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시민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민 대통합' 행사로 진행됐다.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행사장에 들어서자, 5·18 희생자 유가족들이 "나가라"고 항의했고, 결국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면서 3000명이 자리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의 분위기는 지난해와 180도 달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입장 도중 포옹을 청하는 한 여성 참석자를 끌어안는가 하면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고개를 숙이며 입장하는 등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지난해와 달리 5·18 유가족이나 4·19혁명 등 관련 단체 관계자 뿐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 일반 시민도 신분증만 있으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방적으로 진행됐다. 국민 모두가 참여해 민주화 역사를 기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유족이 참여하는 '기념공연'도 다양했다. 유족인 김소형씨의 '슬픈생일'이라는 추모사에 이어 가수 권진원씨와 전인권씨가 출연해 '그대와 꽃피운다'와 '상록수'를 각각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18일 9년 만에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제창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임을 위한 행진곡'…온 국민이 제창하는 그날까지 = '5·18 정신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기념식에는 보수정권에 의해 금지됐던 9년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문 대통령이 연단에 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선언하자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5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자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으로, 오늘 이 노래 제창은 그 동안 상처받은 광주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이 1997년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2008년까지 제창됐으나,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 본 행사에서 제외됐고 2011년부터는 합창단의 합창으로 불렸다.
지난해는 정부의 제창 불허 방침에도 당시 여야 지도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자진해 따라 불렀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불참했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은 일제히 입을 꾹 다문채 갈등 양상을 보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5·18 단체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요구를 거부해온 박승춘 당시 보훈처장을 경질하고, 다음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5·18 기념식 행사에 포함시킬 것을 지시한 바 있다.
□ 광주로 모인 대한민국 정치, "호남민심 잡기 총력" = 이날 기념식엔 전날(17일) 임명된 피우진 신임 보훈처장, 여야 5당 지도부와 지난 대선 후보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대표를 포함 100여명의 당 현역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우원식 신임 원내대표는 전날(17일) 전야제에도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광역 자치단체장들도 함께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박맹우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기념식에 참석한다. 다만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미국에 체류 중인 관계로 불참했다.
국민의당은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참패한 호남 민심을 되찾기 위해 광주로 총출동하는 등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1박2일 행사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유동사거리와 금남로 일대에서 각각 열리는 민주대행진과 전야제 행사에 진행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당 지도부와 함께 참석해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만만회' 재판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동철 신임 원내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의 진정성을 광주 시민들께 행동으로 보이기 위해서 왔다"며 호남 민심을 달랬다.
바른정당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포함 이종구 정책위의장, 정병국 전 대표 등이 찾았다. 유승민 의원은 전날 광주를 방문,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가 자리했다. 심 대표와 노 원내대표는 지난해 행사에도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는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