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증권시장에 악재일까 호재일까

지난 2일 세법개정안이 공개되자 증권업계가 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개정안 중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중도인출을 허용한 것을 반기고 있다. 반면 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와 파생상품 양도세 인상 등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ISA 비과세 한도 확대 불구 가입대상 확대 안 돼 불만 

이번 개정안에서 ISA 중도인출을 허용한 것은 ISA의 최대 단점을 해소해줬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현재 ISA 가입자는 만기 5년 동안 얻은 이자수익 중 서민형은 최대 250만원, 일반형·농어민형은 최대 200만을 한도로 15.4%(지방세 1.4% 포함)의 세금을 면제받는다.

하지만 아무리 면세혜택을 주더라도 ISA에 불입한 돈을 중도인출 할 수 없어 '묶인 돈'이란 인식을 받아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사업자가 폐업 등의 사유에 한해 중도인출이 가능하지만 이외 사유로는 그간 감면받은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14%의 세금을 토해 내야만 인출할 수 있었다.

정부는 이처럼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납입한 원금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중도인출을 허용키로 했다. 다만 원금을 제외한 운용수익은 여전히 인출이 제한된다.

만약 ISA에 2000만원을 넣어 200만원의 운용수익을 올렸다면, 2000만원 원금에 대해서는 중도인출이 가능하지만 200만원의 운용수익은 9% 분리과세 후 돌려받을 수 있어 완전한 면세 혜택은 누릴 수 없다.

ISA이자소득 비과세 한도를 확대 한 것은 ISA 가입을 늘릴 수 있는 호재가 된다.

우선 서민형 ISA 가입자의 경우 비과세 범위가 종전 2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두 배 오른다. 가입자가 의무가입기간 3년 동안 연 납입한도 금액인 2000만원씩 넣었을 때 연 평균 4%의 수익을 올렸다면 3년분 운용수익 약 480만원에 대해 전부 비과세 혜택을 챙길 수 있다. 종전 규정대로라면 250만원을 초과한 230만원은 세금을 내야 했다.

농어민도 서민형 ISA 수준인 500만원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ISA 도입당시 농·어업소득에 대한 증빙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소득증빙 과정을 생략하는 대신 일반형 혜택까지만 비과세를 부여했다. 의무가입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단 소득이 근로소득5000만원·사업소득3500만원을 초과하는 농어민은 기존과 같이 일반형으로만 가입이 가능하다.

일반형 비과세 한도 역시 현행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100만원 상향된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에서 요구하던 18세 이상 전 국민으로의 가입자격을 확대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ISA가 재조명을 받기 위해서는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어야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기존 가입 대상자들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A 서민형의 세제혜택이 크게 늘었지만 전체 가입자 중 비중이 크지 않아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며 "가입 대상 확대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주식양도세 대상 확대…고액자산가 투자 위축 우려

대주주의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관련해선 과세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양도소득세율도 과표 3억원 초과는 25%로 인상돼 고액자산가의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내년부터 현행 20%인 양도세율을 과세표준 3억원 이하분에 대해서는 그대로 두고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25%로 높였다.

또 대주주 범위는 2021년 4월부터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을 막론하고 종목당 보유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대주주로 간주돼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2020년부터 종목당 보유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계획이었으나 그 범위를 더욱 확대했다.

강승건·최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주주에 대한 기준 강화 및 양도소득세 강화는 고액자산가의 직접투자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도소득세 강화 부문은 증권사의 절세상품 출시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고액자산가 확보와 절세상품 공급이 가능한 일부 대형증권사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생상품 양도세 2배로 인상…활성화 갈수록 멀어져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양도소득세율도 현행 5%에서 10%로 상향된다. 이번 세율 향상은 파생상품 거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파생상품은 채권·통화·주식·원자재 등 기초자산을 응용해 다양하게 구성된 금융상품으로 지난해부터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되기 시작했다.

다만 국내 주식과의 과세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국내외 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손익을 합산해 이익이 발생한 경우만 세금을 내도록 했다.

기존까지는 파생상품 거래 시장이 국내인지 국외인지에 따라 손익을 구분해 과세해 결과적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도 세금을 내는 사례가 있었다.

예를 들어 오전 파생상품 시장에서 3000만원 이익을 보고 야간시장에서 4000만원 손해를 본 투자자는 총 1000만원 손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올린 3000만원에 대해서는 5%의 세율로 과세됐다.

반면 오전 파생시장에서 4000만원 손해를 보고 야간에 3000만원 이익를 봤다면 앞의 사례와 같이 1000만원의 손해는 같지만 세금 납부의무가 따르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첫 단추를 잘못뀄다. 거래소가 야간거래에 대해 국외파생거래로 명시해 일어난 일"이라며 "투자자입장에서는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인데 주·야간 분리해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각종 금융소득 과세 특례도 손질된다. 지난해 도입한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추가 연장 없이 올해 말로 일몰된다. 신용도가 낮은 대신 고수익·고위험의 채권형 펀드인 하이일드펀드의 분리과세 적용 역시 올해로 종료된다.

강승건·최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과세특례 일몰에 대해 "증권사의 상품 라인업 축소로 연결돼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