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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국세행정개혁TF, 과연 성공적이었나

조세일보 / 김진영 기자 | 2018.01.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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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구 국세행정개혁TF 단장(인하대학교 교수)이 29일 세종시 국세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세행정개혁TF가 마련한 국세행정 개혁권고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국세청 적폐청산 기치 아래 지난 5개월 동안 활동해 온 국세행정개혁TF(단장 강병구 인하대학교 교수, 이하 TF)가 29일 총 5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국세청 개혁권고안을 내놓았다.

당초 TF 출범을 전후해 안팎에서 제기됐던 우려와는 달리, TF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꽤 깊숙히 국세청의 내면을 읽어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TF가 내놓은 개혁권고안의 내용이 이를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훈수' 두는 수준의 권고안도 있지만, 핵심 중 핵심인 세무조사 개선 권고안에는 오랜 시간 동안 국세청 안팎에서 제기되어 왔던 문제점과 해결책을 날카롭게 지적해 놓았다. 

특히 조사요원들로부터 무리한 과세권 행사를 암묵적으로 강요했던 지나친 '실적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성과평가 방법 개선)을 비롯해 세무조사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는 방안을 법으로 만드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5개월이라는 시간을 써서 이 정도 결과물을 내놨다면, 일단 표면적으로 TF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의문', 그리고 '답'

TF가 내놓은 개혁권고안들의 현실성과 실효성은 차차 따져보는 것으로 하더라도 다소 의문이 드는 대목들은 없지 않다. 사실 개혁권고안들은 어떤 보이지 않은 '틀' 안에서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과거의 틀'이다.

몇 가지 주목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나면 사실 과거에도 이러한 유사한 수준의 개혁방안들이 국세청 내부는 물론 외부(언론, 학계)에서 제안이 이루어져 왔다.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다가 흐지부지 사장된 것들도 눈에 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이번 TF의 개혁권고안에 큰 의미를 부여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과거 국세청이 보여 온 행보와는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한다.

즉 국세청 스스로 '자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외부의 힘을 통해 조직 내부의 문제점들을 파헤쳐 고치겠다는 선제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고쳐보겠다는 의지가 스며있다는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TF의 개혁권고안들을 보는 시각은 달라질 수 있다.

홈택스 서비스를 통해 세무조사 진행과정을 납세자가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아마도 세세한 진행사항까지 알 수 있게 만들 수는 없겠지만) 다소 뜬구름 잡는 식의 개혁권고안 마저도 수긍하고 넘어갈만 하다.

이 개혁권고안들이 잘만 실천된다면 국세청이 조금 더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국가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겠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볼만 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단기적으로 개선할 대목과 중장기적으로 개선을 추진해가야 할 대목, 법령 개정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대목 등 여러가지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 가시적으로 무언가가 뚝딱 만들어 시행하기에는 벅차보이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국세청이 얼마나 뚝심을 가지고 개혁권고안들을 조직 내부의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지 진득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실천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령 개정에 실패한다면 모를까 시간의 흐름에 묻혀 유야무야 되는 개혁권고안들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면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은 국세청 내부에 또 무슨 개혁이 필요하다는 둥의 이야기들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결과물, '국세청법'

사실 국세행정개혁TF가 내놓은 개혁권고안 중 '비중' 자체는 미미하지만 가장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개혁권고안은 단연 '국세청법' 제정이다.

복수 차장제, 국세공무원 특정직 전환 등 국세청의 '희망사항(?)'도 살짝 가미된 TF의 국세청법 제정 검토 권고는 대단히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지난 1999년 첫 논의가 시작된 국세청법 제정의 핵심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 확보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세청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는다는 것인데, 이는 '국세청장 임기제'의 형태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일각에서는 임기제를 채택하고 있는 검찰총장(검찰청법)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측면에서 국세청장 임기제의 실효성을 폄훼하는 목소리들도 많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세청장 임기제는 상징적인 부분이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세청법이 만들어진다면 당연히 핵심 내용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상황이다.

이는 국세청 조직 내부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요즘 들어서는 다소 누그러진 측면도 없지 않지만, 국세청은 '군대'를 방불케 하는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속된 말로 상급자가 '까라면 까야 하는' 그런 조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세청 조직원들이 이리 저리 휘둘리지 않고 법대로 절차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국세청장부터 바로 서야 한다.

국세청법 논의가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이루어질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는 법령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찬성'과 마찬가지로 '반대'가 워낙 분명한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헤쳐나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TF가 국세청 조직의 진정한 개혁과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으로부터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세청법이라는 개혁권고안을 과감하게 제시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이번 TF 활동의 최고 결과물은 단연 국세청법 제정 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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