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및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여야가 정부조직법, 추가경정예산안 이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증세'를 비롯해 탈원전 정책,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당정발(發) '슈퍼리치' 증세와 관련해 여당은 찬성 여론을 동력삼아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은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담뱃세 인하 법안을 발의하며 '서민감세'로 맞불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여야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공방도 거듭하고 있다. 여당은 "전력대란과 전기료 폭탄은 없다"며 야당의 탈원전 반대 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탈원전 정책을 '자해행위', '졸속 원전중단'으로 규정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현안에 대해서도 여야는 각기 다른 해석으로 엇갈린 평가를 내놓으며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 與, 국민·바른정당 포섭…한국당 "여야정 협의체는 꼼수"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지난 대선기간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증세 공약과 관련 법안들을 거론하며 "여야 공통점이 있으니 생산적 결론을 내서 협치를 이를 적기다.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여야정 협의체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세개혁을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부자증세'에 대해 반대 입장을 뚜렷히 하고 있는 한국당을 배제한 발언으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 비교적 접점을 찾기 수월한 바른정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당은 증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 협의체는 증세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증세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증세를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와 여당이)여야정 협의체를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거듭 "증세를 위해 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시적 수단으로 여야정 협의체를 이용하려한다면 (정부와 여당은) 본말을 전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野, 탈원전 정책 놓고 전기료 폭등 우려…與 "어불성설" = 탈원전 정책에 대해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추진되는 '졸속정책'이라며 전기료 폭등과 제조업 등 경제 성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이런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에 암운을 드리우는 조치"라며 "앞으로 전기료 폭등이 올 것이고 우리나라 전체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 짜리 정부가 100년을 바라보는 에너지 정책을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실험정부의 검증되지 않은 정책실험 피해는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에 대해 여당은 "준비된 정책이다", "전기료 폭등은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하며 즉각 반론을 펼쳤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주장들이 있어 오해하는 부분들이 있다. (야당에서)대통령 한마디로 탈원전이 결정됐다하는데 이는 느닷없이 등장한 게 아니다.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야당에서 문제 삼고 있는 전기료 폭탄 등 우려에 대해서도 "전력수급계획 문제는 전혀 없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전기료 인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야, 노동현안 둘러싼 해석 '제각각' = 여야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업, 민간기업 등에서 일고 있는 정규직-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노동 차별 없는 비정규직화 물결이 민간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경희대는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로 교내 청소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고, CJ 기업도 파견직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했다. 또 두산 그룹 역시 450명의 사내 비정규직을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 기업에서 한 명의 정규직이 늘어날 때 기업에는 든든한 소비자가 생겨난다. 이것이 개개인 국민이 살고 선순환 경제,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가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노동의 유연성과 강성귀족노조의 기득권을 지목하며 비정규직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금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이유는 노동의 유연성이다. 해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마치 이것을 기업의 탓이나 공공기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정부와 여당을 직격했다.
이어 그는 "강성귀족노조의 기득권 때문에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본질은 간과하고 (정규직화를) 기업에게만 강요하니까 기업들이 해외탈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만든 일자리가 100만개가 넘는다. 이를 정부에서 다시 한 번 참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