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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인하 수준 적절성 논란]

③ 통신3사, 기본료 바가지 씌운 돈으로 신사업 투자

조세일보 / 백성원 전문위원 | 2017.10.12 09:00

무선통신 설비투자 절반이하로 줄어도 기본료는 그대로

통신3사가 이동통신 가입자들로부터 연간 8조원에 가까운 기본료를 징수해 무선통신서비스보다는 IPTV 등 유선 신사업부문에 더 많이 투입하고 있어 이동통신 사용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3사의 최근 6년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무선부문 투자비는 지난 2012년 5조8372억 원에서 지난해 2조4984억 원으로 절반이하(42.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기본료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통신3사는 기본료를 인하하는 대신 이 기간 동안 유선부문 투자를 1조9092억 원에서 2조9799억 원으로 56%나 늘려 대용량 데이터 소비가 필요한 IPTV 등의 유선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유선부문 투자비가 무선부문을 뛰어 넘는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통신사들은 통신비 인하 요구가 빗발치자 통신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막대한 적자발생으로 망 유지는 물론 설비투자도 어려워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리가 또 먹혀들었다.

영업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통신사들은 현재 1만1000원 수준인 이동통신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연간 7조9천억 원에 달하는 매출손실과 막대한 적자 발생으로 망 유지가 어려운 것은 물론 5G 등 설비투자도 할 수 없어 피해는 소비자들 몫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본료 폐지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기본료가 도입된 취지를 살펴본다면 통신사들의 이같은 주장의 상당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통신 기본료는 34년 전인 1984년 전두환 정권시절 사업 초기 발생하는 막대한 설비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전해 준다는 취지에서 2만7천원으로 시작됐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통신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때마다 1000원에서 2000원씩 소액 인하됐고 지난 2011년 1만1000원으로 낮춰진 이후 6년간 동결되며 통신사 수입의 36%를 차지하는 가장 확실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은 통신망 설치와 초기투자비용에 대한 환수가 이미 완료된 상황인데도 계속 기본료를 징수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통신사 배불리기에 불과하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심 쟁점은 기본료가 폐지될 경우 통신사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돼 미래 투자여력을 상실하느냐 여부이다. 

이와 관련, 1996년부터 거둬들이기 시작해 지난 2015년 5월말 폐지될 때까지 19년간 거둬들였던 가입비의 사례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은 가입비를 폐지해도 통신사의 경영수지가 악화되지 않았다.

이동통신 가입비는 폐지 당시 7200원~9000원으로 현 기본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입비가 폐지된 2015년 이동통신3사의 영업이익은 전년도의 1조6107억 원보다 2배 가량 많은 3조1690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2015년 대비 4286억 원(13.52%)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2014년 1320억 원에서 2015년 2조2445억 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2조5280억 원으로 폭증했다. 여기에 비용으로 처리한 감가상각비(설비에 투자된 금액을 매년 일정비율로 줄여 나가는 것으로 현금 유출과 관계없는 장부상 비용)를 포함할 경우 실제 이익은 3년간 총 23조2035억 원, 연 평균 7조7345억 원이나 돼 통신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무선 CAPEX

◆…자료:통신3사 실적발표

무선통신 부문의 투자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통신 3사는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유·무선 설비투자(CAPEX: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지출)에 43조3324억 원을 지출했으며 이중 무선부문은 56.11%인  24조3140억 원, 유선부문에는 33.76%인 14조6294억 원이 투자됐다.

이 기간 중 무선투자가 유선투자에 비해 금액은 많다. 하지만 투자금액의 추이를 살펴보면 무선부문의 설비투자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시설투자에서 무선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61.63%에서 이듬해인 2012년에는 67.22%까지 증가했다가 2013년 54.84%, 2014년 55.06%, 2015년 52.99%, 그리고 지난해에는 39.80%까지 낮아졌다.

이에 비해 유선투자는 2011년 27.04%에서 2012년 21.99%로 약간 낮아진 다음 2013년 32.91%, 2014년 38.61%, 2015년 40.72%로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지난해에는 47.47%를 기록하며 무선부문 투자를 앞질렀다. 대용량의 데이터 소비가 많은 IPTV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유선부문의 투자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무선투자보다 유선투자가 더 많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으로 통신사들이 이동통신 사용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IPTV나 인터넷 등 유선통신 설비 이용자들이 부담해야할 비용을 줄여준 것으로 설명된다.

결과적으로 무선통신 가입자에게 기본료를 받아 무선투자에 사용한 것이 아니라 통신사의 차세대 먹거리에 투자되는 꼴이 된 셈이다.

추정 감가상각액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투자된 자산의 감가상각 추이를 살펴봐도 무선부문의 비용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알수 있다.

기본료 징수의 배경이 된 전기통신 설비의 감가상각 기한은 회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 3년~8년으로 최장 기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996년 도입된 2G는 2004년, 2007년 시작된 3G는 2015년 이미 회수가 끝난 셈이고 2012년 전국 서비스 망이 구축된 4G 역시 6년 이상 경과, 비용처리가 끝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통신사들의 통신설비 감가상각 전체 금액은 소폭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CAPEX 비율을 감안해 추정한 무선부문 상각금액은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 이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기본료 인하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선통신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하드웨어 구축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보다는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무선부문의 투자수요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  

향후 무선부문에 대한 투자비가 감소할 것이라는 해석은 통신3사가 배포한 자료에서도 찾을 수 있다. 먼저 SK텔레콤은 지난 7월12일 보도 자료를 통해 '국제 표준기구 규격 기반 가상화 통합관리 플랫폼의 상용화로 향후네트워크 장비 구축에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월15일에는 '사업자간 네트워크 슬라이스 연동'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시연에 성공했다며 IoT(사물인터넷), 커넥티드카 서비스용 네트워크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KT 역시 5월23일자 자료를 통해 서비스에 따라 구분된 네트워크 장비를 하나의 플랫폼에 수용하는 가상화 기술로 각각의 장비를 범용서버로 대체, LTE네트워크뿐만 아니라 NB-IOT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어 장비 구축에 소요되는 공간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도 캐리어급 NFV(네트워크 기능 가상화) 기반 라우터의 소프트화를 국내 최초로 성공함으로써 기본 장비에 비해 저렴한 투자비와 운영비가 소요된다는 내용을 이미 지난해 9월 공개했다.

통신사들의 주장대로라면 향후 5G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그동안 설비투자 규모에 비해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기본료를 계속 받아야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영업은 하지 않고 통신가입자들로부터 세금처럼 강제적으로 거둬들이는 기본요금으로 임직원들에게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주주들에게는 막대한 배당잔치를 벌여 온 셈이다.

통신사들은 망 유지비나 원가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라며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2G·3G는 물론 4G망 또한 구축이 거의 끝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34년간 지속돼 온 손쉬운 장사를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되었다.

이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는 “일부에서 LTE망 구축이 끝난 만큼 통신회사의 무선 CAPEX 투자가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통신 네트워크에 대한 몰이해에서 빚어진 오해”라며 “커버리지 구축이 끝나더라도 품질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료 인하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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