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층에 살고 있는 김모(56세)씨는 얼마 전 엘리베이터가 멈춰 고생을 한 이후로 저층부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비상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고 출구로 나가기 위해 비상계단을 이용해 내려와야하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불안감이 엄습해 잠을 설치는 날이 허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 로열층의 기준이 저층부로 향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는 일조권 및 조망권이 우수한 중간층을 로열층으로 지칭하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며 펜트하우스로 거듭난 최상부층 역시 뛰어난 조망 프리미엄으로 높은 선호를 받아왔다.
이에 반해 저층의 경우 사생활 침해와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답답한 조망권이라는 단점 등으로 애물단지로 분류됐지만 최근 건설사들이 특화설계, 조경특화 아파트 단지를 선보이며 저층부가 새 로열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저층의 취약점으로 꼽히던 보완 문제는 적외선 감지기, 첨단 센서 등을 사용했는가하면 필로티 설계를 통해 사생활 노출 문제를 없애고 천장고를 높여 개방감을 극대화해했다. 또한 저층만을 위한 넓은 테라스를 만들어 부족했던 일조량을 확보하고 단지 내 녹지율을 높여 에코·힐링을 중시하는 주거 트렌드의 변화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각광받으며 굳이 고층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저층 프리미엄을 내세운 아파트 단지들이 분양시장에서 좋은 성적표를 거머쥐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항시 남구 주요 도심에 들어서는 '포항자이'가 저층특화 아파트로 손꼽히고 있다.
이 단지는 1567가구의 대단지에 걸맞게 단지 내 대규모의 테마공원이 구성되며 주차장을 100% 지하화해 답답한 조망권이라는 저층의 단점을 무색케 했다. 내부는 통풍이 가능한 4베이(Bay) 판상형 평면으로 설계되며 15%대의 건폐율과 넓은 동간거리로 단지의 개방감을 극대화해 분양 당시 특별공급을 제외한 1163가구 모집에 총 3만9587명이 몰려 평균 34대1, 최고 1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분양권에 1000만원에서 3000만원 가까이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청약 경쟁률뿐만 아니라 매매가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아파트를 둘러싸는 산책로와 캠핑장, 텃밭을 비롯해 실개천 등 다양한 조경 공간이 조성돼 동탄2신도시에서 조경 특화단지로 유명한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의 경우 전용 97㎡ 5층이 지난 9월 6억6000만원에 거래된 반면 비슷한 시기에 10층은 6억4000만원에 거래돼 2000만원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저층이 특화설계를 덧입어 단점이 보완되고 눈 높이에서 마주할 수 있어 안정감을 선사한다는 점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 출퇴근 시간 단축은 물론 화재나 지진 등의 재해 발생 시 대피 시간에서 조금 더 자유로우며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등 저층만의 혜택이 더욱 부각되며 선호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