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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 통보, 개선방안은?

①600달러 이상 사놓고…세금 안 낸 분들 많으시죠?

조세일보 / 이희정 기자 | 2017.08.0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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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다녀온 여행자와 세관 직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실랑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 산 물건이 아닌 것처럼 꽁꽁 숨기거나 위장해서 들어오려는 여행자와 이를 적발하려는 세관 직원 사이에 숨박꼭질은 과거에도 있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공항에서 이런 숨박꼭질이 일어나는 이유는 가방이나 화장품 등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저렴할 뿐더러 '면세'가 되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여행자들 대부분은 물건을 구매해 입국한다.

물론 국내외 어디에서든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 의사지만 문제는 '면세한도'다.

면세한도를 초과하는 물품에 대해선 당연히 세금을 내야하지만 여행자들의 입장에서는 안 내도 되는 돈을 낸다는 생각에 반발심만 커진다. 반대로 세관 입장에선 이는 명백한 '탈세'이므로 세금을 당연히 부과해야 한다는 방침 아래 실랑이가 계속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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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한도, 너무 적다고?

여행자들과 세관 직원들 사이의 간극에는 면세한도 놓여있다. 면세한도를 초과하지 않았다면 세관 직원이 여행자를 잡을 리도 없지만 문제의 대부분은 면세한도 초과 물품이다.

하지만 여행자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방이나 화장품, 술, 담배, 영양제 등 필요한 것만 사도 600달러를 넘는 일이 다반사다. 현실적으로 면세한도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면세한도가 너무 낮다는 이야기 또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논란이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는 지난 2013~2014년이었다.

26년 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면세한도를 물가상승과 구매여력 확대 등을 반영해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졌지만 관세청은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과의 차별이 발생한다', '면세품은 국내에서 사용하라는 목적이 아니다'라며 버텼다.

그러나 당시 국내 유통업계가 해외 상품을 들여와 폭리를 취하며 소비자를 '호갱(호구+고객의 합성어)'으로 본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해외직구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그 불똥이 면세한도까지 튀었다. 국내에서 비싼 가격에 뿔난 소비자들은 관세청이 면세한도를 낮게 설정해놓고 해외에서 산 물건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반발했다.  

당시 전국경제인단체연합회(전경련)에서도 면세한도를 1000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관세청은 600달러와 1000달러 사이에서 고민하다 2014년 말 면세한도를 6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여론에 못 이겨 결국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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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쇼핑은 즐거웠지만… = 해외에서 면세한도인 600달러 이상 물건을 구입한 여행객들에게는 관세가 부과된다. 여행객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물품을 숨기기도 하며, 적발될 경우 세관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된다.

관세청, 가시밭길 끝내 '블랙리스트' 확보

관세청이 면세한도 상향에 인색한 것은 '세금' 때문이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은 '공평'과 '형평성'이 최우선으로 담보되어야 하지만 해외여행자에게는 예외처럼 인식되어 왔다. 

면세품의 본래 목적은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해외에서 사용할 물건을 살 때 이왕이면 국내에서 사라는 뜻에서 판매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면세품을 산다면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내고 물건을 사용하는 다른 국민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더구나 여행자들은 면세한도를 초과하더라도 대부분 물건을 숨겨서 들어오기 때문에 적은 세관 인력으로는 적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한도를 올리는 것은 관세청 입장에서 곤란한 일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기준 인천공항을 통해 출입국 한 여행자의 수는 4980만4000명이었다. 이들의 휴대품을 검사하는 세관의 검사 직원 수는 고작 206명이었다. 직원 1명당 연간 24만1766명, 일 662명을 검사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여행자들을 샅샅이 검사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

이에 관세청은 분기별 5000달러 이상 쓴 사람에 한해서만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통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추진해 지난 2014년부터 시행 중에 있다.

당시 관세청은 여행자들이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을 실시간으로 통보받는다면 고액을 구매한 여행자들을 따로 선별해 검사할 수 있어 효율적인 인력 운용은 물론 탈세 방지에 효과를 볼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야당(現 여당)에서 정부가 세금 부과를 위해 국민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면서 관세청은 통보 주기를 실시간에서 분기별로 받고 물품구매 내역만 통보받는 것으로 한 발 물러났고 국회의 동의를 받아낼 수 있었다. 

해외서 5000달러 쓴 내국인, 이렇게나 많아?

국내도 아니고 해외에서 3개월마다 5000달러(한화 약 560만원) 이상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까 싶지만 관세청이 통보받는 내역을 보면 매분기마다 꾸준히 5만~6만명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통보받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 초기였던 2014년 1분기 5만8938명이 관세청에 통보됐다. 2분기 6만964명, 3분기 6만3854명, 4분기 6만1527명이 관세청에 통보됐다.

2015년 1분기에는 6만366명, 2분기 6만139명, 3분기 5만7196명, 4분기 5만8672명이었으며 2016년 1분기는 5만1940명, 2분기 5만4334명, 3분기 5만8392명, 4분기 5만5146명이었다.

이 중 10만달러(한화 약 1억1200만원) 이상 해외에서 사용한 이들은 매분기 200명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일반 서민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금액을 해외에서 연간도 아니고 분기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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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통보받은 해외 신용카드 내역을 활용해 여행자를 선별해 검사한 건수는 2014년 24건(과세금액 200만원)에서 2015년 801건(1억1000만원), 2016년 713건(4억6600만원), 2017년 1~2월에는 335건(2억100만원)이었다. 

관세청이 통보받은 5만~6만명의 여행자 중 불과 몇 백 건만 선별검사 한 것만 놓고 보면 제도 시행 후 큰 효과를 봤다고 말하기는 다소 어렵다. 하지만 관세청은 통보받는 시기를 분기별에서 월별 혹은 실시간으로 바꾼다면 효과는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 호언장담하고 있다.

여행자가 이미 물건을 사서 들어오고 난 뒤, 늦게 통보받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효과적인 검사 등이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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