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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11)]

'재산' 상속이 상속의 전부라면…

조세일보 / 최재천 변호사 | 2018.04.17 09:10

1937년, 헨리 포드가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존 록펠러를 찾았다.

"잘 있게. 우리 천당에서 다시 만나세" "회장님이 천당에 들어가실 수 없다면 틀림없이 절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떠날 때가 돼서야 비로소 이 아흔여덟의 노인은 반평생 자신을 따라다니던 '냉혹하고 탐욕스러우며 하늘도 법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도 자본가'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쉬즈위안, 《미성숙한 국가》)

물론 록펠러가 어디에 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가 되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록펠러 사후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세계 최대의 자선사업가'로서 그의 정신은 그대로 상속·계승됐다. 

록펠러가 남긴 것은 재산이 아니었다. '찬란한 명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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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 출처 = 위키백과

이번엔 한국 나이로 올해 여든일곱, 손정의와 마윈을 비롯해 '전 세계 최고 경영자들의 큰 스승'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다.

어느 절의 수행승이 나이 많은 스님에게 물었다. "지옥과 극락이 어떻게 다릅니까?"

"지옥과 극락은 겉보기에는 똑같다네. 둘 다 큰 솥이 있고 그 안에 맛있어 보이는 국수가 보글보글 끓고 있지. 그런데 국수를 먹으려면 바지랑대처럼 긴 젓가락을 써야 한다네. 그런데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은 '내가 먼저 먹을 거야'라며 전부 긴 젓가락을 들이밀고 국수를 건지려 한다네"

"결국, 아무도 국수를 먹을 수 없지. 그런데 극락은 같은 조건이지만 전혀 달라. 그곳 사람들은 긴 젓가락으로 국수를 건져 솥 건너편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드세요' 하고 먹여준다네. 그러면 그 사람도 '고마워요. 이번에는 당신 차례예요'라고 먹여주곤 하지. 여기가 바로 극락이라네"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

그래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세상을 위해 베푸는 것은 빚을 갚는 일이다"라고 선언한다.
 
1984년 4월, 그는 200억엔을 기본으로 삼아 이나모리 재단을 설립하고, '교토상'을 만들었다.

상금은 노벨상의 상금이 5000만엔인 것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4500만 엔으로 책정했다.

그 후 노벨상이 상금을 증액한 데 따라 제10회 때부터는 부문당 5000만 엔으로 올렸다. 수상식이 끝나고 나면 수상자들에게 '상금을 어디에 쓸 건지' 물어보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대개는 수상자가 자신의 연구자금으로 쓸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3회 수상자인 폴란드 영화감독 안제이 바이다는 상금으로 폴란드에 일본 미술을 소개하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렇듯 수상자 대다수는 기부를 하거나 다른 상을 제정하는 등 세상과 남을 위해 상금을 사용했다.

긴 젓가락을 들어 다른 사람의 입에 국수를 넣어주고 있는 것이다. 명예와 가치가 끊임없이 전파되는 것이다.

강조하지만, 상속이 그저 '재산' 상속이 전부라면, 상속설계가 그저 '절세'의 문제라면 한 인간의 삶은 얼마나 공허한가? 그리고 재산 말고는 딱히 강조할 게 없는 삶이었다면 그 삶은 과연 행복했을까? 그리고 이를 상속받는 자녀들의 삶 속에서 부모의 명예와 정신은 어떻게 계승될 수 있을까?

물론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하고, 훈육했을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났을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한없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고 싶다. 문자가 성립되기 이전의 상속은 '호랑이의 가죽'을 남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자 이후의 상속은 당연하게도 '이름'을 남기는 일이 됐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그간의 상속설계는 해체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구성되어야 한다.

상속설계의 중심에는 가치와 명예, 정신이 놓여져야 한다. 패밀리 정신이 앞서야 한다.

권하건대 법적으로 따지면 증여다. 사회적으로 따지면 기부다. 출연이자 사회적 공헌이다.

미국 CNN 설립자 테드 터너는 얼마 전 자신의 재산 22억달러 중 사후 장례비용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모두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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