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9사 중 12사 신용이자수익 증가…투자자 리스크 커져
신용이자수익 많은 톱5에 한국·NH·KB·삼성·키움증권
이자수익 증가율은 1위 유안타, 2위 유진, 3위 삼성 순
◆…자료 :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 ) 속은 2015년 순위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빚을 내 주식을 사는 공격적인 투자자에게 가장 많은 돈을 빌려 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증권사들이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공시한 2016년 결산 실적에 따르면 상위 19개(자본 기준)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업계에서 가장 많은 1161억원의 신용공여이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 다음으로 NH투자증권(1119억원), KB증권(1025억원), 삼성증권(985억원), 키움증권(982억원) 순으로 상위 5개사에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2015년만 해도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어 4위의 신용공여수익을 보였지만 지난해 9.0% 늘어난 1161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두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고객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NH투자증권은 전년도보다 신용이자수익이 64억원 줄어든 1119억원으로 2위를 유지했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올해 새롭게 통합 법인으로 시작한 KB증권의 경우에도 1025억원의 수익을 신용공여이자로 올렸다. 이 회사는 전년에 비해 121억원 신용이자수익이 감소했지만 턱걸이로 1000억원대의 이자수익을 유지했다.
금액기준으론 삼성증권이 가장 많은 170억원 증가
지난해 신용이자 수익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회사는 삼성증권으로 가장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증권은 전년 815억원에 비해 170억원(21.0%) 늘어난 985억원의 신용공여수익을 거뒀다. 이어 키움증권이 전년도보다 117억원 불어난 982억원의 수익을 올려 나란히 4, 5위에 랭크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825억원의 신용공여이자수익을 달성하면서 전년 762억원에 비해 63억원(8.2%) 늘어난 성적표를 받았다.
증가율 면에서는 유안타증권이 전년도보다 23.4% 많은 523억원의 신용공여수익을 올려 가장 높은 증가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유진투자증권(23.3%), 삼성증권(21.0%), 키움증권(13.5%) 등의 순으로 수익 폭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신용공여수익이 증가한 것은 신용금리가 올랐거나 투자자들의 이용규모가 늘어난 것에 따른 것"이라며 "특별히 제도적인 부분으로 장려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침을 겪고 있는 증권업계가 수지개선을 위해 투자리스크가 큰 신용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용거래는 기본적으로 외상 거래인데다 레버리지효과로 리스크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개미들을 대상으로 신용융자 담보유지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돈을 빌려주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작년 국내 주요 증권사 19개사 중 전년도보다 신용공여이자수익이 늘어난 회사는 12개사에 달했다.
업계관계자는 "주식의 거래량이 줄어들어 증권사 주요 수익처인 위탁매매 부문의 수수료 수익이 줄면서 이자수익을 올리는데 치중하고 있다"며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약세장에서는 투자자의 리스크가 커지는 점이 문제"라고 걱정했다.
반면 이번 조사대상 19개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7개사는 신용이자수익이 감소해 대조적이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전년도 1970억원이던 신용공여이자수익이 작년에는 83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재작년 업계 1위의 신용이자매출을 올렸지만, 1년 사이 6위까지 주저앉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회사통합 과정에서 신용공여이자수익을 대폭 줄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전년 대비 55억원 감소한 424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한화투자증권은 전년에 비해 1억원 감소한 162억원의 신용공여 수익을 올려 과거와 비슷한 규모를 이어갔다. 지난해 적자 폭을 18배가량 키운 것에 비하면 회사 매출 방어에 신용이자수익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지난해 1657억원의 당기손실을 기록해 전년도의 88억원에 비해 1783%나 손실이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