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메리츠 2위 키움 3위 교보…꼴찌는 한화
17개사 중 15사 ROE 감소…증자 불구 실적 부진
◆…자료 :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 )는 2015년 ROE 순위
지난해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앞 다투어 유상증자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웠지만 증권업계 전반에 불어 닥친 수수료수익 감소 여파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17일 증권사들이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공시한 2016년 결산 실적에 따르면 상위 17개(자본 기준) 증권사의 지난해 ROE는 평균 4.0%로 전년 7.5% 대비 3.5%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새롭게 통합 법인으로 시작한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제외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기업들이 자기자본을 가지고 얼마나 이익을 올렸는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ROE 톱5에 메리츠·키움·교보·유진·한국투자 순 랭크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지난해 14%의 ROE를 기록해 업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 다음으로 키움증권(12.6%), 교보증권(8.9%), 유진투자증권(7.2%), 한국투자증권(6.6%) 순으로 상위 5개사에 올랐다.
반면 한화투자증권(-20.5%), 동부증권(0.1%), 하이투자증권(0.2%)은 전년과 같이 하위 3개사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대상 17개 증권사 가운데 전년보다 ROE가 떨어진 회사는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삼성증권,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등 15개사에 이르렀다. 반면 동부증권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ROE를 끌어 올렸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작년 ROE는 14.0%로 전년도에 비해 9.2%p나 떨어진 수익률을 나타났다. 이는 흑자기조를 보이고 있는 증권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이익률이 떨어진 케이스다. 이 회사는 작년 업계에서 가장 많은 25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전년 2968억원에 비해 이익이 14.76% 감소한 실적을 보였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2015년에는 정상적인 수익 외에 일시적인 수익이 제법 컸기 때문에 높은 ROE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부터는 정상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고 여기에 더해 자기자본이 계속 커지고 있어 ROE 수치가 다소 감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위를 차지한 키움증권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p 하락한 12.6%의 ROE를 기록해 두 자릿수를 계속 유지했다.
교보증권은 3%p 가까운 하락률을 보였다. 이 회사는 2015년 11.8%의 ROE를 기록했지만 작년 8.9%를 기록해 수익성이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작년 63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768억원에 비해 17.45%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재작년 업계 7위에서 4위로 1년 사이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ROE가 1년 전보다는 다소 떨어졌으나, 여전히 7%대를 웃도는 ROE를 유지했다. 이 회사는 재작년 453억원에서 지난해 4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꾸준한 실적유지가 ROE선방의 이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다른 증권사의 실적이 많이 악화됐기 때문에 ROE가 떨어진 반면 재작년과 비슷한 당기손익을 올린 것이 7%대의 ROE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도 전년 303억원에 비해 5.94% 상승한 321억원의 당기손익을 올려 6%대의 ROE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ROE 순위도 재작년 11위에서 작년 6위까지 껑충 뛰었다.
한국투자증권의 작년 ROE는 6.6%로 전년에 비해 1.3%p 감소했다. 지난해 24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전년 2560억원에 비해 4.8%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NH투자증권(4.6%)는 유일하게 전년도와 똑같은 ROE를 기록했다. 지난해 다른 증권사들이 실적개선에 실패하는 사이 나홀로 이익 규모를 키운 것이 주효했다. 이에 순위도 14위에서 9위로 5계단 끌어올렸다.
삼성증권은 ROE가 전년도 7.4%에서 지난해 4.5%로 추락했다. 삼성증권은 작년 11월 삼성생명에 29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했고 다음 달인 12월엔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어 3월에도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자기자본 4조원 대열에 합류했다. 자본이 늘어났지만 오히려 이익은 줄어든 영향 때문에 ROE가 급감한 것이란 평가다.
1년 전 업계 4위를 유지하던 신한금융투자는 실적 부진 속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신한금투의 작년 ROE는 4%대 초반에 머물며 9%에 달하던 수치가 반 토막 났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재작년 업계 5위권의 ROE를 올렸지만, 1년 사이 12위로 주저앉았다. 이 회사는 1년 전 ROE가 9%에 육박했으나 실적 부진 영향으로 4%대로 대폭 떨어졌다.
하이투자증권(0.2%), 동부증권(0.1%), 한화투자증권(-20.5%)은 하위권에 포진했다. 하이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ROE가 1년 새 3.9%p, 19.4%p 떨어지면서 각각 15위, 꼴찌에 랭크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1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데 그쳤고,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657억원의 당기손실을 기록, 전년에 비해 1783%나 손실이 증가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동부증권은 2015년 4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억원의 당기손익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마이너스 ROE를 탈출했다. 통상 적자 기업들의 경우 ROE가 음수로 계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