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총리가 내치에 바쁘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인도와의 국경 분쟁으로 바쁘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로 바쁘다. 트럼프는 세계일은 물론이고 자신의 탄핵 문제로 바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한중일이 서로 비난하는 일이 거의 없다. 각자 자기 코가 석자이다. 그러니 서로에게 신경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반면에 통상은 그런대로 잘 굴러간다. 정부가 뭐라 하건 국민들은 먹고 살 일에 열심인 탓이다. 이렇게 서로에게 관심이 적었던 기간은 최근 십 수 년이래 처음이다. 일단은 좋아 보인다. 갈등이 없어 보이니까.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가고 있으며,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중국, 일본, 미국의 전체적인 교역량은 상당한 폭으로 증가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흔히들 비즈니스를 제로섬 게임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나 전쟁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마이너스 섬 게임이다. 군사 행동은 아무리 잘해도 손해다. 비록 전쟁이 없어도,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즈니스는 항상 플러스 섬 게임이다. 내가 안 만들어도 누군가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내가 해외의 바이어를 만나러 가는 것도 나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고, 바이어도 이익이 있기 때문에 나를 만나준다.
지금의 한중일-미국의 상황이 그렇다. 자꾸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서로에게 생채기를 낸다. 차라리 서로 없는 듯이 지내면서 필요한 물건이나 팔고 사게 내버려 두면 잘 발전해나갈 것이다.
지금의 한중일 관계는 정치인들이 내치를 하기 위하여 이웃에 있는 나라들을 못 살게 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크다는 중국이 그런 성향이 더 심해지고 있다. 백성이 임금의 이름을 모를 때가 가장 태평성세라고 한다. 한중일도 서로 어떻게 사는지 모를 때가 조용할 때이다. 백성들은 늘 서로를 존중하며 교역을 하며 살았다. 그런데 국가 단위로 만나면 3국의 국민은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삼국의 지도자가 서로 다른 일로 바빠서 동북아 정세에 관심을 덜 갖고 있다. 비록 그게 본인들에게는 썩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한중일 3국 국민에게는 다행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오랫동안 정치인들이 3국의 평화나 발전에 무관심해준다면, 한중일 국민들의 서로에 대한 호감도는 분명 높아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