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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근 칼럼]

혁신성장이 성공하려면

조세일보 / 변상근 논설고문 | 2017.12.06 08:30


문재인정부가 마침내 새 성장동력으로 혁신성장을 표방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는 일자리중심 성장,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네 바퀴 축'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정부 출범과 함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줄곧 매달려 왔다. 6개월이 지나도 이렇다 할 성과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정책에 '분배'만 있고 '성장'은 없다는 비난도 드세어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만으로는 성장이 어렵고 혁신주도 성장 축을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지난달 28일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혁신성장 전략회의'가 열렸다. 경제ㆍ사회 부총리가 주제 발표에 나서고, 청와대 참모진과 각 부처 장ㆍ차관, 여당 지도부 등 당ㆍ정ㆍ청 핵심 인사 120명이 참석한 초대형 회의였다.

바야흐로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기술 변화에 맞춰 경제구조를 혁신중심으로 다시 짜느라 부산하다. 미국의 신혁신 전략,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초(超)스마트화 전략 등 구호는 다르지만 본질은 모두 혁신성장이다.

조선·철강·화학업종 등 우리 경제를 견인해 왔던 주력산업들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고, 반도체 수퍼 호황도 곧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경고가 울리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절박하고 정부의 전략회의도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혁신 생태계 조성, 규제 재설계, 혁신창업대책 등 부처별로 신사업 추진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혁신을 표방한 총 15가지 대책이 내년까지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도 발표됐다. 주요 산업별 빅데이터 전문센터 육성 등을 통한 산업생태계 조성, 신산업 규제를 완화하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 스마트공장 확산 및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 분야별 과제들은 부처별로 이미 발표된 것들이다. 다만 총론위주의 접근 대신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청사진을 정부 각 부처와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협업으로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혁신성장은 과학기술, 산업, 사회제도, 교육개혁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해 미래의 먹거리를 찾으려는 국가전략이다. 소위 'J노믹스'(문재인 경제학)라는 자동차가 혁신성장의 가도를 싱싱 달릴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 '네 바퀴 축'이 제각각의 구동방식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구축해야한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따로 놀지 않고 서로 맞물리면서 상승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야한다. 성공적 혁신에서 기술혁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 75%는 사회혁신 내지 비(非)기술적 제도혁신이 기여한다고 한다. 노동과 혁신의 유기적 결합이 특히 중요하고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이 이 연결고리에 해당한다.

노동을 혁신해야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주도 성장이 결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기업, 새로운 산업만 주목하는 혁신 주도 성장이 아니라 기존 일자리, 기존 중소기업, 기존 주력 산업의 혁신을 통해 경제가 살고 소득이 올라가고, 공정경제도 실현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혁신성장의 주역은 민간과 중소기업이고 정부는 조수석에서 보조 및 지원역할을 해야 한다. 문 대통령 또한 “ 정부는 민간의 혁신역량이 실현되도록 기술개발·자금지원·규제혁신 등을 지원하는 '서포트(지원) 타워' 역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되지 않는 우리 현실이 문제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실패가 반면교사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대기업들을 동원해 전국 17개 도시에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세웠다. 청와대에서 7시간 넘게 규제완화 끝장토론을 펼치고 불필요한 규제들을 단두대에 올리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모두가 말잔치로 끝났다.

한국은 그 때나 지금이나 기득권 세력과 규제를 틀어쥔 공무원들이 발목을 잡는 '안 돼 공화국'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 “20년 가까이 규제완화를 해왔는데 아직도 뒤처진 이유가 무엇인가”고 되묻고 있다. 혁신성장의 가도를 막고 있는 걸림돌은 도처에 널려있다.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은 의사 수 확대 방안과 원격의료 사업 등 핵심 대책을 둘러싼 이해 갈등으로 여태 발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기술금융)분야에서 기업가치가 500조원이 넘는 중국의 알리바바는 국내에서는 금산분리법 때문에 꿈도 못 꾼다. 

구글이 제공하는 26개 주요 서비스 중 16개는 한국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이고, 우버 등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한국에서 사업하면 불법인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규제가 많다는 얘기다.

노동개혁은 지금도 앞이 안 보인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사측의 SUV 코나 증산에 맞서 쇠사슬까지 동원해 생산라인 가동을 막으려 했고,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불법시위로 퇴근길 마포대교 왕복차로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거대 기득권 노조가 기업생산 활동을 가로막고 국민에 불편을 끼치는 '적폐세력'이라는 격앙된 비난이 나올 정도다.

규제 혁파가 대기업에만 특혜를 준다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립관계로 보는 시대착오적인 이념적 굴레도 큰 걸림돌이다. 이들 걸림돌 제거와 함께 정부 지원의 방식과 틀도 바꿔야한다. 벤처혁신생태계를 조성한다고 하지만 그 내용은 자금지원이 대부분이고 정작 기업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는 소극적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신기술 개발뿐 아니라 그 활용을 가로막는 노동시장, 금융, 교육, 기업 등 여러 관련 법·규제를 개혁하고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촉진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틀을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게 연결이다.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녹색성장과 창조경제도 배척이 아닌 연결 대상이다. 실패했다면 반면교사로 삼고 성공한 점이 있다면 이를 계승해야한다. 차이와 다양성의 연결을 막았던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이 바로 적폐청산이고, 이 차이와 다양성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이 정부의 역할이다.

'사람중심 경제'의 요체는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을 존중하고 이를 최대한 살려주는 데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패러다임 또한 기술과 노동에서 창의성과 아이디어로 옮아가고 있다.   정부는 개인의 창의와 다양성을 연결시키는 플랫폼 역할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특유의 혁신성장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변상근 논설고문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 주재 부국장, 경제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한양대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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