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최근 "수탁자는 대내외적으로 신탁법상의 신탁재산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갖게 되므로 위탁자의 지위 이전은 취득세의 과세 대상인 부동산의 취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015년 12월 29일 신설된 지방세법 제7조 제15항은 위탁자 지위의 이전이 있는 경우 취득세를 부과함으로써 과세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특별히 마련된 창설적 규정"이라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 부동산을 공유하고 있는 공동사업자들은 신탁법에 따라 채권자(수탁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목적으로 신탁하였다. 그 후 사업의 진행과정에서 공동사업자들 중 일부(매도인들)는 대상판결의 원고에게 자신들의 채무와 함께 공동사업자로서의 모든 사업상 권리를 이전하였다.
매도인들은 신탁재산이 수탁자 명의로 등기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수탁자 명의로 된 공유지분을 원고에게 이전등기하기로 하였다. 그렇지만 수탁자는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신탁계약을 해지해 줄 수 없다고 하였다. 채무를 인수한 원고는 약 3년 후에야 수탁자의 채무를 변제하여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매도인들 명의의 공유지분을 원고 명의로 이전등기 하면서 취득세를 납부하였다.
과세당국은 원고가 매도인들로부터 채무를 인수하고 모든 사업상 권리를 이전받으면서 신탁재산을 사실상 취득한 것이라고 보아 취득세를 과세하였다. 소송단계에서 과세당국은 위탁자 지위가 이전되는 것은 신탁재산을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과세당국의 논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위탁자 지위가 이전되는 것은 그 자체로 취득세 과세대상이라는 것이다. 신탁법이 개정되면서 2012년부터는 위탁자 지위를 승계하는 것이 가능해 졌는데, 과세당국은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 취득세를 과세하지 않으면 사실상 중간생략등기를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과세공백이 발생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 등기를 하지 않더라도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취득세를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오래 전부터 신탁법에 따른 신탁에서 수탁자가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갖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법원은 신탁재산의 취득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수탁자라고 보았다. 위와 같은 법리는 부가가치세에 관한 최근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대법원은 신탁재산이 공급된 경우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그로 인한 손익이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위탁자 또는 수익자가 아니라 거래행위를 한 수탁자라고 판단한 바 있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신탁재산에 대한 대외적인 관리∙처분권은 수탁자에게 있으므로, 제3자가 위탁자로부터 신탁재산을 직접 취득한다고 보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지방세법도 위탁자로부터 수탁자로의 재산의 이전을 취득세 과세대상이라는 전제하에 비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법령의 규정 없이 위탁자 지위를 이전한 것을 부동산 자체에 대한 등기를 하지 않고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취득세 과세대상으로 삼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반한다.
한편, 지방세법은 2015년 12월 29일 “신탁법 제10조에 따라 신탁재산의 위탁자 지위의 이전이 있는 경우에는 새로운 위탁자가 해당 신탁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과세당국은 위 규정을 당연한 법리를 확인하는 확인적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법원은 이를 창설적 규정으로 보았다. 취득세와 신탁에 관한 기존의 법리를 고려하면 신설된 지방세법 규정을 창설적 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과세공백을 막기 위한 신설 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설 규정은 위탁자로부터 수탁자로의 재산의 이전을 취득세 과세대상이라는 전제하에 비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체계와 모순된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대법원2018.2.8.선고 2017두36634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