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회무 마비 사태에 빠진 상황에서 당선 무효 결정을 받은 이창규 세무사는 회관을 장악한 채 '피해자 코스프레'를 계속하며 사태 책임을 백운찬 전 세무사회장과 선거관리위원회에 떠넘기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은 선거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데, 이들이 자신을 세무사회장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선거 결과 이창규 세무사가 다득표를 했기 때문에 민의(民意)에 따라 선거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형국이 됐다.
선관위는 낙선의 고배를 들이킨 백운찬 전 세무사회장측의 이의신청을 심의한 결과 선거 과정에서 심각한 규정 위반 행위가 인정, 이창규 세무사의 당선 무효를 결정했다.
'차점자 당선 규정'이 없는 관계로, 선관위는 회칙에 따라 선임직 부회장 중 연장자(김광철 세무사회 부회장)를 세무사회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했는데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모두 백 전 회장이 아닌,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 재임 시절 만들어진 선거관리규정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
선관위가 특정인을 지원할 목적으로 있지도 않은 회칙 규정을 만들어 적용한 것도 아니며 백 전 회장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해도 선관위가 내린 결정은 뒤바꿀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창규 세무사측은 엉뚱한 방향으로 대응하다 기획재정부가 내부적 문제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법인대표자 명의 변경 요청을 반려하면서 졸지에 예산집행 등 사실상 모든 회무 집행이 정지되어 버리는 상황까지 치닫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세무사측은 지난 20일 세무사 회원들에게 팩스 공문을 발송, 회무 마비 상황을 설명하고 백 전 회장과 선관위를 '원인제공자'로 점찍어 싸잡아 비난했다.
자신들이 기습 개정해 소급 적용한 회칙 규정으로 인해 선관위의 당선 무효 결정에 이의신청도 소송도 제기하기 힘들어진 이 세무사측이 '피해자 코스프레'로 난국 타개를 시도하는 것은 '적반하장(賊反荷杖)'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지적된 부분에 대해 선관위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라 판단했다면 회칙과 선거규정이 정한대로 이의신청과 소송 등을 통해 억울함을 충분히 호소하고 또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해 당선 무효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이창규 세무사측이다. 그런데도 회칙과 규정을 지킨 선관위가 마치 분열을 획책하는 세력들의 꼭두각시 노릇이라도 했다는 듯, 세무사 회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대응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차피 세무사회장 집무실에 앉아 있어봐야 회무 집행도 하지 못하는 상황일 뿐이라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파생된 초유의 회무 마비 사태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이창규 세무사측은 세무사 회원들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세무사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가 폐지되지 않도록 하고, 세무사징계양정규정을 개정하는 한편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 폐지를 위해 대외활동에 전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회무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인정한 것이다.
이 상황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광철 세무사회장 직무대행 뿐이다. 진정 세무사회와 회원들을 생각한다면 김 직무대행을 삼고초려 해서라도 데려와야지 내쫓을 일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