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가동을 하루 앞둔 여야가 정면으로 대립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예산안 심사에 험로가 예상된다.
13일 더불어민주당은 법정시한인 내달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며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각종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안이 뒷받침 역할을 해야하는만큼 최대한 원안대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무원 증원·건강보험 등의 예산을 퍼주기로 규정하며 삭감을 잔뜩 벼르고 있다. 예산 처리 과정에서 확실한 견제를 통해 정국 주도권은 물론 정부의 국정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심사가 거의 완료됐고 본격적인 예결위 소위심사도 진행된다"면서 "사람중심 일자리, 민생예산 처리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심사 과정에서 여야 사이에 이견이 있긴 하지만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충분히 간극을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 원내대표는 "야당 일각에서 새 정부 핵심과제를 콕 집어 반대하는 묻지마 삭감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우려하면서도 "대다수의 야당 의원님들도 사람 중심, 가계의 소득 확대, 불공정, 불평등 해소라는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새 시대의 과제에 대해 동의하고 계실 것으로 확신한다"며 예산안이 원만하게 처리될 것으로 희망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예산 슈퍼위크가 시작됐다. 국회는 국회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면서 "야당은 오직 국익과 국민의 관점에서 예산안 심사에 협조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부탁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퍼주기를 시작했다"며 "나라가 망조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최고위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예산 심의에서 퍼주기, 소득주도성장의 이름을 내걸고 쓰기 시작하는 돈을 철저히 막아서 나라가 사회주의 초입에 서지 않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노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보다 긴 나라,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은 나라는 망한다"며 "남미와 남유럽이 그랬고 그리스가 그랬다. 우리나라도 그와 같은 유형의 초입에 섰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정책위의장은 "(정부는)내년 예산에만 1조원을 들여서 공무원을 증원시키고 3조원을 들여서 최저임금을 보전한다"고 지적하면서 "2022년이 되면 30조원이 넘게되고 2050년이 되면 1500조원이 되어서 내외의 곳간이 비게된다. 그 이후부터는 빚을 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아동수당과 최저임금은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았다. 또한 대놓고 진보 좌파단체들을 봐주는 예산도 수십 개에 달하고 있다"며 "정권은 잡는데 곳간은 비고 나라는 망조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힐난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의장·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하며 공방을 거듭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아직 각 부처에서 예비심사가 끝나지 않아서 걱정이다. 조정소위를 하면서 예결위 심사를 같이하는 일이 생겼다"면서 "오늘 중 예비심사를 빨리 마무리해 조정소위에서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예산 심의에 박차를 가해 여야 간 합의하에 처리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이런 것이 인사문제로 인해서 장애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지적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앞두고 있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여당이 한국당 동의없이 강행처리할 경우 예산안 심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치며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국민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홍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하며 '반대'를 당론으로 공식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