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핀 칠십리공원~서귀포항 절경에 반하고, 이중섭 화가 예술혼에 취하고

제주도에 봄의 전령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서귀포 칠십리공원은 졸업시즌이 시작되는 이맘때 매화가 환하게 피어나면서 손님맞이를 준비한다.

칠십리공원 호수가 파란 하늘에 얹힌 하얀 솜사탕 같은 구름과 눈 덮인 한라산을 담아내면 아름다운 풍경 한 상이 차려지고 천지연 폭포의 물소리와 잘 다듬어 놓은 계곡의 풍광을 디저트로 내놓으면 마음이 부르고 눈이 행복해진다.

공원 맞은편 언덕길에는 서귀포 예술의전당과 기당 미술관이 있어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특히 기당 미술관은 화가 변시지의 유작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제주도에서 바람의 화가로 알려진 변시지의 작품은 그가 홀로 이곳 서귀포에 살면서 외로웠던 흔적이 묻어 있다.

칠십리 공원에서 서귀포항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새연교를 건너 새섬으로 한 바퀴 돌아 걷다보면 새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살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새연교가 만들어지기 전 이곳은 새들만의 섬이었는데 이젠 사람들이 새들의 자리를 빼앗아 버린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여름이면 이곳 새연교에서 음악회가 열리고 밤마다 축제가 열린다. 

겨울에는 이곳을 걷는 사람들과 잠수함을 타고 바다속을 관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는 하나 밤이면 야경이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세연교를 돌아 서귀포항에 정박한 배들과 떠나는 배를 바라보면 '수평선에 돛단배가 그림 같은 내고향 칠백리 바다 건너 서귀포를 아시나요 한라산 망아지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줄기줄기 폭포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그리운 내고향 서귀포를 아시나요'라는 노랫말의 '서귀포를 아시나요' 노래가 떠오른다. 

노랫말 속에 나오는 폭포가 많은 서귀포다. 서귀포 항구 안쪽으로 계곡을 따라 10여분 걸어가면 천지연 폭포가 있다. 언제 걸어도 아름다운 길이다. 그 끝에 자리한 작은 폭포는 그야말로 하늘의 아름다움을 이곳에 뿌리고 있는 듯하다.

여러 가지 전설을 갖고 있는 천지연 폭포는 아무런 말이 없다. 사람들의 오고가는 소리와 환호성에 그저 귀만 기울여 주는 듯하다. 

천지연 폭포를 돌아 나와 칠십리로를 따라 계속 걷다보면 화가 이중섭이 아이들과 제주말로 '깅이'라고 하는 작은 게를 잡고 놀던 자구리 해안이 나온다.

자구리해안은 여러 가지 미술품이 전시된 야외 미술관으로 만들어져 있다.

화가 이중섭이 피난 와 살던 서귀포는 그래도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그의 유작에는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보낸 추억이 가장 많이 담겨 져있고 담배 종이에 그린 그림이라고는 하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그에게는 굳이 생각을 하지 않아도 그림에 담고 싶었던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 같다. 

자구리 해안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진시황이 불로초를 얻으려 서복을 이곳 제주도까지 보냈으나 서복이 다시 돌아가지 않아 진시황이 죽었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서복 기념관이 있다. 

실제 서복이 다녀갔다는 것을 정방폭포에 있는 바위에 새겨 두어 그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하지만 서복이 찾으려 했던 불로초는 시로미라는 열매라고는 하나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제주도에 그 불로초가 있다는 것을 진시황 때부터 알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서복전시관 우측으로 따라가다보면 작은 공간의 정원에 한 여름 이곳에 앉아 더위를 피해 독서를 하면 좋은 정자가 있다.  조용한 이곳은 모르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걷다가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라 정방폭포로 가는 길에 왼쪽 편의 작은 둥근 입구 안으로 들어가 보면 놀라게 될 것이다.  정방폭포는 한참 아래로 걸어 내려가야 한다. 계단을 밟고 내려가 길게 뻗어 내리는 물줄기를 보면 천지연 폭포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정방폭포 주차장 건너편에는 이왈종 화가의 미술관이 있다. 화가 이중섭, 이왈종 두 사람 모두 제주도에 와서 행복한 삶을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중섭 화가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생활이었고 이왈종 화가는 좋아하는 골프를 제주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어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마냥 행복해 보이는 그림을 그렸다.  

다시 발길을 돌려 이중섭 거리를 향해 올라가다 보면 작가산책길과 만나게 된다. 

거리 미술관을 만든 작가산책길은 서귀포를 살아있는 미술관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곳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 만들어 보겠다는 신념이 만들어낸 곳이기도 하다. 이중섭 거리에는 이중섭 미술관과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살던 한 평 남짓한 초가 샛방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실제 집주인이던 할머니는 아직 이곳에 살고 있어 거장으로 남은 화가 이중섭의 숨결을 간접으로 만나볼 수도 있다. 

이중섭 거리는 크고 작은 예술인들의 갤러리 공간과 점포들로 마치 작은 인사동 거리를 연상케 한다. 

거리 중간에는 뼈대만 남아있는 극장이 옛 모습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고, 토요일이면 이주 작가와 도내 작가들이 함께 여는 토요 예술장터가 열리기도 한다.

긴 거리를 돌아 걷다 지치고 배고픔은 이중섭 거리 맞은 편 서귀 매일장에서 풀 수 있다. 

옛 장터의 모습을 간직한 이곳에는 제주도 토속 음식과 여러 가지 먹거리가 준비돼 있다. 

서귀포의 구도심은 밤늦도록 불빛이 화려하다. 아침 일찍 갈치국을 먹는 사람은 아마도 도심의 화려한 야경을 즐긴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