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중앙부처가 지방자치단체에 일방적으로 내려준 일자리 사업의 추진 체계가 바뀐다.
중앙부처 주도의 하향식 사업 추진은 지역별 특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 고용시장은 구인-구직 간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앞으로 청년 일자리 사업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청년·기업 등이 직접 참여하고 중앙부처가 지원하는 '상향식·분권형'은 탈바꿈한다. 이에 중앙부처는 청년일자리 사업과 관련해 기본방향 제시, 국가예산 포괄지원 등 마중물을 제공하며, 지자체는 지역 민간기업·공동체 등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일자리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에서 일자리 찾지 않고 떠나는 청년들
15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 자료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대도시로의 인구유출로 인해 많은 지자체가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전국 시군구 중 58%가 최근 15년 인구감소, 35%는 30년 내 소멸할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 등 인적자원이 부족하다보니 지역발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지역 고용시장의 여건은 어떨까. 수요 측면에선 지역의 중소기업, 농·어가 등은 지속적으로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고용노둥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0인 미만 기업에서의 빈 일자리는 20만개(19만9000개)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역 청년은 중소기업의 임금, 지역의 근로환경, 사회적 인정 등을 이유로 취업을 기피하거나, 수도권으로 이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인-구직 간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간 청년에게 '일 경험'을 제공하는 직접일자리, 창업지원(자금·공간 등), 고용장려금, 고용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이 시행됐었다. 그러나 직접일자리 사업은 단기간에 그쳐 민간부문 취업으로의 연계가 미약했으며, 창업지원 역시 지역현장에 대한 이해가 고려되지 않아 효과성이 미미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자체 일자리 사업은 중앙부처의 획일적 사업으로 이루어졌는데, 지역별로 상이한 고용여건과 지역고용시장의 미스매치 원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자체 자체재원만으로 이루어지는 소규모 사업도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지역에서 일자리 찾아 정착하게끔
현재 마을사업장(마을기업, 농어업법인 등)과 미취업청년을 1대1로 매칭해서 청년일자리를 만들거나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두는 전남 '마을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역기반 일자리 발굴·매칭을 해주는데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지역경제·사회·문화 활동을 하는 법인·단체에서 일자리를 발굴하기로 했다.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우선 고려된다.
2년 간 인건비, 업무성격에 따른 별도수당 지급을 통해 청년의 자산형성도 지원한다. 3년차에 해당기업에 계속 재직하거나 해당지역에서 창업하는 경우 인건비 또는 창업자금(연간 1000만원 내외)을 추가 지원해주기로 했다. 지역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성격이다.
청년들이 지역공동체로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다. 중간지원조직 전담매니저를 통해 1대1 맞춤형으로 관리하고 청년 간, 청년-지역사회 간 네트워킹을 지원해 지역공동체 소속감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역성격 맞는 일자리 만든다
지역 맞춤형 일자리 사업도 실시된다. 이를 위해 지역별 산업구성에 따라 산단, 상권, 문화·관광지, 농·임·어업지 등 산업·경제적 애로가 있는 분야에 청년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청년 중심의 지역경제 생태계 형성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청춘드림카'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교통여건이 열악한 도심외곽 산업단지에 신규 취업한 청년에게 전기차 임차료를 지원(최대 3년)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리모델링한 빈 창고를 청년 상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순천 '청춘창고'도 생태계 조성형 일자리 사업으로 꼽힌다. 청년 문화 중심의 복합 상권 조성을 목표를 두고 있다.
정부는 기존 사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거나 지역 특화자원 활용 등을 통해 사업독창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주거·교통, 창업 공간·기술, 컨설팅, 마케팅 등 인건비를 제외한 다양한 방식의 간접지원을 하기로 했다. 청년 취·창업 효과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일 경험 기회주면서 지역사회 문제 해결까지
다양한 형태의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는 기존 사회서비스 기관·단체 취업,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 발굴·참여 등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일자리를 발굴하기로 했다.
전일제 근무 외에 다양한 근무형태를 제공하면서 근무시간에 따른 임금 제공, 추가 취·창업 활동 기회도 보장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사회적경제조직 등에서 주 25시간 일 경험 지원, 구직활동 기회를 보장하는 취·창업 활동도 지원한다.
또 파트타임에서 풀타임 전환, 취·창업 연계를 위한 교육 지원 등 다양한 사후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일 경험이 민간부문 취·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센티브(공공조달, 세제 등)도 부여할 계획이다.
향후 정부는 관계부처·지자체 전문가, 청년대표가 참여하는 '지역 청년일자리 TF'를 구성, 지자체가 유형별로 세부사업을 기획할 수 있도록 일자리 콘텐츠 발굴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체 세부계획에 대해 TF에서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지역현장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한 지자체별 사업 규모를 파악해 전체 사업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초과세수의 지방교부세 정산분(2조9000억원) 등을 활용, 청년일자리 사업을 선도적으로 설계·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선도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