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한 공포영화 시리즈 중 하나인 여고괴담(왼쪽), '최고의 공포영화 톱25'에서 24위를 기록한 장화, 홍련.
한여름을 이기는 걸작 공포영화選 ②
아시아의 공포물은 할리우드나 유럽의 슬래셔 무비들과 달리 영혼·귀신 등 오컬트적 요소가 가미된 영화들이 주로 나온다. 동양적 문화가 가미된 공포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를 시도하는 등 아시아의 귀신들은 전 세계 팬들을 홀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여성의 '한'을 담은 공포영화가 주를 이룬다. '월하의 공동묘지', '장화, 홍련'(2003), '여고괴담'(1998) 등의 작품은 한을 품은 여성들의 복수극이 이어진다. 한이 선보이는 가슴 서늘한 공포감은 보는 이들을 오싹하게 만들며 한국 공포영화 특유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한국 대표 공포영화로 꼽히는 '월하의 공동묘지'(1967)는 귀신 월향(강미애)이 자신을 죽게 만든 난주(도금봉)와 태호(허장강)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가부장적 사회의 한국에서 남자를 향한 여성의 복수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고 당시 활용 가능한 특수효과를 총망라한 점도 성공 요인으로 평가된다.
총 5편의 '여고괴담' 시리즈는 한국 공포영화 가운데 가장 큰 흥행을 거둔 작품이다. 죽은 여고생이 귀신으로 등장하는 이 시리즈는 1998년 '여고괴담'을 시작으로 '여고괴담5:동반자살'까지 이어진다. 여자 고등학교라는 친근한 무대와 새로운 소재, 영화적 기법을 선보이며 우리나라 대표 공포영화 브랜드가 됐다. 특히 '여고괴담'에서 나온 귀신 순간이동 장면은 한국 공포영화 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한국의 전통 설화인 '장화 홍련전'을 각색한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은 미국 영화전문사이트 쇼크틸유드랍닷컴(ShockTillYouDrop.com)이 선정한 '지난 10년간 최고의 공포영화 톱25'에서 2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이 사이트는 '장화,홍련'에 대해 "'링', '주온' 등 일본 공포영화처럼 커다란 임팩트는 남기지 못했으나 보기 드문 예술성이 눈에 띈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 국내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日 공포영화 주온(왼쪽), 링.
일본의 공포영화는 귀신, 영혼 등의 우리와 비슷한 주제를 다뤄 국내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다.
'주온'(2002) 시리즈는 역대 외화 공포영화 시리즈 흥행 1위를 기록했으며 '링'(2002) 시리즈의 경우 사다코가 TV속에서 걸어나오는 명장면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일본 공포영화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독특한 음악효과다. '주온'에 나온 아이 귀신 토시오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고 여자 원혼 가야코도 특유의 괴음을 통해 공포를 준다. 또 귀신의 전화를 받으면 죽음을 맞이한다는 설정의 영화 '착신아리'(2003)는 독특한 휴대폰 벨소리로 유명하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선 이 벨소리를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하는 유행이 일기도 했다.
귀신들이 창백한 얼굴로 관객을 노려보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도 일본 공포영화의 백미다. 이 특유의 표정 연기는 한 번 보면 쉽게 잊기 힘든 강렬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일본 공포영화의 또 다른 흥행 비법은 익숙한 일상을 끔찍한 경험으로 뒤바꾼다는 점이다. '주온' 속 계단을 기어 내려오는 귀신은 대낮 평온한 집 안을 소름끼치는 공포의 무대로 만든다. 샤워실과 옷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으로 인해 크게 놀랐던 관객들은 나중에는 묘한 중독성을 가져 일본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
◆ 독특한 소재로 한국·일본을 잇는 신흥 공포영화 강자로 자리매김 한 태국.
1년 내내 여름이 유지되는 태국은 다양하고 참신한 주제의 공포영화들로 한국·일본을 잇는 신흥강자로 자리매김 했다. 태국 작품의 특징은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 공포감이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각막 이식수술을 통해 귀신을 보게 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디 아이'는 2002년 개봉 당시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참신한 소재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할리우드에서는 제시카 알바 주연의 리메이크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디 아이'의 흥행으로 그동안 관심 밖에 있었던 태국 공포영화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4년 개봉된 '셔터'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카메라를 공포의 소재로 삼아 공포감을 조성했다. 또 2007년 샴쌍둥이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 ‘샴’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정지연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시아 공포영화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아시아만의 독특한 공포는 전 세계 영화팬들을 홀릴 수 있는 요소"라며 "'주온'은 2005년 영화 '그루지'로 리메이크되면서 2주 연속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 공포가 세계 영화시장에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지표를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