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 것과 관련, "이번 탄핵은 국민의 요구로 시작되어 국민의 의지로 이루어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담화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떤 권력이나 집단도 주권재민의 헌법정신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재확인하고,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며 "위기와 혼란의 순간에도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보여주신 국민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엄중한 결과에 대해 우리 국민 모두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다양한 주장과 요구를 존중하는데서 출발한다"며 "우리가 피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하게 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수용과 상대에 대한 포용이다. 그동안 헌재 결정을 앞두고 크고 작은 갈등과 마찰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미래를 준비할 때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라고 '통합'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통령 탄핵은 부끄러운 과거와의 결별이다. 권위주의,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 적폐 청산은 시대적 요구"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과 설계를 위한 소중한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을 향해 "통렬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탄핵 사태는 대통령 개인과 측근의 문제를 넘어 한국정치가 안고 있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의 결과물이기도 하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체제 문제, 허약한 정당정치, 당리당략을 앞세운 비타협주의와 승자독식 등 정치권이 묵인해 온 제도와 관습이 적폐를 키우는 온상이 되어왔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 정치가 탄핵되었다는 심정으로 정치개혁에 매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정치권은 탄핵 결과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서도, 정치적 셈법을 위해 활용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새로운 분열과 분란을 조장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헌재 결정으로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의 불확실성은 해소되었지만 일정기간 국정공백은 피할 길이 없다. 국회와 정부는 국정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고 당면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이제 조기 대통령 선거가 현실이 되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고 치르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공정하고 차분한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이제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의장은 국민들을 향해서도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 외교,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엄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지혜와 하나 된 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작은 차이와 이견을 극복하고 소통과 합의를 통해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길에 국회가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 대한민국의 위대한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