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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증세'만으론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 불가능하다"

조세일보 / 이현재, 김용진(사진) 기자 | 2017.08.09 15:00
핀셋증세

정부가 지난달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 이른바 '핀셋증세'를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수백조원이 필요한 복지재원을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한국세무학회(학회장 : 김갑순)와 (사)한국납세자연합회(회장 : 전규안)는 9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조세정책심포지엄-2017 세법개정안의 평가와 제언' 토론회를 개최하고 세법개정안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동시에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득세의 경우 연소득 3~5억원 구간의 소득세율을 현행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는 40%에서 42%로 각각 2%p 올리고 법인세는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현행 22%에서 25%로 3%p 세율을 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초고소득층에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

하지만 법인세의 경우 국제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과 함께 근로소득자의 절반가량이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상황에서 초고소득층에만 세부담을 더 지우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5년 동안 총 178조원의 복지재원이 필요한데, 이 같은 어정쩡한 규모의 증세안으로는 목표로 한 세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재원 마련 대책 미흡 …재분배 효과도 없어"

이날 손종필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해 "나날이 증가하는 복지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복지재원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을 실현하는 것 또한, 증세를 통해서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은 복지증세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수확보에 대한 한계는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세법 개정안의 세수 효과는 5.5조원 정도에 달한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이러한 수치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이야기한 3.4조원의 증세 규모 보다는 크지만 대선 당시 주장한 12.2조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 공약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대선 공약 이행의 의지가 부족하거나, 재원 마련 대책이 미흡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실 연구위원은 "이른바 '초대기업 핀셋증세'로 거둘 2.7조원으로는 수백조원에 달할 보편적 복지 지출에 턱없이 모자라며 따라서 소득재분배가 개선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소득세 인상과 관련, "9만3000명을 대상으로 부자증세 해봐야 최대 2조원 세수가 가능하며 이를 국민에게 분배해도 지니계수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조세재정연구원에서 냈다"며 "덧붙여서 더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 빈곤층에 집중 지원해야 소득재분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 있는 곳에 과세는 공평과세 원칙임에도 근로소득세를 면세 받는 근로자가 전체의 절반(46.5%, 2015년 기준)에 육박한다. 세금을 꼬박고박 내는 절반의 근로자들도 국민이며 이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적은 금액이라도 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이자 당당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나상성 국민의당 정책부위원장은 "복지재원 등으로 늘어나고 있는 재정지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소득 재분배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을 구현하기 위해 일부 담세력이 있는 고소득층과 법인의 세율을 인상하는 것도 향후 조세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표 2000억원 이상의 일부 대기업들에게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당초 법인세율 인상을 통한 재정적,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다소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쏟아진 제언들…"비과세·감면 등 효과 제대로 평가해야"

재원 마련 문제와 더불어 이번 세법개정안과 관련,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날 세법개정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각각의 코멘트를 남겨 눈길을 끌었다.

박 교수는 우선 "고소득자 과세 강화 및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인상은 논란이 많지만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적인 과세가 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과세대상 대주주의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며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도 강화하고 있지만 대기업집단의 경우에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또 "배당 및 이자소득 등 금융소득에 대한 비과세 및 분리과세 등을 폐지한 것도 바람직하다. 다만 주요한 자본소득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가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와 연계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없애고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한 것도 의미가 있다. 근로소득 증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조세지원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무대리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 축소와 성실신고확인제도 확대에 대해 언급했다.

최 교수는 "성실신고확인제도를 소규모법인에게 추가 적용하고 개인사업자에게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은 세원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이 있으나, 실무에서는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에게 과도한 납세협력비용을 부담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해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를 축소하는 것에 타당성이 있으나, 실무에서는 수기로 작성된 서면자료를 전자신고 자료로 전환하기 위해서 수십 차례의 오류 체크를 통해 완성해야 하고 오류 체크 이후에도 홈택스 관련 공무원의 지시가 있어야 전송이 가능하므로 사실상 국세공무원의 업무대행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정의 취지나 타당성이 인정되더라도 실무에서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면 제도 개정에 신중을 기해 의도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몰이 도래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현철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통한 조세지출 규모는 2015년 35.9조원, 2016년 36.5조원, 2017년에는 37조원으로 소폭 증가할 전망"이라며 "예비타당성 평가 및 심층평가 시 엄격한 판단기준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이러한 평가 결과를 세법 개정안 마련 시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일몰 없는 항목에 대해서는 주기별 심층평가를 의무화하거나 조세지출 항목에 대해 일몰 도입 확대 등을 검토해야 된다는 것이 하 전문위원의 주장이다.

박기백 교수 역시 "다수의 조세감면이 일몰 연장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특히 농어촌 관련 조세감면은 실효성에 의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연장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손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담뱃세 증가분을 당초 목적에 맞게 국민건강 증진에 사용해야 된다고 주장했으며, 박 교수는 법인세 등에 대한 세율 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나상성 국민의당 정책부위원장은  "대기업의 일부 R&D 세액공제 축소, 생산성 향상시설이나 환경보전시설에 대한 공제율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법인세의 인상도 필요하지만, 법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외부 경제를 증가시키는 세제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거나 유지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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