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崔 만난 千 "실망시키지 않겠다" 충성맹세 논란
안 만났다더니... 만났다 시인한 千, "청탁은 없었다" 변명
개청 이래 최악의 추문…'청장 리스크'에 휘청이는 관세청
◆…최순실 일당 '일면식'도 없다더니... = 천홍욱 관세청장이 최순실의 측근 고영태에게 관세청장 인선 면접을 보고, 취임 직후 최순실에게 '충성맹세'를 했다는 언론보도가 터져나오면서 관세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은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내놨지만 고영태와 천 관세청장이 일면식도 없다는 내용의 지난 2월21일자 관세청 해명자료와 사실관계가 배치되면서 이번 해명도 신뢰성에 의심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경제국경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관세청이 개청 이래 최악의 추문에 휩싸였다.
천홍욱 현 관세청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단초를 제공한 최순실을 만났다는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당시 권력실세로 군림하던 최순실을 만나 '충성맹세'를 의심케 만드는 발언까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올해 초 최순실의 김대섭 전 인천본부세관장 인사개입 의혹에 이어 천 관세청장까지 최순실과 커넥션을 맺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천 관세청장 개인은 물론 관세청 조직 또한 위기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아니라고 하더니... '새빨간 거짓말'
검찰 수사결과를 인용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25일 관세청장에 취임한 천 관세청장은 이튿날 서울 삼성동 소재 식당에서 최순실을 만나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천 관세청장은 최순실을 상석에 앉힌 후 "(관세청장으로서)실명시켜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고 최순실은 "민간인이 관세청장이 되기 쉽지 않으니 열심히 하라"고 격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 관세청장은 최근 검찰 수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천 관세청장은 관세청장 임명 전인 지난해 4월말 서울본부세관 인근 카페에서 최순실의 측근이었던 고영태를 만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언론은 천 관세청장이 고영태를 만난 것은 관세청장 후보 추천을 위한 '비밀면접' 성격이었다고 보도했다.
정황만 놓고 볼 때 최순실이 관세청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인식을 갖기 충분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천 관세청장 취임을 전후해 관세청 안팎에서는 '괴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어차피 천 관세청장은 민간인 신분(국가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장)이었고, 당시 관세청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도 있었다. 그가 관세청장에 인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는 것이다.
관세청장 인선이 지연되자 난데없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유력 후보군을 모두 탈락시키고 천 관세청장을 유일한 후보로 밀어올렸다'는 이야기들도 나돌기 시작했고 실제로 전혀 예상범위에 있지 않던 그가 관세청장에 임명됐다.
당시에는 최순실이라는 존재가 전면으로 부각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괴소문으로 끝났지만, 이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김대섭 전 인천본부세관장 인사 개입 의혹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최순실과 고영태 등이 관세청장 인선에까지 입김을 불어넣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최순실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움직여 천 관세청장을 임명하도록 만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돌았었다.
하지만 천 관세청장이 최순실은 물론 고영태와의 커넥션 자체를 공개적으로 부정하면서 의혹은 덮히는 듯했다.
◆…대국민 사기극? = 지난 2월21일자 관세청 해명자료. 당시 관세청은 "관세청장은 고영태씨를 알지 못하며 만난 적도 없다"며 "조직과 관세청장 개인의 명예가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됐다.
지난 2월 고영태의 관세청장 인사 개입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언론에 공개되자 관세청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천홍욱 관세청장은 고영태를 알지 못하며 만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당국이 인사 개입 의혹 관련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조직과 관세청장 개인의 명예가 회복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관세청장의 입장이 담긴 이 해명자료는 결국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됐다.
千 "최순실-고영태 만난적 있다" 인정했지만...
천 관세청장과 최순실이 만남을 가졌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직후 관세청은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냈다. 관세청은 "천 관세청장은 지난해 5월25일 취임 이후 다양한 외부인사를 만났으며 그 과정에서 직원의 소개로 최순실을 단 한 차례 만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 외부인사들에게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해 국가와 국민께 신뢰받는 관세청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취임 포부를 밝히던 때였으며 (최순실에게도)그런 일반적인 언급을 했고 업무와 관련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천 관세청장은)취임 전 최순실을 알지도, 만난적도 없으며 인사청탁한 사실이 없고, 고영태와의 만남도 취임 전 관세청 직원과의 약속자리에 고영태가 잠시 들러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불과 4개월 전 해명자료에 담았던 내용을 깡그리 뒤집는 뻔뻔하기 짝이 없는 해명자료를 내놓은 것과 관련해 관세청 안팎의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인사청탁은 물론 업무와 관련한 청탁도 없었기 때문에 단순한 만남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궁색한 해명을 내놓은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수개월 전 관세청 공식 라인을 통해 언론에 거짓해명을 해놓고 사실이 들통나자 이에 대한 사과 한 마디도 내놓지 않는 것 또한 고위공직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태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관세청 조직을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온다.
실제로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관세청 해명자료 발표 직후 천 관세청장의 직접적인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영선 "내 이럴 줄 알았지" = 천홍욱 관세청장이 최순실을 만났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본인의 트위터에 "내 예측이 맞았다"며 "천홍욱 관세청장이 누굴 믿고 그러나 했는데 결국은 최순실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천 관세청장이 최순실을 몰랐다고 해도 정황상 그의 임명에 최순실 일당이 관여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라며 "취임 다음 날 최순실을 만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자신의 인선에 도움을 준 권력실세라는 이야기를 듣고 눈도장 찍기 위해 만난 것 아니겠는가. 업무 관련 언급이 없었다 해서 최순실을 만난 천 관세청장의 행동이 용인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최순실을 만나 관세청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는 식의 해명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라며 "해명자료만 달랑 던질 문제가 아니라 천 관세청장이 직접 나와 진실을 밝히고 수 개월 전 거짓해명한 부분 등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천 관세청장과 최순실, 고영태 사이를 연결한 관세청 직원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해당 인물은 김대섭 전 인천본부세관장 인사 문제를 고영태에게 청탁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제주세관 하향전보) 이 모 사무관인 것으로 보인다. 천 관세청장과 이 모 사무관은 과거 서울세관장과 서울세관 예산담당 직원으로 함께 근무하는 등 가깝게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