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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근 칼럼]

금리인상 서두를 이유 없다

조세일보 / 변상근 논설고문 | 2017.11.08 08:30

사상초유의 초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쳐온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하면서 금리인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키 위해 그 타이밍을 재고 있다.

한은은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으로 잠재성장률(2.8~2.9%)을 웃돌 정도로 경기회복세가 탄탄한 흐름을 보여야하고, 물가수준이 한은의 목표치(2% 내외) 수준에 머물러야하는 등 두 가지를 내걸었다.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수출 호조'로 올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4%로 올라섰다. 4분기에 제로(0) 성장을 하더라도 올 3%대의 성장률 달성은 무난해졌다. 경상수지는 9월 기준 122억1000만 달러 흑자를 내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돼가고 있다”고 운을 떼었다. 금통위에서는 6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까지 등장해 금리인상 신호는 더 강해졌다. 시장에서는 채권금리가 오르며 연내 한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3분기 '깜짝 성장'과 수출호조로 시장의 기대는 인상 쪽으로 확 기울었지만 문제는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최근 행보와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다.

우선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 정상화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가속페달을 밟는 데는 크게 주저하고 있다. 경제 성장세만큼 물가상승이 따라와 주지 않아 성급한 금리인상이 자칫  경기회복세의 불씨를 꺼트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 초 2%대로 올라섰다가 지난달 1.8%로 내려가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를 밑돈 것이다. 근원물가상승률도 여전히 1%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급속한 인플레이션도 문제지만 저물가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와 투자지출을 미뤄 경기가 침체되는 디플레와 불황의 악순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내경기가 반도체 위주로만 성장을 하고 있는 데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딜레마다.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억제하려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자칫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키워 가계 빚 뇌관을 터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일 기준금리를 1.00~1.25%로 다시 동결했다. 노동시장을 비롯한 경제활동의 견고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1.3%로 연준의 목표치 2%에 밑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이 내달에 금리를 올릴 수도 있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차기 의장에 '비둘기파'인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가 지명돼 현 재닛 옐런 의장의 통화정책 유지는 물론 금융규제 완화 등 지금보다 더 완화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시각과 기대도 적지 않다.

유럽과 영국 중앙은행도 최근 통화정책에서 예상보다 완화적인 결정을 내놨고, 일본 또한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자민당이 압승해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달 30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금융위기 당시 연 5.25%(2008년 8월)였던 기준금리를 작년 6월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떨어뜨렸다. 

그동안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통화량은 8월 말 현재 2485조6299억 원(평잔)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렇게 풀린 돈이 경기회복을 지원해 왔지만 부동산가격 폭등과 가계부채 급증,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의 연명 등 부작용도 가져왔다.

이제 경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으니 기준금리를 정상화해 풀린 유동성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나가고 향후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에도 대비하자는 것이 한은의 의도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 과연 우리 경제가 금리 인상을 받아들이고 감내할 상황과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내 경기는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와 부동산가격 상승에 의존하고 있을 뿐 경제 전반의 뚜렷한 회복세는 속단을 불허한다.

3분기 전체 성장률에 수출이 64.3%를 기여했고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의 17.4%였다. 긴 추석연휴에 앞서 '밀어내기 수출'도 한 몫 했다. 

수출과 함께 추경을 포함한 재정 집행의 효과도 컸다. 정부가 건강보험 지출, 일자리 만들기 등에 나선 결과 정부소비가 2.3% 증가해 2012년 1분기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깜짝 성장에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0.7%와 0.5% 증가에 그쳐 성장기반은 여전 불안하고 취약하다. 여기에 북핵 위기에 따른 안보 불안, 트럼프 발(發) 보호무역주의 등 악재가 가중되고 있다. 

수출호조가 내수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등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 경제는 그대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수출 호조를 내수활성화로 연결할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가계부채 1439조 원 중 65%가량인 938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가계부채가 터지면 부동산 시장도 같이 꺼질 수 있는 구조다.

거꾸로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 부동산에 묶여 있는 대출이 문제가 된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이 서로 위기를 증폭시키면서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서서히 대출을 줄여나가는 연착륙 대책도 필요하다.

한은의 금리인상은 거의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미국 연준이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우리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져 이로 인한 외화자금 이탈 등 부작용에 대비해 한은의 행보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신흥시장들은 금리차 보다는 위험도에 따른 높은 수익률을 보고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금리차 역전에 따른 외화자금 이탈이 어느 정도일지는 확실치는 않다. 다만 사상 첫 기준금리 역전에서 오는 불확실성으로 정책당국의 부담은 높을 수밖에 없다.

금리인상이 대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서두를 이유는 없다. 불가피하게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에도 경기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인상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정부 또한 재정을 동원해 취약계층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과 가계 모두 대세로 다가오는 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다.  


변상근 논설고문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 주재 부국장, 경제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한양대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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