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한국당 '무조건 반대'…부적격이지만 청문보고서 결정 못한 바른정당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박지원-천정배-김성식 '찬성'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경과보고서가 오는 7일 채택 일정이 잡힌 가운데, 야3당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야당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전부터 '낙마1순위'로 지목, 인사청문회에서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김 후보자에 대해 난무했던 의혹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납득할만한 수준의 해명이 이뤄지면서 '무조건 반대'만 외쳤던 야당의 낮은 수준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경제학자로서의 전문성까지 부각되면서 여론 역시 공정거래위원장 '감'이라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임명에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김 후보자를 향해 공세를 퍼붓는 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족족 '헛발질'을 보였음에도 김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며 지명 철회 및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부적격' 입장이지만 청문보고서 채택에 대해서는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무엇보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재벌개혁과 공정위 정책에서 민주당과 크게 차이가 없는 만큼 김 후보자에 대해 '찬성' 입장을 나타내는 인사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당 지도부와 청문위원들이 '고민'에 빠졌다.
□ 의혹 '헛발질' 투성 자유한국당, 그래도 '무조건 반대' =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던 국회 정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에 대한 논문표절, 배우자 부정 취업, 위장전입 등의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며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청문회를 통해 절대부적격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김 후보자는 결코 공정한 경제 질서를 감독할 자리에 올라갈 수 없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지적하는 김 후보자의 논문표절, 배우자 부정 취업, 위장전입 의혹 등은 대부분 청문회에서 해소된 사안이다.
지난 2일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4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전입한 것을 놓고 위장전입과 투기 의혹을 제기했지만, 김 후보자는 "영국에 안식년을 다녀와서 아내가 대장암 2기라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았고, 그때 강남 모 병원에서 1년간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이사를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김한표 의원이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의혹을 제기하자, 김 후보자는 "당시 거래 관행이었다. (계약서도) 제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공세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세금탈루로 몰아세우자, 회계사 출신인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따져 엄호에 나서기도 했다.
박 의원은 "다운계약서는 양도차익을 줄여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는 것인데 당시 매매는 양도소득세 대상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없었다"며 "(김 후보자는) 2005년 아파트를 양도할 당시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했다. (당시 기준으로) 1세대 1주택에 해당돼 양도소득세 비과세 대상이다. 신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거래가액이 4억 가까이 되는데 신고 금액은 그보다 모자라다고 하지만 어떤 경제적 이득의 기회도 없기 때문에 이를 다운이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또한 아들과 배우자의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한 근거나 정황들을 내놓지 못했다.
나아가 김 후보자는 지난 2007년 한국사회경제학회가 발간하는 '사회경제평론'에 원고지 9매 분량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논문 게재는 산업노동연구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고, 노사정위원회의 사전승인도 얻었다"면서 "현재의 윤리기준으로 보면 미흡한 점은 인정하지만, 2008년 서울대에서 논문윤리규정을 발표한 뒤에는 일체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한국사회경제학회는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김 후보자의 표절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회는 "해당 부분은 주제의 배경지식을 설명하기 위해 타 연구자가 작성한 표를 인용하면서 설명하는 것"이라며 "학계의 일반 상식에 비춰 자기표절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해당 논문은 2015년 교육부 중복게제 지침이 신설되기 이전이라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학계의 일반상식에 반하는 근거가 박약한 의혹제기로 후보자의 자격검증이라는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후보자의 재벌개혁의지를 두려워하는 세력의 저항일 것이라는 다수 국민의 합리적 의심에 동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제1야당으로서 최대한 정부를 흠집내어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지도부는 '반대'하는 거밖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지금 대선 패배하고 당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무조건 반대'해서 정부 흠집 내고 흔드는 게 목표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 반대를 위한 반대 자유한국당, 여야 비판 쇄도 = 특히 자유한국당 청문위원들 일부가 한 언론을 통해 "당에서 시켜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토로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일부 언론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과도한 '김상조 때리기'에 '개인적으로 대단히 미안하다. 당에서 시킨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고백했다는 보도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눈의 들보는 무시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찾는 자유한국당"이라며 "청문회를 보자니 그 알량한 노력에 눈이 시리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야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일부 야당에서 김 후보가 도덕적으로 큰 흠결이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특히 자유한국당 등 과거 여권 인사들이 청문 과정에서 보여준 도덕적 파탄 수준과 비교해 보면, 현재 이들의 김상조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질타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논의 후 최종 결론" = 김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은 고민에 빠진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현재 총 24명으로 민주당 10명, 자유한국당은 위원장인 이진복 의원까지 7명, 바른정당 3명, 국민의당 3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이진복 위원장을 제외하고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총9명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합쳐 11명인데,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필요한 과반의석에는 국민의당 세 의원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의 의혹 해소와 높은 전문성으로 '반대'만 외치다간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앞서 이낙연 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호남의 비판을 받은 바 있어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국민과 함께 가야한다는 차원에서 봐야지 무조건 흑백논리나 이분법적으로 볼 때가 아니다. 재벌 개혁을 위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무위원인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지만, (당은) 찬반 입장이 정확하게 나눠진 것은 아니다"며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청문회 위원들 간의 회의를 거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성식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적격' 입장을 밝히고 있어 국민의당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다만, 당 비대위원 중 한명인 이찬열 의원이 "가장 공정하지 못한 사람(김 후보자)을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하려는 청와대 입장은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해 당내 의견 충돌을 예고했다.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결과, 부적격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청문보고서 채택을 놓고 최종결론은 내리지 않은 상태다.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며 재벌개혁을 외쳤던 바른정당이 전문성을 인정받은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오신환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5대 공직자 배제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후보자 자격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부적격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청문보고서 채택과 관련해서는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과 폭넓게 의견을 교환해 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