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교통·산업안전 등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추진
국민 기본권 확대·지방분권 강화 등 헌법 개정 강조
임기 중 북핵문제 해결…위안부 피해자 명예 회복은 국가 책무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를 기치로 집권 2년차에 대한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 첫머리에 정권 교체 주역인 촛불광장 국민들의 위대함을 높게 평가하며 "이제는 국가가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의 약속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 새해, 정부와 저의 목표는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과 요구를 나침반으로 삼겠다. 그것이 바로 나라다운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중심 경제의 핵심은 '일자리'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을 거론하며 "일자리 격차를 해소하고,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의 삶을 삶답게 만들기 위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지난해 추경으로 마중물을 붓고 정부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했다"면서 그 결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결정된 것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취업시장에서의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국가적인 과제로 삼고 "앞으로 3~4년간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채용비리,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재벌 개혁은 경제의 투명성은 물론, 경제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면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의결권을 확대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기업활동을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재벌대기업의 세계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일축했다.
2022년까지 자살·교통·산업 등 사망 50% 감축 목표
문 대통령은 최근 발생하는 재해와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를 모두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상시적인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삼아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감염병, 식품, 화학제품 등의 안전문제도 정기적으로 이행상황을 점검해 국민에게 보고하고, 아동학대, 청소년 폭력, 특히 세월호 아이들과 맺은 약속 등 안전한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문 대통령은 이달부터 시행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치매국가책임제를 지목하며 의료, 주거, 교육과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통한 기본생활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2월말까지 수립해 정부도 혁신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국민 주권 확대·지방분권 강화한 헌법 개정 강조
문 대통령은 여야의 대립으로 평행선을 보이고 있는 개헌에 대해 "개헌은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필요성을 역설하며 '대통령 개헌'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레 열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가의 책임과 역할, 국민의 권리에 대한 모든 것이 30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면서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뜻이 국가운영에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국민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약속했다. 또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려면 적어도 국민의 세금 1200억원을 더 써야 한다"면서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국회가 책임있게 나서주기를 거듭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겠다"면서도 "필요하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며 '대통령 직접 개헌 발의' 카드에 대한 가능성도 예고했다.
임기 중 북핵문제 해결, 평화 이끌어낸 원천의 힘은 '국민'
문 대통령은 "우리의 외교와 국방의 궁극의 목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의 재발을 막는 것"이라면서 "임기 중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천명했다.
이어 그는 "나라를 바로 세운 우리 국민이 외교안보의 디딤돌이자 이정표"라면서 "한반도에서 평화를 이끌어 낼 힘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저는 그 힘에 의지해 주변 4대국과의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할 수 있었다"며 북한과 고위급 회담, 남북 대화 복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합의 등을 주요 성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제 시작이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나아가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올해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드리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 간에 공식적인 합의를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어가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잘못된 매듭은 풀어야 한다. 진실과 정의라는 원칙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겠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 간의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을 우려한 듯 "일본과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양국이 함께 노력해 공동 번영과 발전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