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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가산세 부과 제도 이대로 좋은가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8.01.25 08:30

가산세는 세금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담세의 원천인 경제활동과 무관하게 납세자의 부작위를 탓하여 부과하는 것이다. 납세자의 부작위란 원활한 조세행정 실현을 위해 납세자에게 요구되는 과세표준 신고의무, 성실납부의무 등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법적 성질은 행정벌의 일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산세는 세금이라는 이름을 가진 탓에 일반적인 행정벌인 과태료나 과징금과는 달리 운용되어 왔다.

가장 큰 차이는 원래 벌이란 위반자의 위반경위나 그 정도, 위반 횟수에 따라 그 벌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반면 가산세는 전부 아니면 전무이다. 그렇지만 실제 부과절차에서 부과하지 않아 전무가 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일반 행정벌의 집행에 있어 관할관청이 처분기준표를 만들어 제재금액을 다양화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달라 사정에 따라 깎아 주는 일은 없다. 과연 그것이 맞는 것일까? 종래에 가산세는 본세의 10% 내외였지만 40%나 되는 중가산세 규정이 들어오면서 이제 납세자에게는 본세 못지않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헌법재판소는 행정벌인 과징금이나 과태료의 차등 부과 가능성을 배제한 입법을 위헌이라고 보고 있다. 아직 가산세에 대해 판단한 선례는 없다. 대법원은 가산세 부과에는 납세자의 고의·과실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은 고의·과실 없는 질서위반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현행 가산세 중 흥미로운 것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의 가산세이다. 명의신탁 증여세 과세에 대한 위헌논의는 대표적인 세법논쟁으로 수 십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합헌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위헌 주장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명의신탁 증여세의 원조격인 부동산명의신탁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세법의 영역을 떠난 지 이미 오래되었다. 명의신탁 증여세의 경우 가산세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주식 명의신탁 후 10년이 지나서 명의신탁 사실이 밝혀진다면 가산세만 증여세 본세의 129.5%(무신고가산세 20% + 납부불성실가산세 연 10.95% × 10년)다. 만일 1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는 사례라면 가산세는 증여세 본세의 184.25%가 된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그런데 명의신탁은 왜 이루어지는가? 명의신탁은 우리 특유의 제도로서 오래된 법률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명의신탁은 종중재산의 보전, 법인의 토지 취득 제한, 주식회사 발기인 수 충족, 주식의 분산, 경영지배 등 다양한 동기에서 비롯되었으나 그 사실을 대외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지만 부동산을 제외한 명의신탁 자체는 아직도 사법상으로는 유효하다.

명의신탁은 이와 같이 그 사실을 밝히지 않기 위해서 이루어지므로 만약 대외적으로 밝혀야 한다면 명의신탁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런데 명의신탁의 당사자가 과연 세법을 지켜 증여세를 신고하고 납부하는 경우가 있을까? 국세 당국에 명의신탁 증여세가 시행된 수 십 년 동안 단 한 건이라도 있었는지 묻고 싶은 점이다.

명의신탁을 하고 증여세를 자진하여 신고 납부하는 국민이 있을 리 없다. 증여세를 내면서까지 명의신탁을 하여야 할 아무런 경제적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명의신탁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은 납세자에게 불가능하거나 기대가능성이 없는 것을 세법이 요구하는 셈이다. 이러한 법이 허용될 수 있을까? 법의 원론적 의문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지적이 있다.

첫째, 이는 행정벌 대상자에게 스스로 자신이 행정벌 부과 대상자임을 신고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어 행정벌의 본질에 반한다. 행정벌 부과 대상 행위를 찾아내고 요건 충족을 입증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된다.

둘째, 제재 대상이 될 자기 행위에 대하여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 조세회피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자백을 강요것이다. 이 모두 가볍게 넘겨 버릴 수 없는 주장이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 관성에 젖어 제도와 납세자 의식의 변화에 둔감하였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부과되어서는 안 될 가산세가 무비판적으로 부과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가산세는 왜 일반적인 감경사유나 고의·과실의 고려 없이 틀에 찍어 낸 듯 정액으로 부과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의문들을 입법은 물론, 법집행과 해석과정에서 풀어 납세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가산세다운 가산세를 만들어 가야 한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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