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에서 호랑이 된 文대통령…파격의 연속, 첫 지지율 81.6%

"호랑이 문재인을 보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광폭 행보를 보이며 발 빠르게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

'고구마', '곰'이라는 답답한 별명이 부각됐던 후보시절과 달리 대통령이 되자 그가 앞서 밝힌 대로 '호랑이 문재인'이 됐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앞서 한 라디오 인터뷰에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 때는 불같은 문재인, 호랑이 문재인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라다운 나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연일 파격적인 소통과 인사발표, 과감한 업무지시 등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국정수행 전망 기대를 높이고 있다.

□ 첫 국정수행 지지도 81.6%…朴 54.8%, MB 76% = 2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CBS 의뢰)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81.6%로 조사됐다. 부정평가는 10.1%며 '잘 모름'은 8.3%였다.

리얼미터의 역대 대통령의 같은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54.8%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문 대통령은 26.8%포인트나 높게 집계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76.0%였다. (95% 신뢰 수준에서 ±2.5%p, 중앙선거관리위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취임 초 국정수행 전망 조사에서 87%가 '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갤럽의 역대 대통령들의 같은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잘 못할 것이란 응답은 7%에 불과했다.

갤럽의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같은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71%였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79%였다. 첫 문민정부로 취임 초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김영삼 대통령의 직무 수행 전망은 85%였다.

갤럽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초 직무 수행 전망은 질문이 달라 비교가 어렵다고 밝혔다. (5월16~18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에 대한 이 같은 국민적 기대는 국정농단 사태로 파면된 전임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반사이익 영향도 크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소통과 파격 인사,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업무지시 등이 이루어지면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 낮은 경호 빛난 파격 소통, 사인 받으려는 꼬마 기다려주기 화제 = 특히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소통은 '투표 하나로 세상을 바뀌었다'는 국민들의 찬사가 나올 정도다.

'낮은 경호,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를 목표로 한 덕에 문 대통령과 국민의 거리는 이전과는 다르게 가까워졌다.

취임 첫날부터 시민들과 악수는 물론 포옹, 셀카 찍기, 사인공세도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 역시 화제를 불렀다.

특히 취임 6일째였던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민생행보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 '미세먼지 바로알기 교실'을 방문했을 당시, 한 남학생이 사인을 받기 위해 서두르며 책가방에서 공책을 꺼내는 것을 쪼그려 앉아 기다려주는 모습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 파격 인선…檢개혁, 조국·윤석열·박형철 = 지금까지 발표된 인사 역시 파격 그 자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세웠던 ▲검찰, 재벌 등에 대한 개혁의지 ▲탕평 ▲여성 인재 발탁 등의 기조에 맞게 인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에 임명하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좌천되어 검사 옷을 벗었던 박형철 전 부장검사를 임명해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조 민정수석은 그동안 학자로서 검찰개혁 등에 대한 책을 여러 권 낸 바 있고 논문 피인용 지수가 가장 높은 연구 활동을 펼쳤다.

특히 '돈 봉투 만찬' 파문을 일으킨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시키고 그 자리에 최순실 게이트 특검수사팀장이던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를 승진시켰다.

윤 검사는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쳐 박근혜정부에 눈 밖에 나면서 좌천됐던 인물이다. 또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9년 만에 처음으로 호남출신인 박균택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임명해 탕평인사를 만들어냈다.

□ 재벌개혁-소득주도성장, 김상조·장하성·김동연·김광두 '균형' = 재벌개혁 의지 역시 과감한 인사로 보여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한데 이어 21일 정부정책 전반을 지휘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발탁했다.

장 정책실장은 학자로서 기업지배구조개선과 소액주주운동을 펼쳐 김상조 후보자와 함께 학계에서 재벌개혁운동을 해온 '쌍두마차'다.

탕평 인사는 유리천정을 뚫은 여성들과 흙수저 출신들을 파격 발탁하면서 드러났다.

첫 여성인재로 발탁한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를 필두로 국가보훈처장에 피우진 육국 예비역 중령을 임명해 화제를 모았다. 장성급 출신이 임명되어왔던 관행을 깨고 군의 고질적인 성차별과 싸워온 인사를 국가보훈처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피 국가보훈처장은 1979년 소위로 임관, 특전사 중대장, 여군 첫 헬기조종사(육군 205 항공대대)로 군대 유리 천장을 뚫어왔다. 특히 2006년 유방암 수술 후 부당한 전역조치에 맞서 소송전을 불사, 다시 군에 복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유리천장 피우진·강경화, '흙수저 신화' 김동연·이정도 '탕평' = 21일 외교부장관에 비외무고시 출신이자 여성인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한 것도 화제다.

