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李총리 예방거부·여야정 협의체 파기 '몽니'…적폐청산 '힘 빼기'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의 반대에도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것을 발판 삼아 '국정운영 발목잡기'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1일 이 신임 총리의 예방을 거절한데 이어,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이 합의한 '여·야·정협의체 구성' 약속도 파기해 버렸다.
그러면서 향후 청문회가 예정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무부장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향해 "청문회 설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청문회 난항을 예고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보수정권 9년간의 부정부패 등이 드러나고 있는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 힘을 빼놓는 것이 전 집권여당이던 자유한국당으로선 '살길'이라는 판단에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 반대했던 총리임명안 처리에 발목잡기 본격화 =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우리 당을 방문하겠다는 요청이 있었다"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독선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성 없는 언론 사진찍기용 회동에는 응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모든 문제의 원인은 독선과 독주의 길에 빠져든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를) 만나기 대단히 불편하다"라고 모든 문제를 문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특히 앞서 문 대통령이 제안하고 정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여·야·정협의체 구성' 약속도 파기했다. 나아가 매주 월요일에 진행하기로 한 '국회의장-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정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협치 정신으로 제안했던 여·야·정협의체 구성도 무의미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대통령과 정부가 주재하는, 일방적 국정 설명회 식의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자유한국당은 참여할 의사가 없다. 다만 진정한 협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국회가 주도하는 협의체 구성을 다시 한 번 제안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자유한국당이 반대를 했음에도 전날(31일) 상정했던 정 의장을 향해서도 "정 의장에게 입법부 수장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것에 대한 각성을 강력히 요구한다"라며 "정 의장이 이런 각성과 재발방지의 의지 표명이 없다면 매주 월요일 좋은 분위기에서 열렸던 의장 주재 여야 4당 원내대표 회의는 무의미하다"라고 덧붙였다.
□ 김상조·강경화·김이수 청문회 갈등 예고 = 그러면서 "앞으로 있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더욱 철저하고 엄중한 자세로 임할 것이다. 또 투쟁해야 할 때는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 나와 있는 후보자들 중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외교부), 김이수(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청문회에 설 자격조차 있는지 의심된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과 문제만으로도 자진사퇴가 마땅하다"라고 압박했다.
특히 그는 문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 예산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해서도 협조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그는 "10조원 남짓의 추경은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게 주축이라고 들었다. 이런 식의 추경은 발상 자체가 옳지 못하다"라며 "추경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사회 정책의 소신과 철학이 담겨야 하는데, 아직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번 추경은 서민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경이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무총리 수난사를 겪은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나 정의당 등은 인사청문회에서 불꽃이 튈 정도로 검증에 나섰지만 임명된 총리의 예방을 거절하는 경우는 없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 1993년 취임한 김영삼 전 대통령 이래 80%를 넘으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이 총리 임명동의안 찬성여론 역시 70%를 넘는 상황이지만 자유한국당으로선 국민 여론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국면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정부를 흠집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 국정농단-4대강-사드 누락보고 등 한국당에 불리한 사안들 =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 지시가 이어지고 검찰-국정원 등 사정기관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국방부가 사드 4기 추가 배치를 누락 보고해 '국기문란' 논란이 있는 등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실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꺾고 최대한 흠집을 내어야 전 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회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 총리 임명동의안 반대부터 전열을 정비한 것이다.
앞서 정 원내대표가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 앞서 '조건부 불참'를 내세운 것 역시 새 정부의 힘 빼기라는 지적이다. 사실상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사실 여부를 따지기보다 의혹만을 강조하며 이들의 사퇴 여부에 따라 표결을 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기자들에게 "우리로서는 내일 본회의까지 시간이 있기에 청와대, 여당의 여러 가지 조치를 모든 것을 열어놓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빅딜' 요구로서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을 내세우면서 임명동의안 찬성여론에 대해서도 "일부 여론조사 기관 발표와 다르게 제가 듣는 여론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반대했다.
□ "한국당으로선 막다른 골목" "내년 지방선거 위해 최대한 흠집 내기" = 한 보수야권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으로선 지금 막다른 골목이라는 느낌이다. 대선 지지율을 보면 기존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이 붕괴된 첫 선거"라며 "이런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도 어려우니 최대한 문재인정부를 비난하고 모든 탓을 돌려서 흠집을 내야 기존 지지층이라도 돌아온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수야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하며 5당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말했는데 여기에 순순히 참여를 하면 문 대통령만 돕는 거 아니냐"며 "박근혜 정부 인사들과 비교하면 지금 후보자들 문제는 솔직히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그건 여당 입장이고, 야당 입장에선 최대한 지적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