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통한 국가 대개혁 기치를 내세우며 지난 10일 공식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개혁을 위한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의 개혁의지를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척도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차관급 공직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문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자로 호남 출신 이낙연 현 전남도지사를 낙점한 상태.
각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인 후보자 지명은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완료된 이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장이 국가정보원장, 경찰청장, 검찰총장 등과 함께 '권력기관장'으로 분류된다는 점, 차관급임에도 불구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임명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임명 타이밍을 빨리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 국세청장 인선 관전포인트-'내부승진' 전통 이어지나
국세청은 다른 중앙부처들에 비해 외부 출신 수장에 대한 '거부반응'이 꽤나 강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외부 출신 국세청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제14대 이용섭, 제18대 백용호) 일사분란함을 생명처럼 여기는 드센 조직 문화를 가진 국세청은 조직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수장이 되어야 조직에 균열이 생기지 않고 국세행정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이에 따라 국세청 안팎에서는 현재 국세청 주요 포스트에 배치되어 있는 내부출신 후보군 중 한 명이 새로운 수장에 낙점되는 것을 최상의 선택으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세청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재임하고 있던 김덕중 전 국세청장이 발탁된 케이스가 있다는 측면에서 국세청 차장과 서울국세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및 무게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동일한 1급 고위직인 부산지방국세청장까지를 내부승진 국세청장 후보군으로 범위를 넓게 잡고 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각 포지션에 포진한 인물들의 출신 지역을 고려하면 상당히 넓은 선택의 폭이 만들어져 있다는 측면에서 비롯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국세청 차장 자리에는 PK출신(경남 진주)의 김봉래 차장, 서울국세청장 자리에는 경기출신(경기 화성)의 한승희 청장, 중부국세청장 자리에는 충청출신(충북 음성)의 심달훈 청장, 부산국세청장 자리에는 TK출신(대구) 서진욱 청장이 각각 포진해 있다.
지난해 연말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면서 임환수 현 국세청장이 '차기'를 염두에 두고 김 차장과 심 청장의 교체타이밍을 늦추면서 만들어진 구도다.
대선 초반 국세청 안팎에서는 이런 저런 차기 구도 시나리오가 나돌기도 했지만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며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기반이 PK(경남 거제)라는 측면에서 지역기반을 공유한데다가 정권 교체기 국세청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꼽히는 김봉래 차장에 대한 주목도만 여전히 높게 형성되어 있는 형국이다.
일부를 제외하고 내부승진 국세청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됨됨이, 조직 내부의 평가와 리더십 등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국세청 조직 내부의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하면 셈법이 다소 복잡해 진다.
만약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1959년 상반기 출생자인 김 차장과 심 청장은 국세청의 고유 인사문화인 '2년 조기 명예퇴직제'에 따라 오는 6월말 명예퇴직을 해야 한다.
내부승진을 전제로 이들 외 1급 인물이 새 국세청장에 낙점된다면 사실상 1급 전원 교체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1급 전체가 교체되면 연쇄적인 고위공무원 인사폭도 당연히 커지게 되는데 뒤를 받쳐야 할 인재풀이 굉장히 제한적인 것이 문제다.
행시 33회 출신인 한 청장 이후 지방청장 이상 고위직 진출이 가능한 자원은 행시 34회 2명(서대원 본청 법인납세국장, 신동렬 대전지방국세청장), 행시 35회 3명(김현준 본청 기획조정관, 양병수 본청 자산과세국장, 이은항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등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신 청장의 경우 1959년 출생자로 2년 조기 명예퇴직제가 적용, 올해 연말까지가 국세청에 근무할 수 있는 한계치다.
비고시 출신들도 있지만 워낙 육성해 놓은 자원이 부족(이미 소진했거나)해 인사의 유연성을 더해 줄 수준이 되지 못한다.
행시 36회~38회까지 범위를 넓히면 인재풀이 풍족해지지만 당장 필요하다고 이들을 여기 저기 다 끌어다 쓸 경우 전체적인 국세청 고위공무원 라인업의 세대교체가 너무 빨라져 버리는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
국세청의 경우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와의 인사 균형도 고려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기획재정부는 자리 부족으로 인해 승진이 상대적으로 느려 행시기수이든 연령이든 국세청 고위간부가 기재부 고위간부들과 너무 큰 차이가 나게 될 경우 업무협력 과정에서 소위 국세청의 '말발'이 먹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국세청은 기재부와의 균형을 위해 인사에 있어서 '속도조절'에 큰 신경을 써 온 것이 사실이다.
최악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유용하게 써먹어야 할 자원들이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우루루 공직을 떠나는 상황으로 연결, 국세청 고위직 인사를 어렵게 만들고 국세청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새 국세청장 인선시 이러한 전반적인 국세청 조직의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