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서귀포 성당
4~5년 전부터 제주도의 조세항쟁 역사를 찾으면서 알게 된 이재수의 난이 일어난 계기가 됐던 성당터를 찾기 위해 수차례 제주에 갔다. 하지만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서귀포성당을 찾으면 알 수 있을 것 같아 우선 찾기로 했다.
서귀포 이중섭 문화거리 입구를 지나 천지연 폭포 입구 사거리 가는 길 왼편에 보면 서양 중세마을에서나 있음직한 아담하고 깔끔하게 지어 진 성당이 나타난다.
이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이 있을까 의심이 들 만큼 건축가의 정성이 깃들어졌다. 베이지색 건물 앞에 둥그런 종탑이 세워져 있고 십자가가 아름답게 보이는 성당을 보면 흡사 유럽 중세 마을에서 보이는 그런 풍경이다.
이 성당이 제주도 가톨릭 역사에 큰 의미를 가진 서귀포 성당이다.
김원영 신부가 최초로 제주도에 부임한 가톨릭신부 페네(Peynet, 한국명 배가록)를 도와 제주에 1899년 부임하면서 가톨릭 선교가 활발해지게 됐다.
1900년 6월 김원영신부가 한논 지역에 피정(천주교에서 업무를 떠나 조용한 곳에서 기도를 하며 보내는 것을 말함)을 나왔다가 그곳 한논에 성당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무렵 제주에 부임한 프랑스 파리 외방전도회 소속 구마슬(Marcel Lacrouts)신부와 함께 최초로 서귀포시 호근동에 1900년 6월 12일 한논성당(나중에 하논성당으로 불림)을 세우면서 이 지역 선교가 본격화 됐다.
그러나 이 성당은 1901년 이재수의 난이 일어난 계기가 돼 문을 닫고 1902년 서흥동 홍로본당으로 이전했다.
1937년에는 현재의 서귀포 성당으로 이전해 피에 얼룩진 세금투쟁의 역사를 뒤로 숨긴 채 순교자의 성지로 미화돼 오늘날에는 아름다운 성당으로만 남아 담담하게 순교자들의 역사이야기만 전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제일 완벽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생각되는 서귀포 성당 1층에 들어서면 이재수의 난을 촉발시킨 계기가 된 오신락 노인의 죽음과 관련된 김원영 신부의 사진과 역대 신부들의 사진들이 걸려 있어 세금투쟁의 역사 현장을 생각나게 한다.
이 성당 내에는 조그만 규모의 박물관이 있다. 이 곳에서는 천주교의 제주도 선교 역사와 함께 식물학자 출신의 엄탁가(Esmile J. Tague)신부가 1902년 개량종 온주감귤을 일본을 통해 제주도에 가져와 제주도가 감귤의 주요 재배지가 된 사연도 알 수 있다.
피를 불렀던 조세 폭동과 관련된 종교계와 제주도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 종교계의 감귤 재배시작. 어쩌면 그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아니면 참회의 보상일까?
1886년 한불수호조약이 체결되고 1896년 교민조약이 체결되면서 선교의 자유가 인정돼 프랑스 신부들이 조선에 진출하게 됐다.
프랑스인 신부로 최초로 제주도에 부임해 온 사람은 배가록(Peynet)이었는데 그 후임으로 파리 외방전도회 소속 구마슬이 제주도에 와서 선교를 하면서 신자들이 크게 늘었다.
그 당시 고종이 프랑스 신부들의 선교 자유를 보장하면서 “국왕인 나처럼 대우하라(如我待)”는 신표를 주자 가톨릭 신부들이 이 신표를 갖고 다니면서 선교를 했고 관리들은 신부들의 위세에 숨 죽여야 했다.
이렇게 해 제주도 선교에 불이 붙었는데 특히 1900년 6월 제주도에 김원영 신부가 조선인 최초의 신부로 부임해 와 구마슬 신부를 도우면서 급격하게 가톨릭 신자가 늘어났다.
세금투쟁의 역사인 이재수의 난에 얽힌 사연을 찾기 위해 하논 성당터를 찾아 왔는데 아름다운 서귀포 성당도 보게 됐고 제주도 천주교 선교의 역사도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었다.
