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실시되는 제30대 세무사회장 선거에 뛰어든 두 명의 세무사가 백운찬 현 세무사회장에 대한 비방으로 가득한 수십 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세무사회원들에게 무차별 배포했다.
두 사람 모두 제30대 세무사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인 '백운찬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제목이 비슷한데…혹시?" = 지난달 30일자로 전국의 세무사회원들에게 발송된 것으로 알려진 김완일 전 세무사회 부회장의 문서(왼쪽)와 이창규 전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의 문서(오른쪽). 두 사람이 보낸 문서는 유사한 문체와 제목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대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회원들은 속았다"…제목부터 내용까지 '기승전백운찬 비방'
두 사람이 작성한 문서는 선거규정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동일한 시점(3월30일)에 우편 발송, 지난 4월3일과 4일 사이 순차적으로 세무사회원 사무소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의 내용은 온통 백운찬 현 세무사회장에 대한 비방.
마치 두 사람이 '파트'를 나눈 듯(?) 이 전 서울회장의 문서에는 백운찬 현 세무사회장 개인을, 김 전 부회장의 문서는 세무사회 운영(회비 사용 등)을 주요 테마로 잡은 모습이다.
제목 또한 '12,000명 회원을 속이려 하면 안됩니다(김완일)', '12,000명 회원들은 속았습니다(이창규)' 등으로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다만 김 전 부회장은 '목 놓아 우노라! 우리 세무사회가 어찌 이렇게 되었습니까?'라는 제목의 문서를 더 첨부해 보낸 것이 다를 뿐이다(해당 문서의 내용 또한 온통 백운찬 현 세무사회장 비방).
이 전 서울회장은 "백 회장이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않겠다고 해놓고 정당 비례대표 신청을 하는 등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봤고, 이 부분을 회원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전 부회장도 우편물을 발송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김 전 부회장도 "과거 부회장 재직시절부터 백 회장이 독단적인 스타일이고 회원들만을 위한 입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문서를 우편으로 발송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세무사회 '격분'…"분열 조장하는 구태세력 꾸짖어 달라"
세무사회는 이들이 보낸 문서와 관련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특히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이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세무사회는 5일 전국 세무사회원 사무소에 공문을 발송, "이창규·김완일 회원이 사실을 왜곡한 우편물을 발송해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조악하고 어이없는 내용들이어서 일일이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며 이는 임원선거관리규정을 위배한 불법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우편물들은 회장 임기를 평생 2회로 제한하는 개혁조치에 반대하고 공익재단 이사장직을 세무사회장에게 이양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세력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은 배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우편물 내용은 허위사실로 지난 2년 동안 지속적으로 업계 분열과 갈등을 부추겼던 특정 세력의 악의적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며 "이런 불순한 행동을 통해 세무사회를 사조직화 해 분열과 파벌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세무사회는 "1만2000명 회원의 이름으로 업계와 회를 좀먹는 이런 불순한 책동이 당장 중지될 수 있도록 엄하게 꾸짖어 달라"며 "회는 회원을 기망하여 회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무사회원들 "정말, 한심하다"
한 세무사회원은 "문서 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참으로 낯뜨거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며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현 집행부를 공격하는 이런 문서를 여기저기 뿌리는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회원은 "문서 내용을 읽어보면 결국 자신들이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2년 전 선거 때도 분열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선거판이 엉망이었는데 이번에도 또 '분열 프레임'을 선거전에 이용하기 위한 것 아닌가 싶다. 자신들이 회원들을 분열시키면서 입으로는 화합을 이야기 할 자격이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세무사회원은 "아무리 선거라지만 이것은 해도 너무한 처사다. 정작 자신들은 그동안 정말 깨끗하게 살아왔는지, 회원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도 묻고 싶다. 업계를 대표하는 중진들이 자중하기는 커녕 사리사욕에 눈이 먼 것 아닌지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