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리며 송곳 검증을 예고했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렇다 할 한 방 없이 비교적 무난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청문회 전부터 숱한 의혹을 제기하며 '무조건 낙마'를 벼르고 있었던 자유한국당은 초반부터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와 함께 음주운전, 고액 자문료, 자녀 특혜 취업 논란 등을 앞세워 송 후보자를 압박했다.
하지만 송 후보자는 음주 운전 의혹과 관련해 "젊은 시절 한 번의 실수"라며 일부 사과 뜻을 밝히면서도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고액 자문료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비춰볼 때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자녀 특혜 취업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의혹 해소에 나섰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송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보다는 정책 검증에 주력하면서 1999년 연평해전 전투에서 지휘를 맡아 승리한 송 후보자의 공과 강한 국방개혁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적극 엄호했다.
□ 한국당, 도덕성 검증에 올인…"장관직 수행 부적격" =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은 송 후보자가 국가와 군을 위해 헌신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음주운전과 고액 자문료 등을 둘러싼 의혹을 문제삼으며 '부적격' 후보자임을 분명히 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송 후보자는 군을 위해 헌신했고 업무 추진력이나 작전 판단 능력, 조직 장악 능력 등에 대해 장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운을 뗐다.
그러나 정 의원은 "여론에서는 송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는 부적격한 인사라는 게 지배적"이라며 "그럼에도 (송 후보자는)제기된 의혹에 대해 전부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누명을 벗겠다는 심정이냐"고 물었다.
이에 송 후보자는 "그런 면이 더 강하다"며 청문회 돌파 의지를 확고히 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송 후보자가 법무법인 율촌 및 LIG넥스원에서의 고액 자문료를 받은 것을 거론하며 "참모총장이나 대장을 지낸 분들이 퇴역 후에 방산업체에 보수를 받고 근무한 사례가 흔치 않은 것으로 들었다. 그런 사례가 있다면 한 두 가지 들려달라"고 요구했다.
송 후보자는 이에 대해 "이름을 거명하기는 곤란한 사안"이라면서도 "저의 선배님들이 몇 분 계시다"고 답했다. 이에 정 의원이 "월 3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송 후보자는 "저도 깜짝 놀랐다"면서도 "다만 로비스트로서 근무한 것은 아니다. 율촌에서는 대한민국 국가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돕는 차원에서 일했고, LIG에서는 제가 잠수함 수출에 기여한 그런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근무하게 됐다"며 일축했다.
특히 지난 27일 송 후보자에 음주운전 논란과 관련 은폐 및 거짓 답변 의혹을 제기했던 김학용 의원은 "송 후보자는 청문회가 아니라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강도 높은 검증에 나섰다.
김 의원은 송 후보자를 향해 "혈중 알콜 농도 0.11%가 나오면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그런데 송 후보자는 면허 취소를 당하지 않았다"며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에 송 후보자는 "26년 전 젊은 시절 한 순간 실수를 저는 지금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널리 양해를 바란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는 "그 당시 음주측정을 당하고 그 이후 작전계획 과장으로 근무하고 본부 종합실장으로 발령 날 때까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송 후보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음주 운전 자체를 완전범죄시키려고 음주 사실 은폐, 파쇄, 증기인멸하려고 시도한 것은 청문회가 아니라 지금 당장 수사 받을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與 "국방개혁 적임자…전쟁 승리한 영웅, 국가유공자 대우해야" = 민주당은 그간 송 후보자의 업적을 거론하며 국방 개혁의 적임자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철희 의원은 "헌병에 대해 대대적 개혁조치를 했는데 맞냐"고 물었고 이에 송 후보자는 "맞다"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은 "어떤 조치를 했느냐" 했고 송 후보자는 "헌병은 자기들 직분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지적을 해야 하는데 그들이 스스로 그런 짓을 했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었다"며 "경량에 따라 전역 조치를 취하거나 군법 등의 징계를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이전 정부에서부터 국방개혁이 지연된 것과 관련해 "군 내에 장관이나 군에 간부들이 장군수가 줄어드는 저항 때문에 국방개혁을 연기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또 하나는 재원 조달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대통령이 뒤로 늦췄다는 견해가 있다"며 "어느 쪽이 더 큰 역할을 했냐"고 물었다.
이에 송 후보자는 "두 가지 다 연기된 이유 중 하나다. 또 계획이 애초에 톱다운 식으로 돼서 어려움이 있었고 한 가지 더한다면 한미 전시작전권 문제하고 얽혀져서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후보자는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기초하지 않고 병력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부대를 줄일 것인가 등 여기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만일 장관 임명을 받으면 현재 국방개혁을 변경된 수정안을 그대로 추진할 것인지 늦출 것인지" 물었고, 송 후보자는 "지금 국방개혁 행정적 절차에만 접근했는데 그런 방법을 따라가다 보면 북한 위협에 계획이 될 수밖에 없다. 제가 생각하는 국방개혁은 개혁을 넘어서 건설하는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당 "정치적 편향 인물…지명 철회해야" = 국민의당은 송 후보자가 과거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이력과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것을 지목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김동철 의원은 "저는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전에 안보에 핵심이라는 국방부 장관을 이렇게 정치권에 기웃거리고 편향된 사람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진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국방부 장관은 국방밖에 모르는 헌신한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총선 두 번, 대선 때마다 (캠프에서 활동한)사람을 갖다가 임명하는지 정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 의원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캠프에 기웃거린 사람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며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뒤로 가고 있다. 즉각 지명철회해주길 바란다"고 윽박질렀다.
□ 송 후보자 "사드 배치는 필요…가급적 빨리 환경영향평가" = 송 후보자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위한 국회 비준 필요성에 대해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송 후보자는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이 '사드배치는 국회 비준이 필요한가'라고 묻자 "필요 있다, 없다 단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국회의 정당한 절차, 국민에게 보여주는 모든 절차에 따라서 밝혀지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이어 김 의원이 '투명한 절차를 위해 국회 비준은 필요한 절차냐'고 재차 질문하자 송 후보자는 "국회에서의 토의와 질의응답은 국민에게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송 후보자는 '사드 배치는 필요하다고 보는가'라는 김 의원의 질문에는 "필요하다"고 답하고 "제게 장관 취임의 기회가 있다면 제일 먼저 해결하고 시급하게 할 사안이 사드 배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의원은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데 시간이 1년, 2년, 3년이 걸리더라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송 후보자는 "평가를 받더라도 빨리 받는 게 정확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장 답사 후 (다른)대안이 있다면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