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액은 129조원에 달하는 등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발표된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르면 2015년~2016년 기간 동안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액은 129조원으로 2007년~2014년 연평균 60조원의 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대비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현재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95.6%(OECD평균 70%), 가처분소득 대비 178.9%(OECD 평균 135%)로 각각 OECD 국가 중 7번째, 9번째다.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최근 저금리 기조의 지속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확대된 가운데, 금융권의 가계대출 취급 유인·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노력이 맞물려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등을 견인한 점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인구 구조상 35~59세의 '적극차입계층'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투자수요 증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부채질 했다.
저금리 기조+주택시장 호조 '믹스'... 가계부채 증가 견인
먼저 저금리 기조의 지속은 주택 매입수요 확대, 가계 자산의 운용행태 변화 등을 유발해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차입비용 감소와 주거비 상승 등으로 임차가구의 주택매입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증가는 가계 대출 증가의 주요인이 됐다.
실제로 2015년 4월부터 작년 3월까지 전세에서 자가 전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추정액은 21조원으로 총 증가분 125조원의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 등 비주담대 추정 잔액도 2013년 말 247.1조원에서 올해 1분기 329.9조원으로 82.8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기관내 가계대출 취급 유인도 기업대출 대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BIS비율 산정시 위험가중치는 기업대출이 64.7%인데 반해, 가계대출은 24%, 주택담보대출은 19.7%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업황 부진 등에 따른 기업 신용위험이 증대된 것에 따른 것이다.
기업 신용 위험도가 높은 환경은, 금융업계가 가계대출에 더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노력은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주택시장 호조, 주택담보대출 등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주택관련 규제완화로 가격상승 기대 유발 및 시장이 활성화됐고, 이는 분양시장 수급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며 집단 대출이 증가한 것이다.
서민 실수요자 내집마련 지원, 주담대 질적 구조개선 등을 위한 정책모기지 공급이 증가한 점도 한몫했다. 우리나라 정책모기지 잔액은 2014년 48조원에서 2016년 101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 했다. 특히, 고정금리·분할상환 중심의 구조개선 과정에서 적격대출 공급이 크게 확대됐다.
인구와 주택시장 구조 등 구조적 요인도 가계부채 증가요인으로 지목됐다. 인구구조상 적극차입계층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투자수요 증가가 가계부채 증가요인으로 작용했다.
연평균 적극차입계층은 1990년대 1330만명, 2000년대 1750만명, 2010년부터 2016년까지 2040만명으로 지속 증가 추세다.
또 고령화에 따른 노후대비 자영업 진출이 늘어났고, 60대 이상의 임대주택 투자 등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 수요·공급측면 모두 가계부채 증가요인으로 지목됐다. 우리나라의 주택, 아파트 등 실물자산 보유 비중은 62.8%로 미국 30.1%, 일본 37.4%, 영국 47.2%보다 높다. 실물자산 선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추정액은 작년 말 현재 139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10% 수준이다.
가계 중심 임대주택 공급으로 주택관련 부채가 가계부문에 집중된 것도 증가요인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임대주택 중 가계 공공 임대주택 공급 비율은 79%로 미국 56%, 일본 67%, 영국 53%보다 높은 수준이다.
임대가구 금융부채 추정액은 2012년 179.5조원, 2014년 204.5조원, 2016년 226.3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계 중심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가계부채 추정 증가액은 지난 2015년 기준 50조원이다.
금융 리스크 가능성 제한적…높은 증가세 지속시 취약차주 부담
그러나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주담대 위주의 가계부채 증가로 실물자산도 증가하고 있고, 소득 4~5분위 부채 점유율이 70% 수준에 이르는 등 가계상환능력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또 장기 고정금리·분할상환 중심으로의 전환 노력과 주담대 만기 장기화 등에 힘입어 가계대출의 질적 구조가 개선됐다. 연체율·BIS비율 등을 감안시,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능력도 충분하다.
다만 금융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 지속시, 성장이 제약되고, 고위험가구,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작년 원리금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70%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중 약 75%는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거시적으로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는 가계 상환부담 증가로 이어져 소비·성장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아울러 작년 9월 최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취약차주의 원리금 부담 확대가 우려되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