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초대형IB 출범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지급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빅5 증권사의 유동성은 대부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각 증권사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분기에 163.43%의 유동성비율을 기록해 업계에서 가장 높은 현금동원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 삼성증권(147.31%), KB증권(135.20%), 한국투자증권(129.99%), 미래에셋대우(128.29%) 순으로 1분기 유동성비율이 컸다.
초대형 증권사 중 최근 3개월 새 유동성 비율이 증가한 회사는 삼성증권이 유일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유동성 부채는 감소한 반면 자산 규모는 늘어남에 따라 1분기 유동성비율이 작년 말 대비 27.50%p 상승한 147.31%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의 1분기 기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자산은 20조4722억원으로 지난해 말 17조6981억원보다 2조7741억원 몸집을 불렸다. 같은 기간 유동성부채는 14조7713억원에서 13조8977억원으로 8736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을 제외한 4개 증권사는 최근 유동성 자산의 증가 속도보다 부채가 더 빠르게 증가해 현금동원력이 악화됐다.
1분기 163.43%으로 상위 5개 증권사중 유동성비율이 가장 높았던 NH투자증권은 3개월 새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비율이 4.41%p 줄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2%p 유동비율이 늘어났지만 최근 들어 자산현금화 능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KB증권의 1분기 말 기준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비율은 135.20%로 전년 말에 비해 10.12%p나 줄었다. 개인이나 기관 고객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RP(환매조건부채권) 잔고 증가 등에 따른 유동성 부채 증가가 자산증가 보다 더 늘어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두 곳이 130% 미만의 유동성 비율로 하위권을 나타냈다.
한국투자증권은 1년 전인 지난해 3월말 135.66%에 달하던 유동성 비율이 올해 1분기에 129.99%까지 추락했다. 이 기간 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자산이 22조3105억원에서 14조3007억원으로 반 토막 가까이 쪼그라 들었다.
초대형IB 중 현금동원력이 가장 낮은 곳은 미래에셋대우로 지난해 말 131.62%의 유동성비율이 올해 들어 128.29%로 3.33%p 떨어졌다. 1분기 말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동성 자산은 32조3738억원, 부채는 25조2350억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의 단기적인 유동성 지표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만 초대형 증권사 출범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유동성 비율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유동성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오는 9월 초대형IB 출범을 앞두고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유동성비율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단기 위험관리 능력이 중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동성비율은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에 해당하는 현금 동원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증권사의 경우 ELS(주가연계증권) 조기상환이나 RP(환매조건부채권) 등 단기 환매로 인한 자금유출의 위기대응 능력을 나타낸다. 이 비율이 낮은 회사는 지급불능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만, 높은 곳은 그만큼 갑작스런 유동성 위험에서 자유롭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