1월은 촛불집회가 주춤했다.

하지만 2월 '탄핵 인용 위기론'이 고개를 들자, 촛불시민들은 다시 광장으로 모이기 시작, 지난 4일 40만이 모인 이후, 그 다음 주인 11일 80만 명으로 두 배 늘어났다. 또한 지난 18일 총 84만 명으로 늘어나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변함없는 민심을 드러냈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퇴진'을 외친 촛불집회는 지난 해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2만 여명으로 시작됐다. 이후,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경악한 시민들은 '촛불'을 광화문 광장으로 옮겨 전국을 불 지폈다. 

회가 거듭될수록 매주 참여인원은 가파르게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앞둔 6차 촛불집회에선 '탄핵안 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점을 찍어 처음 인원의 10배를 훌쩍 넘긴 232만 명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후, 연말과 설 연휴, 한파 등으로 참여 인원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1월 14일 열린 12차 촛불집회에선 14만 명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 촛불 재 점화를 일으킨 '탄핵 위기론'= 소강상태에 이르렀던 촛불집회가 최근 2주 연속 80만 명의 인원을 넘어선 것은 박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지난 해 말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등 30여개 보수단체가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를 발족한 이후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탄핵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탄핵 찬성 여론은 '8:2'로 지난 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지난 7~9일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 탄핵 찬성 비율은 79% 반대는 15%다.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가 계속되고 박 대통령 지지층 결집을 위해 자유한국당 김문수·이인제 대선주자와 김진태 의원 등이 집회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 변호인 측이 사건과 무관한 증인을 대량 등록 하는 등 '전략적 시간 끌기'로 인해 헌재의 탄핵 선고기일이 예상보다 늦어지며 2월내 탄핵결정이 무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탄핵 인용을 희망하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설마'하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이에 조기 대선에 집중하던 야권은 '탄핵 위기론'을 들며 "다시 촛불을 높이 치켜세우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야권 주요 대선주자들은 계획된 일정을 제쳐두고 다시 '탄핵'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전국 각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18일 총 84만명이 모인 16차 촛불집회에도 서울 광화문광장에 문 전 대표, 안 지사 등이 참석했다.

탄핵기각에 대한 불안감과 야권 대선주자들의 목소리로 촛불집회 인원은 다시 늘었다. 지난 11일 열린 15차 촛불집회는 80만 명을 기록해 40만이었던 지난주의 두 배 인원으로 껑충 뛰었다.

☐ 이재용 구속 후 첫 촛불집회…한 목소리로 "대통령 구속까지"= 18일 열린 16차 촛불집회 역시 4만이 늘은 84만 명이 모였다.

16차 촛불집회의 공식 주제는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 등 이었다. 시민들은 "박근혜도 구속하라, 특검연장 시행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집회 거리에서 닭의 탈을 쓴 한 참가자는 목에 건 포승줄을 걸고 무릎을 꿇는 등 '박 대통령구속 퍼포먼스'를 보였다. 애완견을 끌고 집회에 참가한 참가자는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강아지 몸에 붙였다.

이날 집회에선 박 대통령을 향해 '퇴장'을 의미하는 '레드카드'를 높이 드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박근혜·황교안 퇴진'이 적힌 빨간색 한지를 덧댄 휴대전화 화면을 이용해 광화문광장을 붉게 물들였다.

매주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김 모씨(23)는 “금요일 출근길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에게 관련 뉴스를 공유하기 바빴다”면서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긴장을 늦추지 말고 집회에 꼭 참여해 탄핵 인용을 이뤄내야 한다"고 전했다.

☐ 헌재결정 임박…더 뜨겁게 타오를 '촛불'= 탄핵 선고 기일이 3월 9일로 예상되며 남은 3주간 촛불집회는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0-24일 동안 평일 저녁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5일엔 전국적으로 '집중 촛불집회'를 예정 중이다. 19일 홍보 동영상을 발표해 '총궐기'를 촉구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촛불집회가 진행됐던 주말이 아닌 3.1절에도 공식집회를 개최할 개획이라고 밝혔다.

'퇴진 행동' 측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탄핵 인용이 될 때까지 지금과 마찬가지로 촛불집회를 계속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탄기국' 역시 3.1절에 총력 결집을 예고했고, 그때까지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권 정치인들 역시 앞으로 태극기집회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측 간의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