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8일 이틀째 열린 가운데, 야당의 도 넘은 '사상검증'식 공세가 이어져 논란이다.
자유한국당은 전날(7일)에 이어 김 후보자가 통합진보당 해산 '기각' 결정 등 소수의견을 낸 것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을 넘어 특정정당을 추종한다고 맹폭을 가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헌법정신을 내세우며 법적 정합성을 따진 판결임을 내세우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오전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료 미제출과 증인·참고인 불출석 등을 문제 삼으며 정회를 주장, 본격적인 질의도 못하고 45분 만에 청문회가 정회되기도 했다.
□ 5·18 사형판결한 배용주씨 만나 사죄 = 특히 이날 김 후보자는 1980년대 군판사 시절, 사형선고를 내려야 했던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인 배용주씨를 만나 사과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되어 출석한 배씨는 5·18 당시 시민군을 태운 버스를 운전해 경찰 저지선을 뚫는 과정에서 경찰 4명을 사망하게 하고, 4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법무관이던 김 후보자는 배 씨의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해 시민에 대한 처벌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5·18 재판에 사과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제 판결로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답했다.
자유한국당은 청문회에서 배 씨를 향해 증인 출석과 관련, 협박이나 회유 등을 받은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백승주 의원은 배 씨에게 "나오느라 고생했다. (혹시) 결심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용기 있게 잘 결심했다는 전화를 받았냐"라고 묻자, 배 씨는 "전화 받는 게 심적으로 괴롭다. 옛날 생각이 난다"고 답했다.
그러자 백 의원은 "전화를 많이 받았냐? 협박이나 회유가 아니였냐"며 유도질문을 거듭 했다. 이에 배 씨는 "가족과 친구들이 전화를 했다. 협박, 회유가 아니라 거기 나가서 쪽팔리게 좋을 일 뭐가 있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마음이 괴롭다"라고 말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 '소수의견'거듭 지적…헌법학자들 의혹 해소 = 야당은 전날에 이어 김 후보자가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낸 것에 대해 논거가 어디에 있는지 따져 물었다.
백 의원은 김 후보자를 상대로 "민주당으로부터 헌법재판관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정당 해산에서 소수 의견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이석기 전 의원 일당의 말을 통진당 전체 의견으로 볼 수 없어, 해산에 반대했다"면서 "통진당 해산이 헌재 결정이고 본인은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도 김 후보자를 거들었다. 김 의원은 "헌법재판관까지 하셨던 분에 대해 소수의견 결정문을 쓸 능력이 되는지를 따지는 건 청문회에서 불필요하고 모욕주기성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진당 해산결정 판례평석으로 논문을 작성했다"며 "8대1이라는 숫자에 비해 전체적으로 소수의견이 8인을 압도할 만한 설득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보수 야당의원들이 김 후보자의 소수의견 가운데 다수가 민주당 의견과 부합한다는 점을 근거로 정치적 중립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석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김 후보자가 낸 소수의견 19건이 해당 사안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과 일치한다는 문제제기와 관련해 "평소 헌재 판례를 읽고 있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 현안 질의에 '신중'…개헌 등 특정 사안에 '소신' = 한편, 현안인 헌법 개정을 통한 국내 거주 외국인의 권리 확대에 대해 김 후보자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이주민, 난민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기본권이 헌법을 통해 보장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개헌 과정에서 이런 얘기가 들어가야 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외국인들에게 전적으로 국민들과 똑같은 권리를 인정할 것인가는 국가 전체의 틀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이지만, 외국인의 권리를 점점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헌법 소원을 통해서 권리를 확대할 수 있지만 개헌을 통해 확실해지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정부의 통신사에 대한 기본료 폐지가 헌법질서 상 가능한지 묻자, 김 후보자는 "향후 판단하겠다"며 즉답은 피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행정지도 등의 형태로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사기업에 직접 지시하는 형태인데, 통신 산업은 좀 특수성이 있는 것 같다"며 "직접 지시보다 다른 형태로, 행정지도라든지 여러 방법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국방부에서도 이미 사용하지 않는 '북한=주적'을 강조하며 사상검증식 질문을 했다.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는 백승주 의원의 질의에 김 후보자는 처음에 "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백 의원이 재차 "주적이냐, 아니냐"고 다그쳤고 이에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맞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다시 "국제법상 교전 당사자는 북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후보자는 "주적이란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중심 된 적. 그냥 주적이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는 9일 인사청문위에서 결정된다. 보고서가 채택되면 본회의 표결은 12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