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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근 칼럼]

꼬리가 몸통 흔드는 ‘황금 개띠’ 해

조세일보 / 변상근 논설고문 | 2018.01.03 08:30

무술(戊戌)년 새 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 기상도는 온통 안개 속이다. 북핵 위기에다 열강경쟁의 신냉전과 '트럼프 독트린'으로 한국외교가 호된 시험대에 올랐다.

탄핵으로 대통령을 다시 뽑고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야 대립과 진영 갈등으로 개혁은 고사하고 국정운영의 동력마저 채 확보가 안 된 상황에서 해를 넘겼다.

무술(戊戌)의 '무'는 황, '술'은 개를 의미해 '황금 개'띠 해로 불린다. 역사적으로 '무(戊')가 들어가는 해에는 한반도에 국운이 한 데 모여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어느 명리학자의 고찰에서 애써 위안을 얻는다.     

기원전 2333년 무진년에 단군조선이 개국했고, 668년 무진년에 신라의 삼국 통일, 698년 무술년 발해 건국, 918년 무인년 고려 건국, 그리고 1948년 무자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등이 이어졌다. 1988년 무진(戊辰)년에 서울 올림픽이 열렸고 그 30년 후인 2018년 무술년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니 '무(戊)의 기운'을 믿어보고도 싶은 충동을 느낀다.       

당장의 도전은 코앞에 닥친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루는 일이다. '평창 휴전'과 그 성공을 통해 한반도 평화·안정의 절절함을 전 세계에 각인시켜 전쟁위험을 차단하고 한반도 정세전환의 외교적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유엔 총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휴전결의가 채택됐고, 통상 3월에 열리는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최소한 패럴림픽(3월9∼18일)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2018년을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달성을 위한 중차대한 한 해로 삼을 것을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엄중히 주문한 마당이다.  

한반도 안보정세는 충돌이냐 대화냐의 결정적 갈림길에 섰다.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핵무력 완성을 재확인하면서 '책상 위의 핵 단추'라는 표현으로 위협의 강도를 높인 반면, 한국을 향해서는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용의 등 대화를 제의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을 한국과의 대화를 통해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핵 불용' 입장에서 군사옵션도 마다않는 미국과 북핵 문제 당사자로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려는 문재인 정부와의 공조구도에 틈이 생길 수도 있다.

북한이 이를 의도적으로 노린 측면도 있어 한미간 대북정책 조율의 중요성이 화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선택지는 3가지다.

한층 강화된 압박·제재를 통한 봉쇄, 군사옵션, 동북아판 포츠담선언 같은 외교적 대타협이다. 어떤 쪽으로 결론을 내건 우리는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군사옵션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전 위험을 안고 대북 선제타격을 하기 어렵듯 김정은도 북한정권의 멸망을 자초할 무력도발을 감행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외교가 숨 쉴 공간은 남아 있고, 남북대화를 고리로 한 김정은의 대화제안을 미국 등 국제사회가 거부하기도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이 틈을 비집고 평화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창의적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에 한반도의 명운이 달려있다.

문제는 이를 실현시킬 주변 4강의 외교환경이 최악의 상태라는 점이다.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중심축인 미일 양국과의 공조에 틈이 생기고, 대중 관계 역시 살얼음판이다.

중국과의 '3불'(사드추가 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제 편입·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가)합의는 우리 외교에 두고두고 부담이고,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을 강조한 트럼프의 신안보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위안부합의 문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고, 이 위안부 합의가 당시 한·일 간 갈등 고조를 우려한 미국이 주선한 측면도 있어 미국과 불편한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외교로 미국에겐 배신자로, 중국에겐 기회주의자로 양쪽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을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에게 미·중 양국은 양자택일의 대체재가 아니고 '용미용중(用美用中)'으로 미·중 이익의 공통분모를 찾아 한국의 국익을 함께 착근시킬 수 있을 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물론 남북통일의 초석도 마련할 수 있다. 4강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은 불가피하다.     

새해 우리경제는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2년 연속 3%대 성장을 이뤄내면서 마침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2007년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11년 만이다. 한국이 적어도 양적 측면에서는 선진국 문턱을 넘었다는 명백한 신호다.

문제는 질적 측면의 선진국 진입, 즉 삶의 질 향상이다. '3만 달러 선진국'에 걸맞게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민간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새해 고용 창출 목표는 지난해와 비슷한 32만 명에 그친다. 그나마 1분기(1∼3월)에 사상 최대 규모인 6조 원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하고 공무원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등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서야 이룰 수 있는 목표다.

분배에 치우친 소득주도성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혁신성장을 제시했지만 고통이 따르는 구조조정과 개혁을 외면하고 당근만으로 혁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노사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거나 공정임금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노동시장 혁신방안에는 정작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과제는 빠져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금리 인상과 고유가, 통화가치 상승이라는 '3고(高)'도 만만찮은 복병이다.  이럴 때일수록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개혁입법을 통해 기업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유도하고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정부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무술년이 국력을 응집시키고 역동적인 재도약을 하려면 개헌과 개혁의 제도화 등 우리 삶을 바꿀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권력 분점과 지방 분권, 국민기본권 신장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개헌 시기를 둘러싸고 정파적 이해타산과 갈등에 매몰돼 있다.

6·13지방선거는 임기 1년을 넘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함께 야당에 대한 심판 기회다. 문대통령 역시 다당제 하에서 제대로 된 국정운영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다양한 소통과 과감한 협치로 야당들을 국정운영 동반자로 이끄는 새 해가 되어야 한다. 

황금 개 띠 해를 맞아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웩더독'(Wag the Dogs)이 회자되고 있다. 푸드트럭이 백화점 푸드코트를, SNS가 대중매체를, 1인 방송이 주류 매체를 압도하는 비주류의 반란현상을 의미한다.

외교적 대타협이나 군사옵션에서 '코리아 패싱'이나 '왕따'를 당하지 않고 한반도평화의 돌파구를 '꼬리'인 우리가 주도하고, 국내적으로 여소야대를 극복하며 대한민국의 새 틀을 짜는 황금 개띠 해의 '웩더독'을 기대해보는 것은 과욕일까. 
           


변상근 논설고문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 주재 부국장, 경제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한양대 겸임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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