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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세법개정안 분석]

남은 이익에 세금 매겨도…기업 곳간 끝내 안 열렸다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 2017.08.09 08:38

초이노믹스 핵심 '기업소득환류세제' 결국 폐지
기업, 임금 올려야 세제혜택 받도록 재설계
세금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정책 실효성 의문

기업소득을 개인소득으로 흘러가게끔 만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이하 환류세제)'가 결국 "정책 효과가 없다"는 판정을 받고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이 세제를 통해 기업들이 유보금을 덜 쌓고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주거나 투자를 활발히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낙제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센세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정책)'의 핵심이었던 이 정책은 정권 교체 후 마치 '적폐'라도 된 것처럼 퇴출 위기에 내몰렸다.

가죽은 벗겨졌지만 뼈대는 남았다.

기업이 고용·임금을 늘리거나 상생협력 출연금(대기업이 협력기업의 연구나 근로자 복지에 지원하는 돈)을 늘렸을 때 세제혜택을 더 주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 재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재손질한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거둘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마찬가지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도 법인의 당기순이익에서 일정 금액을 투자나 임금증가 등을 위해 써야만 과세를 피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류세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기업들이 사내에 쌓아 둔 현금성자산이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게다가 사실상 환류세제가 장기적인 운영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경영활동을 막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기업들 남은 이익에 과세 3년 더 

문재인 정부는 비록 환류세제가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제도이긴 하나, 기업의 이익 증가에 비해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환류세제를 연장하는 쪽으로 택했다. 대신 당초 기대와는 달리 기업들이 주주에게 배당을 늘리는데 치중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줄 때 '징벌적 과세'를 피할 수 있는 구조로 재설계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가 새롭게 도입이 추진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자기자본 500억원이 넘는 기업,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과세대상이다. 

투자·임금증가·상생협력 지출액으로 환류 시킨 금액이 기업소득의 일정액에 미치지 못했을 때 추가로 세금(세율 20%)을 물리는 과세 제도. 10% 물리는 환류세제보다 세율을 배로 올리면서 압박감을 더 했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3년 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도록 했다.

주목할 부분은 과세규모를 결정하는 범위 중 임금증가 가중치를 중산·저소득층의 고용·임금증가를 유도할 수 있도록 재손질했다는 점이다. 고용증가에 따른 임금증가분 가중치는 기존 1.5~2에서 2~3으로 높였으며, 임금증가분 계산 시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범위도 총급여 7000만원(현 1억2000만원) 이하로 낮췄다.

가령 총 임금 증가분이 A기업에서 고용증가에 따른 임금증가분이 50억원, 청년 정규직근로자 임금증가분이 10억원, 정규직전환 임금증가분이 10억원일 경우 기존 환류세제에서 환류금액은 380억원이었지만, 새로운 세제에서는 변경된 가중치에 따라 420억원이 환류금액이 된다.  

배당을 하거나 투자 가운데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낮은 토지는 환류금액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간 투자나 배당 규모가 큰 일부 대기업은 환류세 부담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같은 조치로 남는 돈을 주주에게 배당했거나 땅을 샀다고 해서 기업들이 내야 할 세금을 줄일 수 없다.

현금성자산

'세금만능주의'는 기업에 안 통한다?

기업들의 이익을 고용에 많이 환류 할수록 세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로 환류세제를 바꿨는데, 이 제도가 시장에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기업들의 경영안정성만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실제로 환류세제가 시행(2015년)된 이후에도 기업들이 사내에 쌓아둔 현금성자산은 늘고 있다. 현금성자산은 기업의 운영, 투자를 위한 예비자금의 성격으로 기업이 보유하는 자산을 말한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현금성자산 현황' 자료를 보면, 시총 상위 72사의 현금성자산(연결기준)은 2015년 98조2634억원에서 2016년 115조1506억원, 올해 3월 현재 115조7462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기업들이 경영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인데, 징벌적 과세만으로 기업의 운영 및 투자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업무용 건물을 세우기 위한 부동산(토지)을 취득했을 때 환류 되는 금액으로 인정해주던 것을, 앞으로는 제외 대상으로 분류시키면서 정책의 예측가능성마저 훼손시킨 모양새다. 

특히 환류대상에 배당이 빠졌다고 해서 기업들이 배당을 줄이기는 힘든 구조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또한 법인세 명목세율 조정을 감안해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은 포함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중견기업, 일부 대기업이 세부담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8월 2일)에 앞서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말 일몰(폐지)이 도래하는 환류세제를 예정대로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세법개정 건의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었다.

"고용과 투자는 사업기회가 있을 때 자연히 따라오는 것으로 환류세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환류세제가 연장되는 것인데, 이 세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기업 자발적으로 임금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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