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정책질의엔 재벌개혁 등 해박한 전문성 돋보여 "국회와 협의해 개혁"강조
야당이 '낙마 1순위'로 으름장을 놓았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상 외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실제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를 향해 온갖 의혹을 쏟아내고 추궁했지만 김 후보자가 조목조목 해명하고 반박하면서 의혹이 대부분 해소됐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오전 질의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한 '자료 제출'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오가면서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야당의 의혹제기에 대한 해명이 이어지고 여당이 정책질의에 집중하면서 큰 갈등 없이 순탄하게 진행됐다.
특히 김 후보자는 이날 단 한 번도 공정위 직원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야당 의원들이 집중 제기한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해 차분히 대응, 준비된 모습을 보였다.
□ '낙마1순위' 벼렸던 野, 김상조 해명에 '헛발질' = 야당은 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도 지난 이낙연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처럼 후보자의 정책 자질과 역량 검증보다 개인사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주력했다.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이 제기한 현재 소유하고 있는 강남구 청담동의 아파트에 대한 특혜분양 의혹에 대해 "청담동 아파트라고 하니깐 고가로 생각할 수 있는데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2동 짜리 작은 아파트"라며 "1층의 그늘진 아파트로, 당시 미분양이었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1차 분양을 했는데 주변에 영동고, 경기고가 있고 교통편이 안정돼 있어서 경쟁률이 셌다. 당시 신문 보면 경쟁률이 74:1로 나타났다"며 "이렇게 좋은 환경의 아파트가 미분양이라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거듭 제기하자, 그는 "그 동(아파트)에 미분양 아파트가 몇 개 더 있던 걸로 안다"며 "제가 특별하게 재건축 조합에 아는 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특히 같은 당 김성원 의원이 후보자가 2004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입한 것에 대해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 김 후보자는 "많은 분들이 이른바 재벌 저격수인 제가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것에 의문을 가졌을 것"이라면서 "말을 안 하려 했지만, 영국에 안식년 가 있을 때 아내가 길거리에 쓰러졌다"며 "대장암 2기 말이라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1년의 항암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 野 아파트 투기의혹 추궁에 결국 배우자 암 투병 공개 = 이어 "당시 아내의 생존율은 반반이었다. 당시 수술하던 병원이 강남 모 대학병원이었다"며 "그 후 에 처의 치료를 위해 이사 간 게 중요한 이유였다. 제가 살지 않으면서도 이사를 갔다고 말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해 장내를 숙연케 했다.
같은 당 김선동 의원은 김 후보자 아내가 토익성적 등 지원 기준에 자격이 미달했음에도 공립학교의 영어전문교사로 취업했다고 주장하며, 가족 검증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모 고교 영어강사 채용 기준 중 하나가 토익점수 901점 이상이었다. 하지만 김 후보자 부인은 900점인데도 합격했다"고 지적하면서 김 후보자의 입김이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제 처는 밖에서 '남편이 김상조다'라는 말도 못했다. 재벌저격수라는 별명을 갖고 사는 저의 아내가 밖에서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느냐"라며 자신과 가족이 특혜를 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문제가 불거진 뒤 아내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두 번째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됐다"며 "행정 처리 잘못 등이 있다면 교육청 차원에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다만 김 후보는 자기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외부 기고 요청을 받아 기고하는 과정에서 각주나 참고문헌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며 "송구스럽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2008년 윤리규정이 생긴 이후로는 "최선을 다해서 처리를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당 김한표 의원이 지난 1999년 목동아파트 다운계약서 의혹을 목소리를 높이며 집중 추궁하자 “당시 관행이었지만 송구하다”고 고개 숙이기도 했다.
야당의 의혹제기를 지켜보던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아들 청문회인지, 딸 청문회인지, 장인 청문회인지, 장모 청문회인지 변질하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또한 경제학자로서 고액 강연료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2012년까지 강연 요청을 하는 기업 자체가 없었다. 2013년 5개 대기업의 고위임원을 상대로 강연한 게 5건밖에 없다"며 "500만원 주겠다는 기업이 있었지만 제가 1시간 외부 강의를 50만 원 이상 받은 적 없다고 해서 50만 원 정도 받았다. 외부강연료로 50만 원 이상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을 상대로 시민운동을 하는 동안 칼날 위에 서 있는 긴장감을 유지했다"라며 "특혜 시비에 얽히게 되면 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성과도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수의 경제-경영학과 교수들이 맡는 기업 사외이사와 정부 산하 위원회도 맡지 않고 외부 연구비도 받지 않는 등 '3무(無)'경력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야당을 겨냥 "정책검증을 해야 하는데 의혹들만 제기하고 있다. 깨끗하고 도덕성을 잘 갖춘 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평가했다.
□ 공정위원장 적임자, 전문성 부각 = 특히 김 후보자는 정책 검증에서 전문성 있는 답변을 내놓으며 공정위원장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공정위의 내·외부적인 제도 개선 등을 위해서는 법률안 개정이 중요함을 언급하며 국회와의 '협치' 정신도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공정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여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는 정확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국회에서 논의해 법률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관계부처와 협의는 물론 단순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 합의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공정위가 예측가능성,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법인 주식의 의결권 제한 필요성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재벌의 공익법인 의결권이 자유롭게 행사되는 것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재벌 공익법인이 아닐 때를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기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사인의 금지청구권을 전속고발권 제도 개선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후보자는 "형사·민사·행정 규율을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법 집행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형사와 민사, 행정 제재의 효율도 높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선 방향에 대해) 향후 국회와 논의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사인의 금지 청구권 도입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집행은 형사적, 민사적, 행정규율 등이 골고루 적용됐을 때 가능하다"며 "이해당사자인 피해기업인 직접 가처분 방식으로 불공정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사인의 금지청구권은 피해 기업이 가해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청구하도록 하는 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