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공.
지난 5월 25일 오전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A(25·여)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전화 속 남성은 A씨 명의의 계좌가 불법자금 사건에 연루돼 오늘 검찰 조사를 받지 않는 경우 구치소에 수감될 수 있다고 급박했다.
이 남성은 A씨에게 가짜 검찰청 공문까지 휴대폰으로 보내 사실임을 믿게 한 후, 계좌에 있는 돈이 불법 자금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모두 현금으로 출금해 금감원 직원에게 전달하도록 강요했다.
특히 은행에서 고액의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할 수 있으니 신혼여행 목적이라며 달러로 환전해서 가져오도록 구체적인 사항까지 요구했다.
A씨는 남성의 말대로 자신의 계좌에 있던 2400만원을 달러로 환전해 여의도역 근처에서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을 만나 2만달러를 전달했다.
대출수요가 많은 40~50대를 겨냥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30대 젊은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정부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은 젊은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경보등급을 '경고'로 한 단계 격상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젊은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피해와 관련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특히 교사, 간호사 등 20~30대 전문직·사무직 여성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9월 한달 간 수사기관·금감원 사칭 피해자 중 피해금 1000만원 이상인 20~30대 전문직·사무직 여성은 38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피해금액만 7억7000만원에 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법에게 계좌 이체가 아니라 현금을 직접 전달하는 경우 금감원의 피해금 환급절차를 통한 피해금 환급을 받을 수 없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으로 개인정보를 입수한 사기범이 전화를 걸며 설명, 주민번호, 직업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직장동료 성명까지 이야기하는 경우 사기임을 의심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았다.
사기범들은 금감원 인근에서 현금을 편취한 후 조사가 끝나면 돈을 돌려주므로 피해자에게 금감원에 직접 방문하라고 기망하는 등 점점 교묘하고 대담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화로 수사기관·금감원 등 정부기관이라며 자금이체나 현금전달을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증인소환장, 출석요구서 등 수사기관·금감원의 주요 공문서는 등기우편으로 발송하므로 핸드폰으로 받는 문서는 의심해야 한다"고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