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지점부터 국세청의 무리한 과세권 행사가 이루어진 측면이 강한 이 사건을 풀어낼 열쇠는 온전히 조세심판원 손에 쥐어져 있는 상태다.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코라스와 코엘엔지에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은 대주주인 한국가스공사가 대납을 한 상태이며 코라스와 코엘엔지 명의(청구인)로 각각 지난해 6월20일 심판원에 심판청구가 제기됐다.
생각지도 못한 불똥을 맞은 가스공사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도 국세청이 부인한 세금혜택 추징분에 대해 개별적으로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심판원은 2016년 8월10일 코라스와 코엘엔지 심판청구건을 제1상임심판부에 배정, 심리에 착수했다. 그러나 매끄럽지 못한 심판과정으로 인해 흘러가는대로 두었으면 이미 매조지됐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이를 둘러싼 논란을 촉발시켰다.
◆…코라스, 코엘엔지는 '내국법인'으로 볼 수 없다 =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지난 2016년 10월28일 생산한 질의회신 내용. 세제실 국제조세제도과는 코라스, 코엘엔지 세무대리인 등으로부터 세법해석 의뢰를 받은 후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 등을 거쳐 설립된 SPC(특수목적법인)인 코라스와 코엘엔지는 법인세법 제1조1항 규정에도 불구, 내국법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과세 불가 판정 내린 기재부... '기획재정부국제조세제도과-402'
코라스와 코엘엔지 세무대리인들은 심판원의 심리가 진행되기 전 국세청 과세의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세법해석을 의뢰했다(접수일 2016년 5월30일).
전반적인 사업 진행 상황을 감안할 때 코라스와 코엘엔지가 '내국법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내용의 의뢰였다.
기재부의 세법해석 과정을 둘러싸고 국세청과 세무대리인 사이에 치열한 논리대결이 벌어진 끝에 기재부는 2016년 10월28일 답을 내놓았다.
요지는 (코라스와 코엘엔지를)내국법인으로 볼 수 없다, 였다.
사업 진행을 위해 주무부처 신고 등을 거쳐 세워진 특수목적법인(SPC)을 법이 개정됐다는 이유로 이를 내국법인을 판단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 법의 소급적용 문제 등이 발생할 것을 고려한 해석으로 풀이된다.
사건 담당 심판부는 심리 4개월만인 2016년 12월 인용(납세자 승소)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의 해석이 인용 결정을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 사건에 대한 심판원의 최종 결정은 여태껏 내려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망설이는 심판원, 왜?
통상 상임심판부가 결정을 내리면 조정검토를 거쳐 상임심판부 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검증한 후 하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심판원장의 결재를 거쳐 결정문을 이해관계인들에게 통지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는 신결정사례 또는 법원 판례 등에 따른 종전 심판결정례 변경 사유가 있는 경우 심판원장과 상임심판관 전원, 심판원장이 지정하는 상임심판관과 동수 이상의 비상임심판관으로 구성되는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 상정해 다수결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코라스와 코엘엔지 사건에 대한 상임심판부의 인용 결정이 지난해 12월말을 전후해 내려졌고 이에 대한 조정검토 또한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판원장의 최종 결재는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최근에 와서야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 이 사건을 회부하겠다는 결정만 내렸을 뿐, 안건 상정 여부 등은 그대로 묵혀놓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사건에 대한 심판과정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괴담'까지 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사건을 기각 시킨 후 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집요하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심판원 고위층이 기재부 해석 근거 및 과정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상황이 그렇다 해도 전문가들은 심판원이 이 사건을 왜 '장기전 양상'으로 끌고가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임심판부 결정이 내려진 시점이 지난해 12월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 상정하려 했다면 진작에 상정,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을 지금까지 머뭇거린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세무대리 업계 관계자는 "심판원은 그동안 거액의 세금이 걸린 사안을 신중함을 기한다는 명분으로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경향을 보여 왔다"라며 "심판부의 결정이 나온 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최종 결재 라인에서 5개월의 시간을 끌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 사건과 별개로 심판결정 지연에 따른 납세자들의 경제적, 심리적 피해도 고려한 심판행정을 펼쳐야 심판원이 진정한 납세자권리구제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심판원이 머뭇거리며 허비한 5개월 동안 또 다른 피해가 양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코라스와 코엘엔지가 납부하지 않은 2009년분 법인세 및 가산세(2차 과세분)가 부과됐고, 가스공사 컨소시엄에 참여한 종합상사들에 대해서도 2011년분 세금(해외자원개발투자 배당소득 법인세 감면 등 부인) 추징이 이루어진 것이다.
심판원의 망설임으로 인해 굳이 낼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는 수 백억원의 세금을 납세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한편 심판원은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다면서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조세심판관합동회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 내리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