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구급차 관리인으로 일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의 취미는 벼룩시장이나 유품 세일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었다.
그는 여느 날처럼 돌아가신 분의 유품을 처분하는 집을 찾았고, 자녀와의 흥정을 통해 유화 두 점을 60달러에 사들였다. 그는 그림보다도 액자가 맘에 들어 다른 때 보다 조금 비싼 가격에 구입했다.
집으로 가져와 먼지를 털어내고, 정성껏 사진을 찍어 뉴욕의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에 그림의 가치와 경매 의사를 담아 편지를 보냈다.
놀란 크리스티가 회화 전문가를 애리조나로 급파했다. 그해 겨울 감정 의견을 붙여 60달러짜리 회화 두 점이 경매장에 출품됐다.
경매는 호가를 거듭한 끝에 무려 110만 달러에 낙찰됐다. 유가족이 뒤늦게 이 소식을 접했다.
억울하다고 느낀 고인의 자녀가 구급차 관리인을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구급차 관리인에게 혐의 없다는 처분을 내렸다.
이번에는 변호사를 바꿔 민사소송을 걸었다. 착오에 의한 매매였다며 계약의 취소를 주장한 것이다. 법원은 이 또한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1996년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명작은 명작이기에 그 소유는 영구적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라곤 없다. 예술품 소유 또한 마찬가지다. 예술품이 시장에 나오는 주요 경로를 압축한 용어로 '3D'라는 것이 있다.
'3D'는 죽음(Death), 파산(Default), 이혼(Divorce)이다.
부모의 예술품에 대한 완상이 자식에게 유전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아버지의 눈에는 세계적인 명화라 할지라도 자녀의 눈엔 그저 '이발소 그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전에 예술품이나 우표, 와인, 수집품, 고서, 희귀본 등 장서의 목록을 정리한 뒤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또 증여나 상속, 처분, 기부 등을 비롯해 미술관, 도서관 건립이나 재단법인 설립 등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상속설계'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사진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피카소, 마티스 등 700여 점의 작품들이 출품돼 우리 돈 5300억원에 낙찰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컬렉션은 이브 생 로랑과 그의 동반자인 피에르 베르게가 50여 년간 착실하게 모은 걸작들이었다. 베르게는 이브 생 로랑과의 생전약속(상속설계)에 따라 경매로 벌어들인 수익 전부를 자선단체 등에 기증했다. 이는 예술품에 대한 상속설계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예술품 등에 대한 상속설계는 여러 가지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첫째는 정리작업이다. 전문가와 함께 목록을 정리하고, 구입이나 수집 경로를 정리하는 등 예술품의 가치를 정리한 뒤 상속, 생전, 사후에 처분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둘째는 증여나 상속이다. 모든 가치 있는 재산이 그러하듯 예술품에도 당연히 세금이 따른다.
1991년 WTO 협약에 따라 관세가 붙지 않을 뿐 상속세와 증여세 모두 부과된다.
다만 미술품은 등기, 등록을 요하는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공시가격은 없다. 그래서 과거에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관행처럼 구입 가격을 낮게 신고하는 방법이 시장에서 통용되곤 한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아직까지 우리 현실이 그러하다.
셋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 대한 기부다. 몇 년 전 화장품회사 에스티로더의 레너드 로더 회장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우리 돈 약 1조 1285억원에 상당하는 예술품 80여 점을 기증한 일이 있었다.
이는 예술품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이 정비되어 있는 미국 뉴욕주법 덕분이기도 했다.
우리도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서 미술품에 대한 기부액을 법정 기부액으로 산입하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최근 일본의 금융기관은 '미술품 신탁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이는 역시 상속의 한 방법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부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종래 부동산 중심에서 주식이나 동산, 예술품 등으로 변화되면서 상속설계의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