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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이건희 차명계좌 징벌적 과세를 왜 은행에?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8.04.12 08:30

원천징수의무자에 지나친 책임 지우는 현행법 개선 필요  

과세당국은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이자소득이 금융실명법 상의 징벌적 과세대상이라 하여 90%의 세율을 적용하여 과세하였다. 납부고지를 받은 것은 이 회장 본인이 아니라 계좌를 보유하였던 금융기관이다. 각 금융기관은 예금 등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의무자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천징수의무자는 세법상 납세의무자는 아니다.

이 제도는 1803년 영국에서 나폴레옹 전쟁 중에 재정 확보를 위하여 최초로 도입되었다. 원천징수 제도 자체에 대한 위헌 시비도 있었으나 이를 위헌이라고 보는 국가는 없다. 오늘 국가재정 확보의 유용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원천징수제도는 그 징수대상이 되는 소득액이 분명하고 과세표준과 세액이 단순하고 용이하다는 데 존립의 근거를 두고 있다.

어차피 납세의무자가 국가에 납부하여야 할 세금이니 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조금만 수고하여 바로 국가에 납부하여 재정확보에 도움을 달라는 것이다. 원천징수에 아무런 대가도 주어지지 않고 의무만 부담하는 것이므로 대상소득이 명확하여야 하고, 원천납세의무자에 위험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제도가 정당성을 갖게 된다.   

사실 큰 기업의 경우 원천징수 의무를 이행하는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기업이 납세순응도가 높아 이것이 크게 쟁점이 된 바 없다. 문제는 우리 세법이 원천납부하는 조세를 못 밖아 놓고 무차별적으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소득처분에 따른 인정상여 등이다. 이 경우 소득과 그 귀속자는 과세당국의 소득처분에 의하여 비로소 결정된다. 그 이전에 법인으로서는 그것이 소득인지 누구에 귀속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세법은 이를 구분없이 원천징수 세목이면 모두 자동확정되는 소득이라고 보고 있다. 자동과 처분은 전혀 같이 갈 수 없는 개념이다. 또 하나는 비거주자의 국내 원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이다.

다국적 기업과 관련하여 이미 많은 다툼과 쟁송이 이어져왔다. 원천징수의무자는 그 것이 과연 국내 원천소득으로 원천징수 대상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징수하지 않고 지급하면 가산세를 포함한 징수고지를 당하거나 소송에 휘말린다. 왜 대상 소득이 분명하지 않고 귀속자도 알 수 없는데 그 위험을 단지 원천징수의무자로 되어 있다고 하여 고스란히 부담하여야 하는가?

이번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당국의 징수처분은 과연 그 금융실명법 상의 중과세 대상이 되느냐 하는 해묵은 논란은 제쳐두고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금융당국이 그 계좌가 차명계좌인지 알 수 없는 일이고 파악할 수단이 주어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징수를 안 했다 하여 수년이 지난 지금 자기 자금으로 납부하고 소득자에게 구상하여야 하나? 당사자가 구상에 응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가야 한다.

소송에 이긴다 해도 못 받으면 금융기관의 손실로 귀결된다. 원천징수제도는 납세자가 아닌 제3자에 협조의무를 지우는 것에 불과하다. 그 협조의무는 당연히 용이하게 가능한 일이어야 하고 그에 비용이 소요된다면 보상하여 주어야 한다. 앞에서 본 원천징수의무는 그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원천징수 세목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여 징수처분이 모두 허용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개선입법에 나서야 한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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