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종시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서울 용산에서 살다가 아빠의 직장 때문에 세종시로 오게 되었답니다.
세종시에 간다고 해서 처음에는 새로 지어진 도시로 그냥 막연하게 이사 간다고만 생각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새로 지어진 도시가 아니라 행정구역상으로만 세종시이고 조치원에 더 가까운 면소재지에서도 더 많이 들어간 시골 동네로 이사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제 위의 언니와 제 밑의 여동생, 저를 포함에 다섯 식구입니다. 저도 이름이 남자이름 같고 동의하기 조금 그렇지만 엄마를 많이 닮은 딸이랍니다.
아빠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오시면서 좋은 쪽으로 전원생활, 그리고 공기 맑은 곳에서 지내는 것만 말씀하셨지만 여러 가지 가정상황상 형편이 좋지 않아서 이곳으로 내려오게 되었다는 것은 여기로 내려올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에겐 좋은 쪽으로 말씀해 주시고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이전보다 더 많이 아빠와 엄마가 신경을 쓰시는 것 같아서 말로 제대로 표현해본 적은 없지만 너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빠는 지금 요양보호사로 어르신 한 분을 돌보고 계신데 나중에는 요양보호시설을 운영하실 계획과 준비를 함께하고 계십니다.
엄마는 3년 전부터 세종 주야간 보호센터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계십니다. 몇 년 후에는 연세 드신 어르신들을 돌보는 센터를 아빠와 함께 운영하고자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언니는 ◯◯여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고, 저는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고, 제 동생은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생각해보니 초, 중, 고에 한 명씩 학생이 저희 집엔 있네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학년에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아빠와 엄마는 늘 열심히 일하시는데 저희에게 별 말씀은 하지 않으시지만 생활비를 늘 학원비와 공부하는 데 필요한 곳부터 쓰셔서 우리가 다른 새로운 것들을 배우거나 시작하는 건 너무 어려운 듯합니다.
중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제가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직업은 제빵사입니다. 빵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들과 빵 굽는 냄새, 냄새를 맡으며 보내는 기다림, 마지막에 나오는 결과물인 빵이 다 만들어지고 그 빵을 다른 사람들이 먹으면서 맛있다고 하면 지금 그만큼 행복하고 좋은 일은 제겐 없을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빵을 만드는 유명한 블로그에서 지금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또 그 블로그에서 지금은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 나름 유명합니다. 저의 자랑이 많이 들어가 있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빵사 자격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빵에 대한 저의 관심 때문에 작년 초부터 내내 아빠에게 빵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오븐을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빵을 제대로 굽는 데 아무리 작은 가스오븐이라도 아주 많이 비싼 것으로 알면서도 아빠에게 사달라고 하면 아빠는 부탁을 받으시면서 별말씀 하지 않으시지만 긴 한숨을 쉬시며 제가 있는 곳을 피해서 나가시곤 하셨습니다.
꿈이 나중에 바뀔 수도 있지만 그래도 꼭 해보고 싶은 제빵사가 되려면 오븐이 필요하다는 생각만 하고 버릇없이 조른 것 같아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죄송합니다.
작년 5월쯤인가 아빠가 서재에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편지로 온 안내글 중에 자녀장려금 신청 안내문을 저에게 설명해 주시면서 자녀장려금을 신청해서 받게 되면 그때에도 저의 꿈이 바뀌지 않았다면, 오븐을 사주시겠노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냥 그때는 아빠가 약속만 해주셔도 고마웠고, 사실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답니다.
3~4개월이 지난 후에 아빠가 저와 하신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자녀장려금을 받으신 후에 저희 세 자매를 부르셨습니다.
아빠는 저희들에게 자녀장려금을 주신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얼마를 주었는지를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데 돈을 쓸데가 많이 있지만 이번에 받은 자녀장려금은 그 말 그대로 사용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덧붙여 고마움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아빠의 말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가족이 받은 자녀장려금은 나라에서 공짜로 우리에게 준 돈이 아니야, 공짜라고 생각하면 절대로 안돼! 이 돈은 나라에서 분명 누군가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 가운데서 세금을 거두어 조금 형편이 어려운 자녀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목적에서 주는 거야! 이 돈은 절대로 공짜라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 다른 데 쓰는 것보다 정말로 꿈을 이루는 데 쓰여져서, 꿈을 이루게 되면,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돈이야. 잊지 말길 바래"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시면서 어떻게 사용할지를 저희들과 의논하셨습니다.
먼저 자녀장려금으로 저희들 방에 독서실용 책상을 3개 구입하는 데 쓰기로 동의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작은 앉은뱅이 책상에서 공부하거나 누워서 했습니다.
두 번째로 언니에게는 필요한 자습서와 읽어야 할 고등학교 필독서들을 구입하기로 하였습니다. 빌리는 시간을 조금 더 줄여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고 아빠의 신조 가운데 하나입니다만 책은 빌려서 읽는 게 아니라 사서 내 책으로 공부하고 읽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기에 언니도 기쁘게 동의했습니다.
세 번째로 몇 개월 전에 저와 말씀하신 약속을 지켜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아직도 꿈이 제빵사 되는 것이 변하지 않았냐고 다시 확인하시면서 약속대로 오븐을 사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빵용 새 오븐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살 수 없어 오븐 기능이 제대로 들어가 있는 가스오븐을 중고로 사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인터넷에서 고르고 골라 아빠가 차를 가지고 서울까지 가셔서 쓰던 것을 저렴한 가격에 사주셨습니다. 집에 오븐이 도착한 순간에 너무너무 기뻤답니다.
네 번째로 막내동생에게는 일년 전까지 다니다가 끊은 피아노학원에 다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녀장려금으로 우리 가족이 받은 돈이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녀장려금 때문에 우리집 세 자매들이 얻은 기쁨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빠 말씀처럼 꿈을 이루면 지금 받은 도움을 그때까지 잊지 않고 잘 간직하고 있다가 다시 돌려주겠다고 저 자신과도 약속했습니다.
저의 꿈은 제빵사가 되는 것입니다. 나중에 제가 만든 빵을 누군가 먹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꿈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겠습니다. 이렇게 도움주신 우리나라, 그리고 제가 알지 못하는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수기 작성자 : 세종시 김◯◯ (공주세무서 출품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