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법인세율 조정안은 오는 13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쟁점 가운데 하나다.
정부와 여당은 소득재분배 명분을 장착하고 초고소득층에 대한 소득·법인세율 인상안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선 정부여당의 증세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소득세의 경우 지난해 이미 증세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형국이며, 법인세의 경우 정부안과 반대로 세율 인하를 골자로한 의원입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는 상태라는 측면에서 심의 과정에 난항이 예고된 상황이다.
법인세율 인상안에 '맞불' 놓은 자유한국당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현행 종합소득 과세표준 구간에 3억원~5억원 이하 구간을 신설하고 과세표준 3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현행 대비 2%p 인상하는 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이 국회를 그대로 통과한다면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은 40%에서 42%로 각각 인상된다.
여당 의원들은 여기에 더해 최고세율을 60%까지 올리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1억5000만원~3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현행 38%를 유지하되, 3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42%로 인상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같은당 양승조 의원은 1억5000만원~5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을 38%로 유지하되, 5억원~7억원 이하 구간에 40%, 7억원~10억원 이하 구간에 50%, 10억원 초과 구간에 60%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정부안은 물론 여당의원들의 안까지 모두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내용으로 담고 있는 데다, 야당에서도 초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에 대해선 딱히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 적정선에서 세율이 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법인세율 인상안이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2억원, 200억원을 기준으로 10%, 20%, 22%의 3단계 누진세율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법인세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하고 여기에 25% 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국회에는 법인세율과 관련해 10개의 의원입법안이 계류 중이다.
대부분 과세구간을 3~4개 구간으로 하고 과세표준 200~500억원 이상의 법인에 대해 최고 세율을 2~3%p 인상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법안도 2개 발의되어 있어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예고된 상황이다.
조세소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과표 2억원 이하에 7%, 2억~200억원 이하에 18%, 200억원 초과에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율 인하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은 현행 20%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2억원~140억원 미만 구간을 12%~18%로 세분화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인세율 인상 절대 불가' 방침을 내세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법인세 인상안이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부담 가중으로 전체적인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법인세율을 현행보다 오히려 낮춰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의 '종교인 과세', 2년 더 유예?
세율 조정 뿐 아니라 소득·법인세법과 관련된 주요 법안들도 이번 소위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종교인 과세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으로부터 시행을 2년 더 유예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한번 더 국회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과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아, 과세가 이뤄질 경우 종교계와의 마찰과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 유예 법안 발의자들의 주장이다.
이자, 배당 등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연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과 정의당의 법안과 주식양도소득에 대해서도 6%~40%의 현행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긴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도 주요 관심 대상이다.
아울러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발의된 각종 '고향기부금' 활성화 법안도 어떤 모양새로 다듬어질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밖에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는 외국납부세액공제의 이월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과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가 주어지는 일시적 2주택 소유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도 이번 소위 테이블에 올려질 법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