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으면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가 원천징수되어 현지에서 납부된다. 이렇게 납부한 법인세는 국내의 모회사가 법인세를 납부할 때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된다. 그런데 조세조약에서 원천징수되어 납부한 세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최근 대법원은 한중 조세조약에 관한 해석에서 여기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간주외국납부세액 공제에 관한 규정의 체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원천지국에서 5%의 제한세율로 배당소득에 대한 조세를 납부하였더라도, 이 사건 조항 후문에 따라 원천지국에 납부한 것으로 간주되는 세액은 총배당액의 10%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세법은 우리 나라 거주자가 외국에서 얻은 소득도 과세하도록 하면서 현지에서 낸 세금은 낼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를 두고 있다. 이같은 공제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납세자는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외국과 국내에서 각각 세금을 내게돼 이중으로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예를들어 외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하여 현지에서 2%의 세금을 납부하였고, 같은 소득에 대해서 국내에서는 10%의 세금을 납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납세자는 그 차액인 8% 만큼만 국내에서 추가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 덕분에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세금 총액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낼 세금만큼만 부담하면돼 추가적인 세금부담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국가 차원에서 본다면 외국 국세청(2%)과 우리 나라 국세청(8%)이 세금을 나눠 갖는 셈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이 바로 이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이다. 한중 조세조약은 외국납부세액공제의 목적상 배당소득에 10%의 세율이 적용된 것으로 간주하여 외국납부세액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세금을 납부하지도 않았는데 납부한 것으로 간주하여 외국납부세액공제를 허용하는 것이 간주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이다.
이 사건 납세자의 경우 중국 법인의 자본 25% 이상을 직접 소유하고 있었는데, 한중 조세조약은 이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10% 세율에 비해 낮은 5%의 세율을 적용해주고 있어 실제로는 중국에는 5%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납부했다.
납세자는 한중조세조약을 들어 10%의 세율에 따른 외국납부세액을 공제해 줄 것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한중 조세조약에 따른 5% 제한세율에 대해서는 간주납부세액공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다투었다.
한중조세조약에서는 중국에서의 조세경감, 면제 또는 경제발전 촉진을 위한 그 밖의 조세유인조치 관련 법률규정이 없었더라면 납부하였어야 할 조세를 간주외국납부세액 공제 대상으로 정하고 있었다. 또한 배당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된 세액은 외국납부세액공제의 목적상 10%인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과세당국은 주주의 주식소유비율이 일정비율 이상인 경우에 5%의 법인세를 원천징수하도록 한 것은 중국 국내법률에 따른 조세감면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납세자는 조세조약의 외국납부세액공제에 대한 조항이 '배당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된 세액은 배당 등 총액의 10%인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에 기대어 실제 5%로 원천징수되었더라도 외국납부세액공제는 10%를 인정해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었다.
원심은 중국 국내세법에 따른 감면규정이 따로 존재하여야 그 감면세액을 간주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중국 국내법에 따로 감면규정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조세조약에서 배당 등의 10%를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원천징수된 세액의 크기와 관계없이 10%를 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배당의 5%를 중국 과세당국에 납부했더라도 한중조세조약의 규정에 따라 외국납부세액 공제는 배당금의 10%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조세조약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대법원이 그 동안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온 여러 납세자의 고충을 한꺼번에 해소하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대법원2018.3.13.선고 2017두59727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