강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한국여성으론 유엔 최고위직 임명되는 등 외교 분야에서 최초, 최고 여성이라는 수식어 따라다닌 외교 전문가로 유엔 직원들 사이에서 '소통의 달인'으로 통한다. 

'흙 속에 진주'를 찾아내는 용인술 역시 돋보인다.

이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문 대통령과 인연이 없다.

김 후보자는 11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한 환경 탓에 덕수상고로 진학, 졸업 후 은행에 취업해 생활전선에 먼저 뛰어들었다. 주경야독으로 대학공부와 고시공부를 하면서 행정고시에 합격, 기재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김 후보자는 관가에선 '고졸신화'로 통한다. 

재벌개혁과 소득주도성장으로 탈바꿈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을 실질적으로 정부가 실현하기 위해 오랜 관료생활을 한 김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자는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임명된 청와대 곳간지기인 이정도 총무비서관도 창원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7급 공채 출신이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지낸 이 비서관은 기재부 고위 간부들이 행정고시(5급)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방대 7급 출신으로 '공무원 신화'를 썼다. 문고리 권력인 총무비서관에 문 대통령은 일면식도 없는 인재를 찾아내 시스템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파격 소통과 인선 발표에 야권도 호평이 쏟아내고 있다.

□ 野도 찬사 "역사의 진전" "깜짝 놀란 만한 인사" =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현옥(인사수석), 피우진(국가보훈처장)에 이어 강경화. 내각 여성 30%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었다"면서 "역사의 진전이다. 쌍수로 환영한다"고 환호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탁월한 선택에 감동까지 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강경화 외교장관 내정자는 북인권 문제에 큰 도움을 주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같은 당 이혜훈 의원은 앞서 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잘해서 무섭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도 발표되는 인사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취임 11일째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잘하신다. 지금 문재인 태풍이 분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 경제부총리 후보자 지명 등 인선발표에 대해 "깜짝깜짝 놀라게 잘한 인사다. 절묘하다"라고 추켜세웠다.

업무지시로 내린 일자리위원회 구성,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도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제37주년 기념식 기념사는 "역사적 연설"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오월 광주에 대한 위로와 민주주의를 향한 진정성, 5·18 민주화운동 왜곡에 대한 단호함이 기념사 곳곳에서 묻어났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하며 5·18진상규명을 약속하고 헌법 전문수록 공약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5.18민주화운동을 알리다 희생당한 그러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넋을 기려 감동을 주었다.

□ 진정성·노련미·용인술, 국정경험 한 '준비된 대통령' = 여론조사 분석가인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높은 인기에 대해 '진정성과 노련미, 용인술'을 꼽았다.

박 부대표는 "문 대통령이 격의 없이 국민과 만나고 옷도 스스로 벗고 비서관들과 산책하는 모습에 대통령의 인간미, 진정성을 느끼는 것"이라며 "특히 인수위 없이 바로 정부 임기가 시작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을 바로 지시하면서 국민들이 가려워했던 곳을 긁어줘 시원해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회에 요청할 일은 야당을 직접 찾아가 협조를 구하는 완급조절을 보이고 있다"며 "참여정부 국정경험이 있는 만큼 노련미가 돋보이고 그만큼 준비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파격적인 인선에 대해서도 "국정농단 수사에서 우병우 전 수석만 지금 안 되고 있는데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에,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해 개혁 의지를 드러내고 젊은 50대 임종석 비서실장을 중용해 젊은 청와대로 신선함을 줬다"며 "이낙연 총리도 평가가 좋고 직접 인선을 발표하면서 국민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커" 인사청문회 통과 관건 = 다만 임기 초 너무 높은 지지율이 향후 정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 부대표는 "국민 공감대가 큰 개혁과제부터 하나씩 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앞으로 재벌개혁의 경우 기업이나 기득권의 저항이 클 텐데 이를 어떻게 설득하고 뚫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서강대 이현우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박 전 대통령에 너무 실망을 많이 했으니 지금 대통령은 이전 대통과 다른 것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 건데, 시간이 좀 지나고 장관 인사청문회 등에서 문제가 하나 둘 발생할 경우 국민적 비판은 커질 수 있다"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잘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